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고2때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그동안 연락이 끊어졌다가 다시 만나게 된 친구 한명을 빼고는 몇년만에 보는 친구도 있고 무려 15년만에 보는 친구도 있었다.

이건 완전히 해피투게더에서 하는 보고싶다 친구야의 결정판이라고나 할까..

한명 두명 친구들이 모일때 마다 ...어머 똑같다.. 변한게 없네.. 그대로야.. 몰라볼줄 알았는데... 웬일이니.. 대부분의 반응은 이러했다.    마주 잡은 손을 흔들며 반갑다 친구야를 외치는건 방송의 효과이려나..

어제의 모임은 우리 2학년8반친구들과.. 그 친구의 친구.. 뭐 이렇게 섞여는 있었지만 우리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옛날로 돌아간듯.. 썩은감자 운운하면서 (우리반 담임 별명이었다..) 어쩜 그리도 많은 이야기 거리들을 풀어 내던지..

음 여기서 또 나의 그 특유의 쓸데없는것 기억하기가 나왔다... 넌 54번 미*인 55번 그리고 나 뒤가 남*이가 57 그리고 인*이가 58 그리고 수*이가 59번.... 못말린다... 정말..

내가 외우는 번호에 맞춰 우린 사물함 옆에 자리했던 2학년 8반 교실로 돌아갔다.. 선생님들이 지겹다고 쳐다보지도 않던 말썽꾸러기들이 포진했던 그 자리들....

우리반은 유난히 키큰 애들이 많아서 내 뒤론 다 170이 넘는다.. 선생님들은 항상 우리쪽 자리를 보면 어질 어질 하다고 했다.. 덩치는 산만한것들이 벽에 기대어 있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지근거린다나...

어제도 역시나 밖으로 나오니 나랑 남*이가 제일 작다.... 다들 애가 둘씩인 애 엄마들인데 어쩜 그리 늘씬하고 이쁘던지.. 난 뭐냐...흑흑...

화두는 애들 교육문제... 다이어트 문제.. 집문제 그런거였지만 15년만에 만났어도 전혀 낯설지 않음이 너무 좋았다.

한 친구는 나를 보더니 넌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더라.. 네 싸이에 가보면 여고때 느낌 그대로야 하면서 예전에 내가 보낸 쪽지를 가지고 나왔다...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민망할때가..

그냥 메모지에 중추절이 어떻고 하면서 써내려갔는데 얼굴이 화끈 화끈... 내가 왜 이렇게 써서 보냈다니 하니 그 친구말이 그래도 얼마나 좋았으면 아직도 내 앨범에 끼워두고 있겠냐고 한다.    아 이 친구는 나의 과거를 너무 많이 간직하고 있다.. 수학여행갔을때 입었던 그 촌스런 주황색 남방 (이거 당시 엄청난 유행였다.. 졸업여행갔을때 한반에 이 남방입은 애들이 얼마나 많았던지..)에 줄무니 스커트를 입고 주황색 운동화에 무지 큰 동그란 안경을 끼고 있는 내 사진을 갖고 있단다... 갖고 나왔으면 넌 죽음였다..

나중에 스캔해서 도토리월드에 올린다고 해서 내가 질겁을 했다... 제발 친구야 참아줘.. 참아달라구..

친구들 말이 넌 아직 소녀야.. 푸히히 가슴 뛰게 하는 말이다.

화양리 (우리땐 최고 유흥가였다.. ) 금잔디.. 명승지...어쩜 이름도 이리 촌스러웠던지...친구가 아르바이트 한다고 하면서 놀러 오라고 하도 그래서 방학때 놀러 간 기억이 있는데 그 이름이 생각나서 너네 거기서 알바했잖아 했더니 또 뒤집어 졌다.

친구들아.. 그래서 내가 피곤하게 산다...

시끌시끌한 수다가 끝나고 자릴 옮기면서 나는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왔다.

오는길... 엠피쓰리를 통해 리메이크 된 옛노랠 듣고 있자니 내가 워크맨 끼고 책하나 끼고 다니던 여고생처럼 느껴졌다.

늘 만나던 친구들과는 다르게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되는 과거찾기 놀이...잊고 살았던 나의 모습은 어쩜 저리 다양했을까...   난 정말 조용히 학교 다닌것 같은데...

아 한 친구가 나를 무지 미워했다는 소릴 한다...

왜냐구?   그때 우리 학교의 총각선생님.. 100m 미남 정**선생님 (멀리서 보면 키도 크고 어깨도 떡~  무자게 잘생겨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입도 크고 눈도 작고.. 암튼 못났다..)이 나를 이뻐라 해서 그랬단다.  푸헐헐.. 그 선생님 내 취향 전혀 아녔다.. 단지 어찌 어찌 하다보니 그 선생님 심부름을 많이 다녔을 뿐 ^^

어제 나오기로 했던 친구 3명은 끝끝내 남편들이 일찍 안와서 못나오고 말았다...

일찍와서 아이들 봐준다고 했던 남편들이 애들 키워놓고 나가라면서 안들어 왔다나...  10분간격으로 전화를 해서.. 재밌니?  누구누구 나왔어 하면서 묻는 그 친구들의 안타까움이 베긴 목소리를 듣는데 속상해 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이제 또 언제 만날까?  

아 그러면서 두려운건 뭐냐...  다른 친구들이 기억하는 나는 도대체 어떤 모습일지 ...그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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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모습만 기억하겠죠^^

2005-10-12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10-12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뭡니까. 168의 인터라겐님이 제일 작다고요...... 그동네 정말 물이 나쁘군요! 흥!

인터라겐 2005-10-1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사탕님...제 뒷번호였던 친구가 160으로 제일 작고.. 담이 저.. 그리고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170넘습니다.. ^^

속삭여주신님... ㅎㅎ 학교마다 감자 별명 안가진 선생님은 없어요...저희학교만 해도 썩은 감자,, 불량감자...쎅쉬감자등... 많았거든요..

물만두님.. 좋은 모습만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ㅎㅎㅎ 저보고 너무 반듯하답니다..

Laika 2005-10-12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썩은 감자.... 전 다른건 생각 안나는데, 선생님들 별명만은 정말 잘 기억이 나요.. 그게 별명의 특성이겠죠?...정말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icaru 2005-10-1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부텀 '반듯한' 인터라겐 님..ㅋ ~

2005-10-12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터라겐 2005-10-12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ㅎㅎ 싸이랑은 또 다른 느낌이다... 내가 보냈던 쪽지 보는게 참으로 쑥스럽더라구...다시 안보는게 ...ㅎㅎㅎ 꼭 될꺼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

이카루님.. 아이참.. 반듯하지 않아요...
라이카님.. 선생님도 특징있게 혼내고 그랬던 분만 기억하는거 보면.... 휘둘러야 하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