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중간고사가 엊그제 끝이났다.
옆지기는 항상 아이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고, 목표달성에 대한 포상을 제시한다.
지난 여름에는 내가 해외연수중이었기에 제대로 휴가를 가지 못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범석이의 평균점수가 목표달성은 커녕 90점에 간신히 턱걸이 하면서 옆지기의 성질(?)을 자극한 점이 원인이었다.
이번 중간고사의 평균 목표점수는 범석 92점(1학기 보다 2점상향), 해람 95점(1학기 성적보다 1점 하향)이고, 포상은 제주도여행이 제시되었다.
옆지기와 나는 해람은 무난히 목표달성, 범석은 위태로 판단했다.
그런데 보기좋게(?) 두사람 모두의 판단이 빗나가고 말았다.
의외로 범석은 평균 97점(반 1등, 전교2등)으로 목표를 초과달성한 반면 해람은 93점으로 2점을 미달하고 말았다.
범석은 의기양양하여 한문제만 실수하지 않았어도 전교 1등을 할 수 있었다며 아쉬워 한반면 해람은 덜렁되다가 과학 2문제를 풀지도 않고 제출해 버리는 실수를 했다며 눈물이 그렁그렁이다.
그 바람에 다 잡았다고 생각한 제주도 여행이 물거품이 되고만 것이다.
이렇다 보니 억울한 것은 범석, 오늘 아침 일어나더니 조용히 옆에 와서 묻는다.
-범석 : 아빠, 해람이가 목표달성은 못했어도 성적은 좋은 데 제주여행가면 않될까요?
-나 : 글쎄, 목표가 설정되었으면 달성해야지 달성도 하지 않고 제주여행을 갈 수 있을까?
-범석 : 그냥 너무 아쉬워서 아빠 생각은 어떠신지 여쭤보는 거에요
-나 : 아빠야 뭐, 엄마가 가자고 한다면 언제든 OK다. 엄마를 설득해 봐라.
-범석 : 역쒸 아빠는 아빠고 엄마는 엄마네요.
-나 : 아빠는 그러실 줄 알았는 데, 엄마는 안된다고 하셨거든요, 휴우~~
-범석 : 대신 엄마가 올백 받으면 사준다고 하신 축구화를 사주시기로 했고,
해람이는 구두를 사주기로 하셨어요.
범석은 아쉬움을 감추지는 않았지만 축구화로 위안을 삼는 듯 했고, 옆에서 지켜보던 해람이는 구두를 받아 좋긴하지만 오빠에게 미안한 지 시무룩해 한다.
그래서 그래도 잘한 것이라고 토닥여 주면서 다음에는 조금만 더 잘해 보자고 위로해 주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옆지기에게 아이들 몰래 살짝 그냥 제주여행 가면 안될까 하니 버럭 화를 낸다. 에궁~~, 깨갱깨갱 아 예~예~예~!
목표달성 못했는 데 그대로 해주면 아이들의 목표의식이 사라진다나 모라나.
아이들 말마따나 역쒸 엄마는 엄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