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부부
하이데 슈퇴링거 그림, 아델하이트 다히메니 글, 김경연 옮김 / 달리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척 봐도 범상치 않은, 독특한 매력이 있는 그림책이다. 곰도 아니고 토끼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도 아닌, 당나귀 부부? 게다가 어라, 이 두 당나귀님들, 살폿 붙어 코를 비비고 있는 모양새가 보통이 아니다.
첫 장을 쓰윽 여니, 역시나...은혼식을 하신단다. 결혼식이 아니고 은혼식? 얼른 뒤져보니, 아, 결혼 25주년 축하 파티를 하시겠다? 우와....오래도 사셨네. 그런데, ㅋㅋㅋ 반평생 같이 살며 했다는 어리석은 짓들...그 자전적인 고백들이 휘황찬란도 하다. 첫번째 실수는 둘이 첫눈에 반해 결혼한거라나? 얼레리 꼴레리~ 두번째 실수는, 당나귀부부가 제일 좋아하는 길 한가운데서 앙버티기! 이 즈음에서 우리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인지를 알아채 버린다. 인상을 잔뜩 쓰고 버티고 있는 두 당나귀....리드미컬하고, 익살스럽고, 어쩐지 매력이 철철 넘치는 그림은 이 책의 최대 장점인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매력은? "~~~ 했다네. ~~~한다네." 하는 독특한 구어체 문장. 처음에는 어라? 싶어 조금 어색하더니, 한 번 입에 붙으니 이거, 책 읽어주는 감칠맛이 보통이 아니다. 엄마가 때 아니게 그랬다네 저랬다네 해 대니 이상할 법도 한데, 딸아이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역시, 열린 사고라 이거지? 엄마가 어색해 하질 않으니 저야 자연스럽게 쏘옥 흡수해 버린 것.

읽어 주기 전에 한 번 훑어보면서는 조금 난감했다. 아이들 그림책이라기 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우화 같은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아차...잠깐 또 망각했다. 그림책을 고를 때 그 따위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아이는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넓다. 머리 속에 남은 자리도 넓고, 가슴 또한 넓게 열려 있다.
역시나, 읽어주니 아이는 여느 그림책을 처음 접할 때와 별반 차이가 없는 담담한 반응이다.
둘째 아이 똥 기저귀 간다는 핑계로 읽던 책을 남편에게 슬쩍 넘겼다. ㅎㅎ 어색할 법도 한데, 제법 "~~다네~"하며 읽는다. 뭐 좀 느낀 거 없으려나? 미우나 고우나 내가 천상 자기 짝이라는...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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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9-03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저 책은 옆지기에게 슬쩍 넘겨야 하는 또다른 진가가 있군요....

panda78 2004-09-03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한다네-로 끝나는 책이라. 한 권 사야겠다네. ^-^

진/우맘 2004-09-03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그렇다네~ 꽤나 좋다네~
마냐님> ㅎㅎ 하지만, 둔하신 서방님이 과연 뭘 느끼긴 하셨을지~^^

panda78 2004-09-03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 말꼬리 수정했셔요. ㅋㅋ

진/우맘 2004-09-03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