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년된 인연이던가?
96년 아니면 97년 같은데....갑자기 영어를 못하는 내가 짜증이 났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친구를 꼬셔서 종로의 파고다영어학원에 등록을 했었고 첫날부터 영어로 자기 소개하란 소리에 뭐냐..못하니깐 배우러 오는거지 하면서 친구랑 궁시렁 궁시렁 거리던 시절..
결국 친구는 1주일 나오고 관뒀다..쪽팔려서 더 다니기 싫다나..
난..학원비가 아까워서 그냥 다니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반은 (대부분이 학생들이었고 이민을 떠나기 직전의 언니부터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 나같은 직장인... ) 아주 끈끈한 유대가 이뤄지고있었다.
늦은 시간 학원을 마치면 근처 커피숖으로 자리를 옮겨 오늘 수업이 어땠느니 부터 시작했다 결국은 한잔하러 가자였다..
그렇게 3달정도 다녔던가...회사일이 바뻐지면서 관뒀었고 그때 이후 연락되는 사람은 딱 두사람이다.
몰리와 캔...
오늘 캔이 결혼을 했다...H대 나와서 현재 H여고에서 선생님으로 있는데...와우~ 이렇게 멋진 결혼식은 처음이다..
신랑 신부가 모두 선생님인데 신부제자는 중학생...신랑제자는 고딩...노는것에서 확실히 차이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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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단 후배들...호호호 그런데 1학년들인가...하는게 어설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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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기능을 쓴다고 하다가 빛조절을 실패해서 너무 환하게 나왔고 손이 떨렸나보다...사진이 흔들렸지만 후배들이 나름대로 절도 있게 하느라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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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조명이 꺼지고 신부 입장하기 바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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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하일라이트...제자들의 축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렀는데 양쪽에서 아이들이 우루루... 그러더니 저렇게 손을 들고 노래를 시작하는데...얼마난 연습을 했을까 싶을정도로 화음이 끝내줬다..
역시 여고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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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마치자 한 여학생이 선생님...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하고 말하자 바로 이어서 학생들이 머리위로 하트를 날리면서 사랑해요 선생님을 외쳤어요.. 이쁜것들...
선생님으로서 보람을 느끼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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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하는 마지막 관문...
"신랑은 신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아이 좋아를 세번 외쳐 주십시요.."
" 아이 좋아.. 아이 좋아..."
"선배님 지금 장난 하십니까? 그럼 시범을 보이겠습니다"
어머나 이러더니 한명이 신부의 가슴쪽에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위 아래로 왼쪽 오른쪽으로 모션을 크게 하면서 아이좋아를 외치더만요...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어요...
그 후배 얼굴이 빨개져서 성냥불 붙일정도였거든요.. 아깝게도 이 장면을 못찍었어요..너무 순식간이라서..
저 장면은 신랑의 첫날밤을 위해 체력단련을 시킨다면서 푸쉬업을 하라는데 신부가 그 위에 올라 앉아야만 한다네요... 그래도 신부는 신랑 다칠까봐 살짝 일어섰다 앉았다 하면서 거들더군요..
아마 저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죠...
사진을 찍는데 신부제자들은 남녀공학 중1학생들... 초등생 티를 벗은지 얼마 안되었나 너무 귀엽더라구요.. 어떤 남학생 눈물까지 글썽이던걸요...
아 고등학생들 정말 못말리겠더라구요.. 옷갈아 입으러 떠나는 신랑을 에워 싸더니...갑자기 선생님 첫날밤 성공을 위해 화이팅...
긴장된 신랑의 표정을 보면서 남편이 아 나도 다시 하라면 안떨고 할텐데... 아저씨 저두여요...
결혼식날 내 사진은 다 망쳤다... 웃는것도 아니고 우는것도 아니고...차라리 입이나 다물고 있지.왜 다 헤하고 입을 벌린건지...그것도 이쁘기나 하면 좋지... 으 속상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