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바다의 계절
이름모를 바다새가
푸른 하늘을 수놓고
반짝이는 모래 위로
날 따라오는 발자국
내가 만든 발자국이지만
내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대로
바닷가에 새겨진 또 하나의 풍경
파도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너의 둥근 웃음
 
요즘 '바다이야기'로 세간이 온통 떠들석하다. 다행히 내 이야기는 진짜 '바다이야기'이니 안심하기 바란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나고, 이제 여름이 끝나는 모양이다. 올 여름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것은 바다를 간 것. 본래 물을 좀 무서워하는 편이라 바다에 갈 일이 있으면 피하는데, 이번만은 따라 나섰다. 만리포였는데, 심지어 바닷물에도 들어갔었다. 물론 튜브를 탔지만. 짗궃은 친구 덕에 짠물도 먹고, 튜브 위에 둥둥 떠서 유람하듯 돌아다니기도 하고...너무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을 것같다.
 
인간은 누구나 중력의 노예, 발에 땅을 딛고 산다. 그래서인지 잠시나마 물 속에 떠 있을 때의 그 해방감이란 굉장했다. 아, 이 맛에 바다를 오는구나 싶었다. 역시 여름의 로망은 바다인 듯. 수많은 사람들, 가족들, 친구들, 연인들이 푸른 바다에 청춘을 실었다. 웃고 떠들고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그때 그 바다에 있던 사람들 중 집으로 돌아가면 다른 사람을 속이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는 나쁜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날만은 모두들 아이가 된듯 환한 얼굴로 웃느라 바빴다. 그 얼굴들이 너무 좋아 내년에도 바다를 찾을 것이다.
 
한바탕 물놀이가 끝나면 쉬 피곤해진다. 갈증으로 타는 목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이면 이야, 천국이 따로 없다. 올해 여름, 그 바다에는 대박을 부른다는 '고래'도 무서운 '상어'도 없었다. 그토록 무서워하던 바다와 마침내 화해를 했다고나 할까. 나로서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바다에는 많은 선택지가 존재한다. 바닷물로 들어가 저기 아무도 없는 지평선까지 나아가볼까, 모래 위에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써보는 것은, 달콤한 주스를 마시며 바다를 감상해볼 수도, 철지난 바다노래를 목청껏 불러보고, 마음 맞는 친구와 밤새도록 이야기는...이런, 벌써 하루가 다 가버렸네. 만리포에서의 짧은 휴가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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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23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그 바다이야기땜에 순수한 바다가 오염됐어요.
그나저나 밀려오는 파도 멋있네요^^

jedai2000 2006-08-24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거기다 왜 바다이야기를 갖다 붙이는지 원..
밀려오는 파도 사진 보니까 다시 바다 가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