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진작 엄마의 사랑을 못느꼈을까?

어렸을땐 엄마가 계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던게 비오는날 우산도 안가져오고 그랬던 엄마에 대한 기다림이 미움이 된건 아닐까도 모르겠다.

결혼을 하고 나면 효녀 효자가 된다고 하더니 그말이 맞나보다..

우리 친정집은 걸어서 5분거리다.    퇴근길이면 어김없이 엄마네 집을 거쳐 언니네로 그렇게 들렸다 가는게 우리집이고...

그런데 내가 퇴근할때면 엄마가 내가 좋아하는 김이 모락모락나는 밥을 지어 놓고 기다려 주신다.. 집에 올라가면 피곤한데 밥 차려먹기 귀찮을것 아니냐고 하면서...

우리 엄마가 얼마나 밥을 맛있게 하냐면 압력밥솥은 비교도 안된다...정말 포실포실하다는게 맞을것 같다.   누룽지도 예술이고...

그런데 가끔 엄마한테 오늘은 어디 가서 좀 늦어요 라던지 아니면 바로 올라갈께요 라는 전화를 잊곤 한다... 워낙 전화하는걸 싫어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제도 시장에서 언니를 만나 이것 저것 둘러보다 체육센터를 갔고 아차 싶어 전화를 하니 언니한테 얘기 들었다고 바로 올라갈꺼니 하고 물어보신다..

그런데 운동을 끝내고 나오니 비가 온다.. 우산도 없는데 ...

어쩌나 하고 있는데 엄마가 보인다... 커다란 우산 하나 들고 서계시는 울엄마...

아니 엎어지면 코닿을때 있던 학교까지도 안오시던 분이 이 먼곳까진 왜 오시구 그러신데..

이럴땐 정말 눈물이 핑돈다는 말이 맞다... 정말 자식들에게 사랑한다 얼굴 부비고 그런 정은 없이 키우셨지만 엄마의 마음이 이런것이겠지..

나이가 서른도 훌쩍 넘어 버린 막내딸이 언제까지 이쁠까?

이 사실을 알면 언니가 또 한마디 할것이다.....

 

 

 

우리 아빠는 술을 너무 좋아 하신다.. 저녁이면 꼭 얼큰하게 취해 계시는데 그래도 다행인건 막걸리만 드신다는거다...

71살이 되셨지만 아빠는 자식들에게 용돈 받는걸 그다지 좋아 하지 않으신다..  자식들이 보낸 돈은 자식들 명의로 적금을 들어 놓고 계신다.. 나중에 손주들 학자금으로 주신다면서...   그리곤 생활비는 아빠가 아직도 일을 하시면서 벌어 쓰고 계신다.

어느날인가 아빠가 내게 통장을 보여주시면서 나중에 나 죽거든 이건 장례비용으로 쓰고 이건 이렇게 이건 이렇게 하면서 알려주신다.

엄마는 깜박깜박하고 오빠들은 다 지방에 살고 있고 언니는 얘길하면 화를 내니 니가 잘 알아두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걸 보면서 참 호강이란건 모르고 사신분이라 마음이 아프다..   자식이 뭔지.. 설마 자식들이 아빠 장례비 없어서 못치를까봐... 그냥 이거 다 털어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하고 싶은거 다 하시라고 해도 말을 안들으신다.

술을 드시는 아빠를 보면서 너무 싫어서 퉁퉁거리고 그랬는데 그러지 말아야 겠다..

결론은 우리 엄마가 외할머니께 의지하는 것처럼 나도 울 엄마한테 오래도록 의지하면서 살고 싶다.. (여기서 의지라는건 정신적인것입니다...ㅎㅎ)

 

엄마 아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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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7-0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엄마아빠 건강하시길......
아빠 막걸리 드실 때 좋은 안주 부지런히 사다드리세요.^^

물만두 2005-07-09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전화드리세요... 그리고 울 엄니는 비 홀딱 맞고 와도 왜 비 맞았냐? 하신 분입니다...

인터라겐 2005-07-09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저희 엄마도 예전에 그러셨어요.. 갑자기 소나기 와도 미리 준비성있게 챙겨야지 누가 해주길 바라냐구 막 혼냈잖아요.. 빨래 거리 늘었다구 말예요..

로드무비님.. 막걸리만 사다 드려요... 안주는.. 워낙 입이 까다로우셔서 사다드리는건 아예 손도 안대시거든요... 그냥 오늘 아침엔 왜 부모님의 존재가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것인지....

세실 2005-07-0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우리 어릴땐 아마 먹고 사는 문제 해결하느라 바쁘셔서 정신적 여유가 없으셨을 거예요~~~ "부모님께 잘 합시다~~"

미설 2005-07-09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오는 날 우산문제때문에 맘에 상처 받으신 분들이 많나봐요. 어제 울보님 페이퍼에도 동생분이 그러셨다고 하시고 님도 그러셨다고 하시고 저 역시도 비슷해요.... 아이 키우면서 보면 어떻게 비오는데 그냥 뒀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시절엔 그렇기도 했나보다 하며 제 맘을 달래봅니다.
아직도 그게 이리 맘에 남는걸 보면 아직 어른 되긴 아니, 부모맘 알기는 멀었나보다 싶어요. 애를 낳고 벌써 나이가 몇인데도 말이죠.........

인터라겐 2005-07-09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효주님. .. 어렸을땐 왜 그런것들이 이해가 안되었나 모르겠어요... 효도하면서 살자구요...
세실님... 네...효도하자구요...
미설님.. 전 엄마가 우산들고 조카들 마중나갔을때 정말 울고 싶었어요... 사는게 그랬는데 왜 그렇게 서운하던지.. 아마도 어젠 엄마가 그 생각이 나서 들고 오신것 같아요... 다리도 아프신데...참 염치없는 딸이지요...

부모앞에선 마냥 어린애가 되는게 자식 아니랍니까... 어쩌면 그게 더 행복이겠지요...

진주 2005-07-09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 우산 안 갖고 오는 엄마>모임이라도 하나 만들까요? 우안모ㅎㅎㅎㅎ
우리엄마도 한 번도 안 갖고 오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