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섭리는 참 오묘하다...

어른들께서 아무리 궂은 장마라해도 하루 빨래 말릴 시간은 준다고 하시는 말씀이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가...   어제 정말 바람에 볕에 이불이 뽀송거리게 말라서 기분이 상쾌하니 좋았다.. 그런데 새벽녘부터 우루루 쾅쾅 하더니 또다시 비가 많이 온다.

비오는 날 아침의 풍경은 참 재미난다..

알록달록한 우산 만큼 각양각색인 사람들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난다.

새침해 보이는 여자 아이 분홍가방 분홍우산 장화까지 분홍으로 아주 핑크공주다... (장화 신은 모습이 너무 귀엽다.. 무릎까지 오는 긴양말에 짧은 반바지.. 엄마의 센스가 돋보인다.)

그래도 압도적으로 많은건 젤리슈즈.. 그것도 색색의.. 비가 와도 뭐 그냥 물 한번 찌끄리면 될듯싶은 편해 보인다.. 미끄럽지는 않을까? (동네에서 3천원에 팔던데 하나 사 신어 볼까.. 이참에..)

너무 웃기는건 저학년은 온통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우산인 반면 덩치 큰 고학년은 체크무늬, 레이스, 빨강, 검정의 단색... 우산을 보기만 해도 알 수가 있다.

신호 대기중에 어떤 남학생이 가방멘 뒤로 우비를 입었는데 ㅋㅋ 어찌나 귀엽던지 지나가는 중학생들이 어머 쟤좀봐 하면서 까르르 거린다... 노란장화.. 파란 우비... 노란 우산... 이거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학교가면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코디다... (머리는 젤을 발라 위로 살짝 세웠다.)

혹시 우리 조카들도 학교에 가는거 아닐까 해서 이리 저리 고개를 돌려 봤지만 이것들은 안보인다..  아마도 5분전에 뛰려나 보다.. (학교와 집이 가까울수록 지각한다는 말이 맞다..)

어떤 여자는 이 비오는날 치마를 입었는데 가방에 스쳐서 그러나 치마가 반쯤 돌아가 있다.. 말해 주고 싶은걸 꾹 참았다.. (예전에 이런말 해주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은 뒤부턴 말해주기 싫다..)

조금더 내려오면 사립초등학교가 있다.. 여긴 비오는날이면 아수라장이다... 에쿠스는 팔려서 명함도 못내밀 차들이 즐비하여 줄줄이 학교 정문앞에서 아이 한명씩 내려놓고 불법으로 유턴을 한다... 이런 나쁜 넘들.. 차 막혀 가면서 참고 내려온 사람도 있는데 여기서 불법으로 유턴을 한단 말야..

차 정리하고 있는 아저씨와 한판 싸움을 한다... 아저씨 거기서 차돌리게 하면 어떻게해요..  당신같은 사람들이 있으니깐 이나라가 안되는거야 어쩌구 저쩌구..  이건 실제로 보지 않으면 그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모른다..

일부 몰지각한 엄마들 그렇게 해놓고도 너무 당당하다.. 우리 앞에서 차 끼어 들라치면 우린 그냥 밀고 간다.. 너 박으려면 박아라.. 우리 보험 빵빵하게 들어놨다.. 거기서 박으면 니네 과실이 더 큰거 알지.. 우린 이런다... 심보가 못되어서 저런 엄마들 이해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누가 이기나 해보자 하면서 무조건 머리만 들이 미는데 이 동네 사람들 이젠 꿈적도 안한다..그런 사람 다 끼워 주다 보면 지각하기 딱이다.. 아침에 밀려드는 BMW, 벤츠, 아우디,포드,렉서스, 볼보... ㅎㅎ 정말 종합 차 전시장이다... (여기서 웃긴 얘기 하나.. 차가 좀 후지다 싶으면 학교 정문과 좀 떨어진 곳에서 아이를 내려주고 가고 차가 좀 나간다 싶으면 떡하니 정문앞에서 내려주고 바로 턴한다는 사실...)

학교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는데 왜 그러냐구 정말... 아무리 돈 많다구 자랑질 하고 싶어도 그렇지... 너무 한거 아닌가 싶다..

이런 내가 말을 하면 언니는 그런다.. 니가 비틀려 있어서 그래.. 나도 돈만 있으면 저짓 못할것도 없지.. 다 돈이 없는 사람들이 느끼는 비애야 그거...

정말 그런가?    나도 나중에 돈이 넘쳐 주체할 수 없게 되면 저렇게 할까?  

지난번 우리와 삿대질 하면서 싸웠던 볼보차 주인은 이제 한참 위로 올라가서 정식 유턴 표시 있는 지점에서 차를 돌려서 내려오는걸 봤다. 진작 그럴것이지..    내가 손해 보고 산다는 느낌이 정말 싫다..

 

불과 몇미터 차이로 있는 두 초등학교의 모습은 정말 많은걸 생각하게 해준다..

그래도 내눈엔 그렇게 엄마 아빠차 얻어 타고 다니는 교복입은 사립초등생들 보다 비오는날 장화신고 우산 쓰고 친구들과 만나서 웃고 떠들며 등교하는 공립학교 초등학생들이 더 활기차 보이고 이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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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7-1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오는 날 거리 풍경 생중계, 이상은 논현동(아닌가?^^) 사거리에서
인터라겐 리포터였습니다.

인터라겐 2005-07-11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로드무비님 흑석동의 거리 풍경이었습니다요....

merryticket 2005-07-1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 리포터님, 사견이 좀 들어갔네요..진짜 방송중이라면, 항의 들어오고 난리겠읍니다~만, 구구절절이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자가용 타고 학교 오는 애들보다, 알록 달록 우산, 우비, 장화 신고 학교 오는 애들 모습이 천진하고 더 이쁠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5-07-1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석동이랍니다요.^^

마늘빵 2005-07-11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까운데 사시네요. 전 상도동인데 ^^

물만두 2005-07-1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경이야 비슷하겠지요^^;;;

세실 2005-07-1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비오는날 출근길 정경이 아주 멋집니다.
오늘 아침 규환이는 파란 우산에 파란 우비, (어찌나 귀여운지. 깨물어 주고 싶더라구요. "엄마 왜 나 자꾸만 쳐다봐" 왜긴...이뻐서 쳐다보지~.아쉽게도 파란장화가 작아서 못신었어요. 이따 퇴근길에 들러 사줘야 겠어요~~
그그..5천만원짜리 에쿠스는 명함도 못내밀면..제 10년이 거의 다된 아벤떼는...헉. 일하는 아줌마 차인줄 알려나?? 에고.....

인터라겐 2005-07-1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하루 늦게 답글을 달라니 뻘줌 하옵니다...
올리브님.. 그쵸 .. 이러다 항의 전화 많이 받겠지요? 전 씁쓸해요.. 저런 장면들을 보면요...

아프락사스님.. 가까운곳에 사시는군요.. 지하철을 탈때면 상도역에서 내립니다...ㅎㅎ 반갑습니다..

물만두님..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니... 물만두님 사시는 동네도 그렇죠?

세실님.. 오 파란우산에 파란우비 입은 규환이 모습이 그려집니다.. 얼마나 귀여울지는 안봐도 삼천리 ^^ 귀공자 스탈이잖아요? ㅎㅎㅎ 오늘 아침엔 재규어 봤어요.. 새로 뽑았는지 번쩍 번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