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탕님 페이퍼를 보다 보니 잊고 있던 퍼런 멍자국들이 떠오른다...
내가 학교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멍자국들.. 좋은 기억보담은 슬펐던 기억이 남는건 역시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 그 상처는 정말로 오래 간다는 증거인가 보다..
초등학교 1학년..
나현숙 선생님... 정말 인자하고 좋으셨던 선생님으로 기억한다.... 아직도 그 퍼머머리에 인자한 웃음을 지으시던 선생님이 잊혀지지 않는다.. 1학년때는 별다른 기억이 없다.
초등학교 2학년..
김춘보 선생님... 나이 많은 할아버지 선생님... 내가 다리를 데여서 걷지도 못하고 울엄마가 헐렁한 파자마 만들어 입혀서 학교에 업어 가고 오고를 반복하던 때... 그날도 엄마가 나를 업고 학교에 갔는데 어떤애가 뛰다가 내 발을 건드렸고 난 아파서 울었다... 그런데 대뜸 선생님이 아프면 그냥 집에서 있지 왜 와서 그러냐구... 그래서 결국 1주일 넘게 결석을 했고.. 난 개근상을 못탔다....개근상에 목숨을 거는 울엄마가 제일 안타까워 하신다.. 매일 업어다 주고 업어 올 수있었는데 선생님이 오지 말라고 해서 개근상 놓쳤다고.... 우리 4남매중 유일하게 개근상 없다..
아 이선생님.. 캐스터넷츠라고 하던가.. 짝짝이... 음악시간에 가져 오라고 했는데 울언니가 가져 가는 바람에 내가 가져갈께 없었는데 니네 엄마는 학교 준비물도 안챙겨 주냐고 ... 속상해서 펑펑 운 기억이 있다.. 화장실 가서...
또 슬픈 기억 반장선거를 하는데 집에서 뒷바라지 못할것 같은 사람은 자진 사퇴해... 어린 마음에 4남매 육성회비 내는것도 만만찮을텐데 하는 생각에 떨리는 목소리로 전 반장이 되서 반을 이끌어 갈 능력이 안되어서 사퇴합니다 이소리 하고 교단을 내려오면서 이 앙다물던 기억도 난다.. (어렸을때 부터 너무 많은 걸 알고 살았나 보다..)
초등학교 3학년...
최후식 선생님... 시험이 끝나고 나면 중간고사 월말고사별로 상위 성적을 가진 사람은 우등상을 탄다. 그리고 선생님이 마련한 작은 선물도 주셨다.. 그런 취지 까지는 좋았는데... 내가 상장을 받으러 나갔는데 기분이 왜 나쁘셨는지는 몰라도 상장을 휙하고 던져주셨다. 그게 바람에 날려 교탁밑으로 들어갔다..
엉금엉금 기어서 그 상장을 집어 들고는 집에와서 쫙쫙 찢어 버렸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이 선생님을 너무 좋아했지만 나는 너무 싫었다.. 나중에 교감선생님 되셨다고 친구들이 찾아 가자는걸 싫다고 거절했다.
초등학교 4학년...
오정옥 선생님... 우리 친척중에 엄청스레 잘 사시는 분이 있다.. 엄마친정쪽으로 당시 고등학교 교장선생님댁이 있었는데 그집에서 우리 4남매나 된다고 작아진 옷들이나 책같은걸 많이 챙겨주셨다.. 덕분에 초등학교 4학년때 세라복도 입어봤다... 그런 내가 부잣집 딸인줄 알았나 선생님이 무척이나 잘해주셨다...
그런데 학년 마칠때까지 엄마가 한번도 안찾아 오자 방학식날 이런 저런걸 나눠주면서 내가 나갔을때 참 성의 없는 엄마들도 많다고 하면서 어떻게 아이를 맡겨놓고 한번도 안찾아오는 무성의한 엄마가 다 있냐고 하는 소릴 들으면서 그동안 내게 잘해줬던것에 대해 의심했다.
이때 학교에서 우유급식을 했는데 (서울우유.. 당연히 돈을 내야 했지만...) 그 선생님은 우유에 밥을 말아 드셨다.. 소금 살짝 넣어서.. 그래서 우리반 애들도 다 따라 했더니 다른 반 친구들이 그걸 보고 우웩하던 기억도 난다.
초등학교 5학년...
이순옥 선생님.. 역시 아줌마 선생님.. 그러나 너무 좋으셨던 분이다... 우리반에 평소엔 말을 잘하던 친군데 책을 읽으라고 시키면 다다다 하면서 더듬던 친구가 있었는데 선생님은 **아 심호흡하고 천천히 한글자씩 읽어보련... 선생님도 예전에 떨려서 잘 못하고 했었는데 그게 니가 못하는게 아니라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거야. 하면서 그애의 더듬는 버릇을 고쳐 주셨다.. 아울러 우리반에 펀치로 색종이를 오려 책을 읽을때 마다 한개씩 붙이는 게시판을 만들었다...
빼곡히 아이들 이름을 적고 그 아이들이 책을 볼때 마다 한개씩 동그라미를 붙였다.. 그리고 제일 많이 책을 읽은 독서왕을 뽑아서 선생님이 선물을 주시곤 했다... 나도 선생님의 편지가 적힌 선물을 받기 위해 죽어라 책을읽었던 기억이 난다..
존경한다.. 지금도...
초등학교 6학년...
문향숙 선생님... 내가 개인적으론 제일 좋아했던 선생님...
모든게 다 좋았다.. 왜냐면... 맨날 나이많은 선생님만 걸렸는데 처녀선생님에 유쾌하고 멋진 선생님이셨다... 24살이던가 25살이셨다.. 우리맡으셨을때가...
중학교 가서도 선생님을 찾아 뵙고 선생님 전근가셨을땐 그 학교로 찾아가기도 했었고... 그러나 소식이 끊어졌나 싶었는데 2001년인가 아이러브 스쿨 바람이 불어서 동창들 만나고 그러면서 선생님까지 만나 뵙게 되었다... 딸둘의 엄마로.. 모습은 변함없으셨다..
나는 마냥 좋았는데 어떤 아이가 선생님께 서운했던 기억을 들춰낸다... 그러자 선생님이... 그래 내가 그랬니... 아마도 그땐 내가 어려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랬을꺼야... 선생님 원망 많이 했겠구나... 녀석.. 하면서 기분좋게 사과를 하시면서... 미안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 친구도 서운한 마음 다 털어 버렸을꺼다..
우리반 제일 말썽 꾸러기 녀석이 제법 잘되어 선생님께 바리 바리 선물을 내밀며 제 이상형이셨잖아요 이렇게 말할때... 저 관심끌려고 말썽 더 피운거 아시죠 그랬을때 선생님이 우릴 바라보던 그 흐뭇해 하시던 표정... 잊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데 내 이름을 기억하시면서 왜 내가 너를 모르니... 유일하게 너 고등학교 가서까지 선생님 생일 이라고 인형 사가지고 오고 우리딸 선혜 낳았을때 축하한다고 카드도 보낸 녀석인데 하신다.. 감격이다... 잊지 않으셨구나 해서..
내 초등학교 시절은 이렇게 좋은 선생님 반... 싫은 선생님 반.. 절묘하게 나눠져 있다...
친구들이 내게 늘 그런다.. 넌 참 피곤하게 산다고.. 그렇다.. 나는 지금도 내가 1학년때 몇반 몇번이었던지 까지 기억하고 산다..
내가 돌이켜 보면 기뻤던 것들도 많고 슬펐던 것들도 많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나는 이렇게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을 돌이켜 얘기한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