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처음 만들 때는 내가 이렇게 서재에 풍덩~ 빠지게 될 지 미처 몰랐었다. 별 열의 없이 빈 칸들을 채워가다가 문득, 닉네임 앞에서 잠시 고민했다. 그 때까지는 0122yejiny(0122는 딸래미의 생일, yejiny는 당근 이름)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었는데....연우가 태어난지도 한참 지난 마당에, 그 아이디를 고수하자니 연우에게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그럼 뭐라고 하나? 예진 연우 맘? 너무 길고....예연맘? 예우맘? 진연맘? 진우맘??? 하고 글자 조합을 해 보다가 제일 무난한 걸로 뽑은 것이 진/우맘이었다. 내 서재 이름도 봐라. <진/우맘의 책이야기> 크으....저렇게 심심할수가!!
서재를 다니다 보면 신비롭고 멋진 닉네임들과 자주 조우한다. 글이나 자아낸 이미지 이외에는 많은 것이 배재된 이 공간에서, 첫인상은 대부분 닉네임이 전하는 이미지로 굳어지기 마련이다. 지금 내가 즐겨찾고 오랫동안 부비작거린 분들은 이미 첫인상을 잊은 지 오래지만....가끔 한 다리 건너 만난 닉네임 앞에서 입을 떡....벌리고 혼자 몽상에 빠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마녀 물고기>라던가...<라스꼴리니꽃>이라던가....지금은 뭐 알고 있지만 <로렌초의 시종>이라던가...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물씬물씬 풍기는 저런 닉네임들. 부럽기 그지없다. 그런데 난 뭔가? <진/우맘>이라니.-.- 누가 봐도 딱 애 엄마로, 성별과 연령대를 묘하게 흐려서 신비한 아우라를 만들어 낼 수도 없고....그냥 여기저기 발에 걸리는 평범한 아줌마의 이미지만 딱! 떠오르는, 심심하고 맹숭맹숭한 저 닉네임....(이 대목에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눈물지을 아영엄마님이 떠오른다. ^^;;;)
그렇다고 닉네임을 전격교체하자니....오프 공간에서야 원판 불변인 얼굴을 들이밀며 "나 이름 바꿨어!" 한다지만, 일일이 돌아다니며 "진/우맘이었던 사람입니다. 앞으로 <물장구 치는 은붕어>로 불러주세요...."라던가 "나, 오늘부터 <시커먼 비>다!!!"라고 외치고 다닐 수도 없고....-.-;;; 사실, 창의력 떨어지는 나로서는 세상의 멋진 이름들은 몽땅 누군가가 차지해 버린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다.^^
방법은 하나다! 어렵지만 보람된 길!!! <00맘>이라는 진부한 닉네임이 갖는 고정관념을 온몸으로 부딪혀 깨부숴 주는 것! 내 머리 속의 황당하고 기발한 부위를 최대한 열심히 자극해서, <진/우맘>하면 ~~의 엄마이기 이전에 멋진 여자, 근사한 사람이라는 새로운 고정관념을 꼭꼭 눌러 심어 주고, 거기에 부채질을 솔솔 해서 다른 <00맘>을 만나더라도 그 새로운 고정관념이 적용되도록 만드는 것!!!! ㅎ...ㅎ....쓰고 보니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해보지 뭐. 이제와서 100개 가까운 즐겨찾는 서재에 돌아다니며 "나 진/우맘이예요. 앞으로 <망고 상자>라고 불러주세요." 하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