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 서재폐인들을 일희일비하게 하는 그것, 바로 코멘트. 오늘은 이 코멘트에 대해 몇 자 적어볼까나. 예전에 나는 <코멘트 없는 아침은 슬퍼~>하고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다가 공감하는 뭇 서재인의 격려어린 코멘트를 받고 기운을 차렸다. 그 중에는 이런 그림을 담은 코멘트도 있었다.
그렇다. 그거이 뭐 그리 어렵겠는가. 그런데, 가끔 여러 가지 이유로 코멘트를 망설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 애마태우스(가명)님의 서재에 새 글이 달리면 70% 이상 일착으로 도착한다. 큭큭 웃으며 코멘트를 달려하다가, 한 번씩 멈칫, 하게 된다. 스토커도 아니고, 매번 글에 제일 먼저 코멘트를 달다니.... 안 그래도 <진/우맘은 서재에 24시간 상주하고 있다>는 악성 루머가 판을 치고 있는데... 안 되지, 암.
열혈 서재인이 아닌 분들의 경우에는, <친하지도 않은데 끼어드는 것 같아> 코멘트를 망설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실, 처음 간 서재에 떡하고 코멘트를 다는 것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기억 하자! 매일 보는 낯익은 얼굴들도 반갑지만, 처음 뵙는 새 얼굴은 1.5배 더 반갑다는 사실을!
각설하고, 이쯤해서 내 서재지인들 중 코멘트 내공이 남다른 세 분을 소개해 드릴까 한다.
먼저, 폭스바간(가명)님. <촌철살인>이라는 별명을 꼬리에 달고 다니는 분이다. 바간님의 코멘트 예시를 한 번 보도록 할까.
ㅋㅋㅋㅋ 방금 가서 사전 찾아보고 왔다. 촌철살인, ‘짧은 경구(警句)로 사람의 마음을 찔러 감동시킴’을 이르는 말. 이라고 한다. 폭스바간(가명)님의 코멘트는 대부분 짧지만 강력한 내공으로 읽는 이를 공격한다. 여기서 잠깐, 말 그대로 공격이다. 칭찬보다는 딴지걸기가 더 많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들으면서 하나도 기분이 안 나쁘다. 가끔 텔레비젼에 소개되는 욕쟁이 할머니들을 보자. 밥 한 그릇 팔면서 욕은 두 그릇씩 얹어주는 할머니들. 맛보다도 그 욕 듣는 재미에 사람들은 줄을 선다. 말하는 이에게 강력한 카리스마, 강한 매력이 내재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그 근간이 선하기 때문일것이다. 그런데, 그런 매력이 얼굴 맞댄 실제 상황이 아닌 웹상에서도 통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참, 폭스바간(가명)님의 촌철살인 코멘트 공격은, 특히 연분홍빛 우주(가명)와 애마태우스(가명)의 서재에서 빛을 발한다. 그의 코멘트가 궁금해 진다면 저 서재들을 찾아보시길. (ㅋㅋㅋ 좋은 말로 코멘트 공격이지, 거의 '밥'이 아닌가 사료된다.)
두 번째, 웬티크(가명)님. 웬티크님은 나에 버금가는 서재폐인으로, <실시간 코멘트 달기>의 귀재이다. 서재에 상주하며 자신에게 달린 코멘트 하나하나에 실시간으로 답하는 정성은, 보는 이를 감동시킨다. TT 이것은 비단 본인의 서재에 그치지 않고, 다른이의 서재에도 이어진다. 아무도 코멘트해 주지 않는 쓸쓸한 글이 있으면, 머리를 짜내어 곧바로 구제해 주신다. 나의 강력한 <믿는 구석>이다. 그런데 이 실시간 코멘트에는 실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고로, 실생활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하여 웬티크님은 최근 서재폐인에서 벗어나기 위한 재활 선언을 하였다. 그/런/데...이 재활 선언에 달린 코멘트들을 보자.
편집하다 지쳐서 포기했다.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것을 감내하며 세어보니, 글 하나에 자그마치 50개(!)의 코멘트가 매달려 있다. 허걱. 일찌기 내가 심리검사-검사문항 페이퍼로 <알라딘 나의 서재 1주년 기념 총정리편>에서 <최다 코멘트> 부분 일 위를 노린다 공언하고, 애마태우스(가명)님의 너무도 티나는 눈물겨운 노력이 보태져서 겨우 이룬 숫자가 53개 이거늘...이것을 이리도 허무하게 위협하다니.... 웬티크(가명)님의 재활의 길은, 참으로 요원하게만 보인다. -.-;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코멘트의 달인은 책먹는 나무(가명)님. 진작에 폐인의 길로 접어들어야 마땅하게 보이는데, 용케도 균형을 지키고 계시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이시다. 책먹는나무(가명)님의 코멘트를 잠시 살펴보자.
무엇이 느껴지시는가? 그렇다. 다른 코멘트에 비해볼 때 예사롭지 않은 '길이'다. 저것은 책먹는 나무(가명)님의 코멘트 길이의 평균치 정도이다. 방명록에 가 볼까.
흠....길이가 저정도면, 저것은 거의 코멘트가 아니라 페이퍼다. 그리고 놀라지 마시라, 나는 책나무님의 초기 방명록에서 저것의 두 배쯤 되는 길이의 코멘트도 본 적이 있다. 물론, 길이만 길다고 멋진 코멘트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책먹는 나무(가명)님의 코멘트를 읽고 있으면, 내가 쓴(혹은 다른 분이 쓴) 페이퍼를 성의껏 읽고 깊이 공감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하나의 코멘트가 아니라, 좋은 편지를 한 통 읽은 것 같은 기분이라 할까? 여러 서재의 페이퍼들을 읽고 저렇게 정성껏 코멘트를 남기려면, 역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자신의 서재에만 몰입하지 않고, 다른 서재, 다른 페이퍼에도 골고루 사랑을 나누어 주시는 저 모습에서, 나는 <진정한 서재인>을 느낀다! (오버가 좀 심했나? ^^;;)
이쯤해서 <나는 왜 페이퍼를 만드는가?>하는 원초적인 질문에 맞닥뜨린다. 이제껏 여러 분들이 블로그의 심리나 정의 등을 통해서 많은 생각들을 밝혔지만, 글쎄,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페이퍼를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는 <소통>이라는 것이다. 대화로는 알리기 힘든 나의 사념들을 풀어놓고, 거기에 공감하는 이들을 만났을 때의 쾌감은, 일상적인 대화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그래서 나는 코멘트가 반갑다. 내 아이들 <이쁘네요~> 해 주는 이는 고마워서 뽀뽀해 주고 싶고, 내 헛생각에 <ㅋㅋ 나도 그래요> 하는 이와는 손 맞잡고 웃어보고 싶다. 그래서 나도 코멘트를 단다. 가끔은 글쓴이의 의도와 전혀 다른, 남의 다리 긁는 얘기가 될지라도....짧던, 길던, 칭찬이건, 딴지건....내가 코멘트를 좋아하는만큼 남들도 페이퍼에 달린 반응이 반가울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오늘도 알라딘에서 <소통>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