“(113-4)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1973~1978)의 한 대목에서 이 러시아 작가가 겪은 이데올로기적 혼란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전방에서 스탈린을 비판하는 편지를썼다는 이유로 지위를 빼앗기고 감방에 갇힌 후 ‘부드러운 검은 헬멧을 쓰는 전차병으로서 진솔하고 다정한 군인’인 세 명의 감방 동료를 만나는데, 그 세 명이 목욕탕에 침입해 두 명의 독일 여성 농민을 강간하려다가 기소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솔제니친은 아무 거리낌 없이 그 독일 여성들이 ‘천박한 계집들’이라고 단정한다. 엄격하고 타협 없는 공산주의 윤리의 판관인 솔제니친이 보기에 세 명의 동료는 잘못된 판결로 보복당한 것이었는데, 그 여자들 중 한 명이 ‘방첩 부대 대장의 소유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솔제니친은 전시 강간의 의미나 문제점, 실제로 효과가 있는 강간 억제 및 처벌 시스템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기는 커녕, 강간은 애초에 범죄가 아니며 그저 술에 취하는 것을 과하게 즐기는 성향 때문에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솔직하게 생각을 털어놓는다.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비열한 경찰국가의 참상을 폭로하는 것뿐이었고, 그것이 그의 한계였다. 그리하여 그는 이런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렇다! 독일 영토에서 전쟁을 벌인 3주간 우리 모두는 여자가 독일인일 경우 강간하거나 쏴버려도 된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이는 전공을 세우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중략)

—>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는, 감이 1도 없는 솔제니친.......
이쯤 되면 그가 옹호하고자 했던 어떤 보편적 인류애(?)적 가치는 ‘남성’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닌가 의심 할 수 밖에 없다. 아, 그가 위선자라는 뜻은 아니다. 그저 아주 오랜기간 ‘보편’이 ‘남성’이었을 뿐. 

“(116) 로슨의 이런 비판은 강간에 대한 구좌파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이다. 적이 강간을 하면 그 적이 얼마나 짐승 같은 자들인지 보여주는 증거가 되지만, 우리 편을 강간하면 그 사실을 화제로 꺼내는 행위가 정치적 협잡이 된다.

—-> 뜬금 없을지 모르겠지만 이 대목에서 안희정이 생각났다. (일단은 그의 2심 판결에 대해 박수먼저 짝짝짝👏👏) 이어서 김지은씨의 미투와 그를 대하던 세상 일각의 반응들도. 엉망진창 댓글들을 보아하니 여전히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안희정이 ‘작은 일로 큰 일을 그르치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입맛 써하는 빻은 인간들이 천지 삐까리인듯 하지만.

수전 브러운밀러가 각주에 꼬아서 단 댓글 처럼 “(114)자신의 정치적 고뇌를 너무 중요하게 여긴 나머지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는 극단적일 만큼 둔감한 모습을 보인 사람”들 너무 많은 듯 하고 특별히 내가 지긋지긋하게 염증을 느끼는 부류들도 그런 자들이다.

정권교체 너무 중요하다며 용기내서 열심히 싸운다는 ‘대의’에 도취하여 “작은 것” 작게 취급하는 치들. 인기 얻으려고 거기 꼭 여혐멘트 넣고 당당하며, 좋아요 얻은 뒤에 자의식 빵빵 차가지고, 그래도 자기는 ‘존경받을 만한, 사랑스러운’ 아재인줄 착각(!)하는. 앜ㅋㅋㅋ 쓰면서도 싫어서 소름 돋았어.

여기까진 싫긴하지만 그런갑다 하고 봐줄 수는 있다. 소름이 아니라 토나오는 치들이 아직 남았다. 입 가벼운 진보 아재에서 좀 더 나간 류 - 이를테면 안희정. 이미 그 자신이 ‘대의’가 되어있는 중증 왕자병. 자기가 너무 잘나고 소중해서 “나는 어떤 여자와도 잘 수 있다”  그 자신은 넘나 머싯는 사람이기에 이여자도 당연히 원하고 있다고 착각.. 권력과 힘도 가지고 있으므로 가까운 동료 지인들을 성적으로 (혹은 정신적, 물질적으로)착취하면서도 .. 그게 착취인 줄도 모른다..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안희정이 너무너무너머머머머무 싫은 데, 솔까 꼭 정치권 아니라도 그런 왕자병 인격들 어디든 넘쳐나고, 그게 ‘남자다움’과 ‘자신감’,’리더십’등등으로 포장되어 꽤나 인정 받는 것 같아서 더 싫다.. 진짜. 하아....

*

이 책의 3부 “전쟁과 강간”은 전시강간을 다루고 있는 데, 저자가 어떤 부분을 답답하게 여기면서 쓰고 있는 지 눈에 빤하다. 나도 함께 고구마 먹을 것 같다. 독일(나치)군대의 전시 강간이 아니라 연합군 및 소련군의 강간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적지 않게 진영논리로 뭇매 맞으셨겠지. 

‘지금 연합군이 나치 군대와 똑같다는 겁니까?
근데여.. 아니 지금 이야기가 그 이야기가 아니잖아여..
그런데 굳이 뭐 본질 적으로 대답하자면... 네 같아여.. 근데 질문이 잘못됐어여...
정말 뭐시 중요한 지를 모르는 포인트의 질문들.
(요 질문이랑 묘하게 겹치네.. 모든 남자가 잠재적 가해자란 말입니꽥??)

“(112)물론 모든 러시아 군인이 강간범은 아니었으며, 붉은 군대의 잔혹 행위에 대한 독일 측 증언록을 보면 여성에게 친절을 베푼 사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소련군이 저지른 일의 책임을 에렌부르크의 선동 탓으로 돌리거나, 스탈린이 ‘남자는 원래 그래’라는 식의 태도를 취한 탓으로 돌리거나, 심지어는 어떤 민족적 특성 탓으로 돌려봤자 부질없는 짓이다. 전쟁 시기든 평화 시기든 남자들은 명령이나 허가, 특별한 전통 문화 없이도 언제나 강간을 저질러 왔다.”

—>개별 병사들의 일탈로 간주하는 것도.
아. 구태의연해. 그리고 반박도. 너무 남탓...
그건 남자 답지 못한거 아니냐고ㅋㅋㅋ 남자면 남자답게 인정하라고!!! ㅋㅋㅋ 그냥 나치나 연합군이나 붉은군대나 다 빻았다곸ㅋㅋㅋㅋㅋ 전시나 평시나 강간만큼 공고한 남성연대와 남성문화가 없다고..!!. 흐읍.. 😭😭

시인할리 없으니 페미언니들이 샅샅이 밝혀주시겠지..
그저 저는 열심히 읽어 은혜받고 속지 않겠나이다.

마지막 좀 긴 문단 이지만 중요한 부분 같아 옮겨둠.

*
“(61) 승리를 거둔 군대의 시점에서 강간은 순전히 승리의 기쁨에 도취해 저지르는 행위가 된다. 국가 단위의 테러와 정복이 보여주는 커다란 패턴의 일부로 강간을 인식하는 일은 사후에만 가능하다. ‘사후에야’ 이런 인식이 가능한 이유는 강간하려는 충동이 복잡한 정치적동기 부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언제나처럼 여성의 신체온전성을 무시하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시 강간은 충동이 생겨 어쩌다 저지른 일에 그치지 않고 군사적 효과도 불러일으킨다. 피해를 입은 쪽에게는 협박을 당해 사기가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가해한 쪽의 국가가 강간을 시인하는 일은 거의 없다. (미군 예외) 전시 강간기록은 전쟁의 포연이 가신 후 적이 저지른 일을 취합해 분석하고 정치선전용으로 가공하면서 남게 된다. 정복당한 나라의 남자들은 ‘우리의 여자가 강간 당한 일을 궁극의 수치이자 치명타로 여기기 마련이다. 패배한 국가의 국민은 강간을 적이 그들을 의도적으로 파괴하기 위해 이용하는 수단으로 간주한다. 남자들은 ‘내 여자가 강간당한 일을 사실상 자기가 겪는 패배의 고통으로 전유해온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자기중심적 관점은 어느 정도 실용적인 쓸모가있다. 딸과 아내처럼 자기가 아끼며 함께 지내는 여성들이 강간당할경우 진심으로 염려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남성에게 지배자가 벌인 강간이란 정복당한 처지에서 겪게 되는 성性불능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줄 증거가 된다. 여성을 소유하는 것이 남성으로서 성공을 보증하는 징표였듯, 여성을 보호하는 일 역시 오랫동안 남성으로서 자부심을 보증하는 징표였다. 그런데 점령군이 벌인 강간은 패배한 쪽 남성의 힘과 소유권에 대한 환상을 모조리 파괴한다. 강간을 통해 여성의몸은 상징적인 전쟁터가 되며, 승리자가 개선식을 벌이는 광장이 된다. 여성의 몸에 가하는 행위가 남자들끼리 주고받는 메시지가 되는데, 한쪽에게는 승리의 산 증거이고 다른 쪽에게는 패배와 상실의 산증거인 것이다.”

—> 아니, (심한욕) 내 여자가 당한 강간이 ‘패배’의 고통이라니... 아니요 저기요... 이건 니가 당한 ‘패배’가 아니라... 여성이 당한 강간이라니까요... 강/간/이/요... (읽다가 대 환장해서 잠시 덮었었다🤯🤯..)

전시 강간의 메커니즘. 그리고 ‘전시 강간’을 ‘전시’하는 이들의 뇌구조.. 물론 ‘니 여자’도 아니지만.. 
어디 강간도 안당해 본 ‘패배자 따위’가 고통을 느껴...진짜 코웃음이 쳐져서 답답해 미침.

쓰면서 점점 더 열받고 있으므로 딴길로 새면서 마무리 짓자면

그러니까!!
스카이캐슬 뒤에서 세편!!!
노콘준상 털깎고 정신 차리고 참회하고 끝나면 다야?
남자가 각성하고 남자가 구원해주거나 참회하면— 그럼 다 용서해야해!!!?!!
확 아갈머릴... 
(스카이 캐슬의 결말은 정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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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02-04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열차게 읽고 계시는 중이군요!
분노하면서 읽고 계시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ㅜㅜ
솔제니친이나 구좌파 그리고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진보진영의 남자들은 왜 유독 여성 이슈에서 만큼은 오히려 백래시를 하거나 주변부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가. 그들 역시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나중에 이어질 챕터도.. 빡(?)칠 내용도 많으실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