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좋은 저작물을 쓰신 작가분께서 한 턱 내는 자리. 모 국문학 교수님도 같이 갔음.

인사동 이모집에서 갖은 안주와 함께 소주, 맥주...작가분이 중국에서 사온 '주귀'라는 50도 고량주.

2차로 자리를 옮겨 보드카에 자몽 주스를 섞어 마셨다. 한국, 독일, 중국, 러시아의 술을 모두 맛본

희귀한 경험.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택시비 손실 3만원, 오늘 하루종일 뱃 속은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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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ai2000 2006-08-31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솔로님 스타일로~ ^^

아영엄마 2006-08-3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도수도 높은 술들을 마시셨으니 속이 쓰릴만도 하십니다. ^^;;

상복의랑데뷰 2006-08-31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

jedai2000 2006-08-31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독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을 두 개나 마셨네요. 하루종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상복의 랑데뷰님...다시 술 마시면 제가 갭니다. -_-;;

2006-11-09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dai2000 2006-11-09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마케터가 정확히 뭘 지칭하는지 모르겠는데, 일반적으로 출판사에서 마케팅하고 영업을 주 업무로 하시는 영업자의 역할이라 봤을 때, 영역이 많이 다르죠. 책을 만드는 과정에는 거의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표지나 홍보 방향, 이벤트 내용 등에 관해서 회의를 같이 하는 경우는 있겠지만, 도서 기획이나 편집, 제작 등의 일에 관해선 일반적으로 별로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

답변이 됐는지 모르겠는데, 더 궁금하신 게 있으면 메일 주세요.

2006-11-10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dai2000 2006-11-10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별로 알려드린 것도 없는걸요. ^^ 혹시 질문거리가 있으시면 주저말고 주세요.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성심성의껏 대답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공부하세요~(노현정 톤으로) ^^

2006-11-13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15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24 0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름은 바다의 계절
이름모를 바다새가
푸른 하늘을 수놓고
반짝이는 모래 위로
날 따라오는 발자국
내가 만든 발자국이지만
내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대로
바닷가에 새겨진 또 하나의 풍경
파도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너의 둥근 웃음
 
요즘 '바다이야기'로 세간이 온통 떠들석하다. 다행히 내 이야기는 진짜 '바다이야기'이니 안심하기 바란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나고, 이제 여름이 끝나는 모양이다. 올 여름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것은 바다를 간 것. 본래 물을 좀 무서워하는 편이라 바다에 갈 일이 있으면 피하는데, 이번만은 따라 나섰다. 만리포였는데, 심지어 바닷물에도 들어갔었다. 물론 튜브를 탔지만. 짗궃은 친구 덕에 짠물도 먹고, 튜브 위에 둥둥 떠서 유람하듯 돌아다니기도 하고...너무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을 것같다.
 
인간은 누구나 중력의 노예, 발에 땅을 딛고 산다. 그래서인지 잠시나마 물 속에 떠 있을 때의 그 해방감이란 굉장했다. 아, 이 맛에 바다를 오는구나 싶었다. 역시 여름의 로망은 바다인 듯. 수많은 사람들, 가족들, 친구들, 연인들이 푸른 바다에 청춘을 실었다. 웃고 떠들고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그때 그 바다에 있던 사람들 중 집으로 돌아가면 다른 사람을 속이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는 나쁜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날만은 모두들 아이가 된듯 환한 얼굴로 웃느라 바빴다. 그 얼굴들이 너무 좋아 내년에도 바다를 찾을 것이다.
 
한바탕 물놀이가 끝나면 쉬 피곤해진다. 갈증으로 타는 목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이면 이야, 천국이 따로 없다. 올해 여름, 그 바다에는 대박을 부른다는 '고래'도 무서운 '상어'도 없었다. 그토록 무서워하던 바다와 마침내 화해를 했다고나 할까. 나로서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바다에는 많은 선택지가 존재한다. 바닷물로 들어가 저기 아무도 없는 지평선까지 나아가볼까, 모래 위에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써보는 것은, 달콤한 주스를 마시며 바다를 감상해볼 수도, 철지난 바다노래를 목청껏 불러보고, 마음 맞는 친구와 밤새도록 이야기는...이런, 벌써 하루가 다 가버렸네. 만리포에서의 짧은 휴가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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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23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그 바다이야기땜에 순수한 바다가 오염됐어요.
그나저나 밀려오는 파도 멋있네요^^

jedai2000 2006-08-24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거기다 왜 바다이야기를 갖다 붙이는지 원..
밀려오는 파도 사진 보니까 다시 바다 가고 싶네요. ^^
 



본격적으로 한여름에 접어드는 시기가 왔다. 개인적으로는 더위에 강해 뭐 그다지 걱정은 없다. 더구나 회사에 있으면 에어컨이 빵빵해 그리 덥지도 않다. 집에 올 때는 지하철에서 추울 정도로 냉방을 해주니 이거야 완전 더위는 물렀거라,다. 회사 윗분들께서 정말 고맙게도 나 집에서 더위에 건강 상하지 말고, 회사 나와서 시원하게 있으라고 휴가를 1일 밖에 안 주셨다. 눈물이 그냥 절로 난다. 이렇게 생각해주는 윗분들이 있으니 정말 일할 맛이 난다. 그런데 왜 눈물이 자꾸 나지...나 이러면 안 되는데...이제 안 울라고 했는데...T.T

 

하기야 일한 지 이제 반달 됐는데 휴가를 몇일씩 다녀오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고. 하루에 만족해야지 내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조직 사회의 부속품일 뿐인데...언제든지 대체가능한. (점점 시니컬해진다.) 아무튼 하루라도 최대한 보람되게 쓰려고 제현절 뒤에 붙여 4일 연휴를 만드는 등 생쇼를 하고 있다. 이제 어떻게 4일 연휴가 되긴 했는데 또 무엇을 할지가 문제다.

 

작년에도 3일내내 집에만 있었고, 별로 할 것도 없어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이리 빙글, 저리 빙글, 퍽퍽(뒹굴다 벽에 부딪쳤음). 이랬는데 올해도 재현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친구들을 모아놓고 휴가 계획을 짜고 있으려니 한 녀석이 말을 꺼낸다. 이 친구는 현재 평택 미군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미제앞잡이'다(우리끼리 놀리려고 하는 말이지 일체의 정치적 의미는 없다.본인 그런 거 무지 싫어한다). 암튼 인천 토박이 녀석이 평택가서 어지간히 심심했는지, 평택 자기네 자취방으로 놀러오라고 성화다.

 

황금같은 휴가를 냄새나는 친구 자취방에서 보내라고. 이건 정말 그리섬이 활약하는 라스베가스에서는 상상도 못할 이야기다. 그래도 그냥 거절하기 좀 미안해서, 거기 가야만 하는 이유를 대라고 시켰다. 논리적으로 말이다. 그러자 그 녀석이 한다는 말!

"야, 너 우리 집에 놀러오면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냉면하고 불고기."

"맨날 먹는 게 냉면하고 고긴데 뭘."

내가 시큰둥하자 어떻게든 꼬셔보겠다는 일념으로 녀석은 계속 주절댄다.

"야, 너 오면 내가 미군부대 '타코 벨'에서 타코 사다줄게. 너 타코가 어떤건지 알아? 너같은 애는 평생 가도 못 먹는거야. 평생."

 

평생, 평생...그 녀석이 보기에 내가 죽을 때까지 미국에 못 가볼 놈으로 보였나보다. 설마 죽을 때까지 그 잘난 타코 하나 못 먹어볼까. 지금이 70년대도 아니고, 마치 옛날 시골 초등학교에서 그나마 잘 사는 아이 하나가 파인애플을 들고와 자랑하며 '너는 평생 가도 이런 거 못 먹는다'하는 거랑 똑같지 않은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대명천지에 타코 하나 갖고...암튼 상처받았다.

 

그런데 정말 속상한 게 실제로 타코를 먹어보지 못했다. 이거 도대체 무슨 맛이야? 뭘로 어떻게 만들길래 이렇게들 난리인 것이야. 혹시 먹어보신 분들 있음 맛 좀 설명해주시길...그리고 혹시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가르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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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7-04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태원에 TACO 라는 타코집. ^^ 우리나라에 멕시칸레스토랑이 별로 없는 편이지요?

oldhand 2006-07-04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택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을 제다이 님의 모습이 문득 떠오릅니다. -_-;;

jedai2000 2006-07-04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이태원에도 있었군요. 그런데 물어보니 다들 왜 먹는지 모르겠다고, 한국 사람 취향에는 별로일 것이라는 말씀을 하시네요. 그래도 궁금한데...나중에 함 먹어볼래요. ^^

올드핸드님...제대로 보셨습니다. 올 여름은 평택에서! -_-;;
 



아직 제목은 안 나왔지만, 요즘 작업하는 책은 교양과학 에세이류의 책이다. 오랫동안 독일에서 과학기자로 활동한 작가의 다양한 과학 상식과 현대 문명 비판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학창 시절 '제물포(제 때문에 물리 포기)'로 활동했고, 지금도 과학 이야기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키고 있는 판국에, 상대성 이론, 물리학, 천문학, 심리학, 신경생리학 등의 온갖 잡학사전 같은 과학 이야기를 접하니 사실 정신이 좀 가출한 상태다. 그렇지만 작가가 알기 쉽게 일상 생활의 예를 사용해 조근조근 잘 설명하고 있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지간히는 이해하고 있다.

 

그중에서 소개드리고 싶은 것 두 가지가 있으니...그중 한 가지는 잠에 관한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현대인에게 있어 가장 부족한 건 '피로를 푸는 능력'이라고 한다. 지난 100년 사이에 우리의 수면 시간은 적정 시간인 9시간에서 7시간 30분으로 줄었다고 한다. 솔직히 7시간 반 자는 분도 몇 명이나 있나. 본인은 6시간이 약간 안 된다. 사정은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잠을 많이 자는 건 사치라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그 시간에 일을 해야 한단다. 가공할 효율 지상주의라 아니할 수 없다. 잠을 많이 자는 게 왜 사치인가, 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몸은 항상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당장 잠을 줄인다고 쓰러지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 댓가를 치룬다고 작가는 경고한다. 어느날 팍 쓰러진다거나 결국 자기 남은 생명을 깎아 먹는다는 거다. 충분한 수면으로 피로를 푸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생명체인 인간에게 있어 필수적인 일이다. 다른 동물들은 자신의 잠자는 시간을 통제할 수 없지만, 인간만은 그게 가능하다. 다시 말해 잠의 양, 자는 시간, 깨는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란다. 이것이 바로 비극의 씨앗인 셈이다. 잠을 통제하는 능력이 없다면 현대인의 만성 피로와 활력 부족, 건강 부진의 상당 부분이 개선되었을텐데 말이다.    

 

한마디로 건강을 생각하면 잠을 줄이는 건 결코 좋은 게 아닌 것. 그런 이유로 적정 시간인 9시간 정도는 자 줘야겠다고 생각했지만...나같은 경우는 9시간을 자려면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 시간인 밤9시에 바로 자야 한다..-_-;;; 그나마 자는 시간이 아까워, 책읽고 웹서핑하고, 별짓을 다한다. 하루중 완벽하게 내 시간이라 할 수 있는 시간은 밤9시부터 밤12시까지 고작 3시간. 결국 책 한 페이지라도 더 읽으려면 잠을 줄일 수 밖에...우리 현대 직장인들 정말 너무 피곤하게 사는 것같다. 도대체 삶의 질이라는 건 어디로 갔을까? 건강까지 해쳐가며, 그 좋은 잠까지 버려가며 아둥바둥 살아봐야 끝이 다 좋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 이럴 때는 그냥 모든 걸 버리고 은거해버리고 싶다. 내가 좋은 곳도 봐뒀다. 전라남도 보성에 깊은 계곡이 있다. 작은 호수도 있고. 그곳에서 배를 띄우고 사랑하는 우리님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일평생을 사는 것이다.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 그댈 위해 노래하겠소~" 맘 맞는 여자만 있으면 바로 은거 들어가련다. 사람들이 왜이리 사느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 -_-

 

다음 한 가지는 '체벌'에 관한 것이다. 책에 따르면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와 유태인을 도와준 선량한 독일인들을 조사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어렸을 때 부모에게 자주 맞고 자란 아이가 학살자로 컸다. 간단히 말해, 부모에게 자꾸 맞으면 이 아이는 새로운 것을 능동적으로 시도하지 못한다고 한다. 혹시 잘못되면 맞을까봐 두려워서 말이다. 그래서 아이는 점점 수동적으로 변해가고, 또 폭력을 당연시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남의 고통을 내 것처럼 생각하는 마음, 동정심, 순수함 등이 모두 사라지고 폭력에 찌든 괴물이 된다는 것이다. 항간을 떠들석하게 했던 유영철 같은 연쇄살인범도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사이코패스라는 것은 감정적으로 죄책감이나 고통 등을 느끼지 못하는 정신병이다. 보통 어렸을 때 체벌을 많이 당한 아이가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범죄가 아이 학대다. 솔직히 아이를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이가 고통받는 걸 지켜볼 수는 없다. 태생적으로 그건 안 된다. 농담처럼 노상 말하지만 아이를 위한 좋은 동화도 꼭 쓰고 싶다. 아이는 사랑받아야 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오늘 당신의 아이에게 매를 들었다고 하자. 20년이 지난 후,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손자를 때리며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도 맞고 컸지만 아무 일이 없었어. 그러니까 이 아이도 괜찮아.' 당신과 당신의 아이는 이미 괴물이다. 괴물만이 죄책감 없이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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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 2006-06-22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잠도둑들>이라는 책이 있었죠.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면서부터 인류는 잠을 뺏기기 시작했다라는 흥미로운 과학서였는데, 그거와 일맥상통한 이야기군요.

jedai2000 2006-06-22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도둑>이라...에디슨만 아니었어도 인간들이 밝은 대낮에만 일을 할 수 있었겠죠? 한 5시쯤 퇴근할 수 있었을텐데..-_-;; 확실히 직장을 다니면 사람이 쫀쫀해지는 게 집에 1분이라도 빨리 가려고 갖은 수를 다 쓰게 되네요. ^^
 



지구촌이라더니 정말 요즘은 도처에서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교통과 기술이 발전하니 세계가 한마을이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 이런 세계화 흐름에 발맞추어 절친한 친구 한놈이 국제 연애를 하고 있다. 중국 유학중에 만난 여자와 1년 넘게 교제를 계속하고 있는데, 주로 화상채팅을 통해 관계를 지속하고 있단다.

 

그런데 어제 마침내 그의 중국인 여자친구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 녀석이 어찌나 보고 싶었던지 오전11시부터 전화해서 나오라고 성화다. 친구 여자친구와 처음 상견례하는 자리니 나가야겠다 싶어 어쩔 수 없이 준비하고 나가서 동인천에 있는 인천 제2국제 여객터미널로 나갔다.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그곳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배의 승객들을 통관시키는 곳이었다.

 

몇 시에 오냐고 물었더니 오후 2시 배란다. 하도 어이가 없어 왜 이렇게 일찍 불렀냐고 했더니, 집에서 가만히 기다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쯤되면 화를 낼 기력도 없어진다. 우리는 3시간을 꼬박 기다렸다. 의자에 앉아 미셀 위가 골프 홀을 도는 모습을 시작부터 끝까지 지켜보니 힘이 축축 빠진다. 멍하니 기다리는 것만큼 사람 지치게 하는 일이 없다. 담배를 한갑은 피웠나보다.

 

터미널 밖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말소리가 들려오길래 그쪽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머무는 곳에 중국 여인 두 명과 한국 남자 네 명이 있었다. 솔직히 무슨 사연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한국 남자들이 중국 여자 한 명을 잡아 끌며 어딘가로 데려가고 있었다. 다른 중국 여인은 끌려가는 중국 여인을 보며 애타게 무언가 말한다. 그러자 한국 남자 중 한 명이 '괜찮아. 괜찮아.' 하며 억지로 데려간다.

 

나는 원래 진부하기 짝이 없는 놈이라 뻔한 상상 밖에 하지 못한다. 돈을 벌러 온 중국 여자 두 명중 한 명밖에 필요가 없어 한 명은 내버려두고 가는 모양으로 보았다. 두 여자의 관계는 자매, 아니면 친구쯤 될 것이다. 한국 남자들이 데려가는 곳이 어딘지는 잘 모르겠다. 술집? 아니면 더 이상한 곳?

 

이별을 맞은 두 중국 여자는 구슬프게 울었다. 끌려가는 여자는 한참 멀리 사라지면서도 고개를 돌려 남은 여자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고, 남은 여자의 두 눈에도 눈물이 강물처럼 흘러내렸다. 마침내 저 멀리까지 사라져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 갈 때가지 끌려가는 여자는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마치 눈 속에 영원히 헤어진 자매 혹은 친구를 담아 두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남은 여자의 눈물은 강물을 넘어 바다가 되었다. 오래된 옛시구절이 떠올랐다.

 

雨歇長提草色多     비 갠 강둑에 풀잎이 이들이들,

送君南浦動悲歌     남포에 임 보내니 슬픈 노래 북받치네.

大洞江水何時盡     어느 제 마르오리 대동강 푸른 물,

別淚年年添綠波     해마다 저 강물에 이별 눈물 더 보태네.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많은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자유자재로 오고 가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크나큰 슬픔 역시 세계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일본의 슬픔, 중국의 슬픔, 미국의 슬픔, 태국의 슬픔 등이 들어와 떠돌고 있다. 슬픔만은 수출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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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06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상복의랑데뷰 2006-05-06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지상의 시인가요?

BRINY 2006-05-06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지상의 送人이군요.

jedai2000 2006-05-08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맞습니다. 슬픔만은 수출하지 않는 세계화였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상복의 랑데뷰님...밑의 브리니님께서 정확하게 설명해주셨네요.

브리니님...예. 제가 참 좋아하는 한시입니다. 읽어보다가 소름을 느꼈을 정도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