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제목은 안 나왔지만, 요즘 작업하는 책은 교양과학 에세이류의 책이다. 오랫동안 독일에서 과학기자로 활동한 작가의 다양한 과학 상식과 현대 문명 비판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학창 시절 '제물포(제 때문에 물리 포기)'로 활동했고, 지금도 과학 이야기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키고 있는 판국에, 상대성 이론, 물리학, 천문학, 심리학, 신경생리학 등의 온갖 잡학사전 같은 과학 이야기를 접하니 사실 정신이 좀 가출한 상태다. 그렇지만 작가가 알기 쉽게 일상 생활의 예를 사용해 조근조근 잘 설명하고 있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지간히는 이해하고 있다.

 

그중에서 소개드리고 싶은 것 두 가지가 있으니...그중 한 가지는 잠에 관한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현대인에게 있어 가장 부족한 건 '피로를 푸는 능력'이라고 한다. 지난 100년 사이에 우리의 수면 시간은 적정 시간인 9시간에서 7시간 30분으로 줄었다고 한다. 솔직히 7시간 반 자는 분도 몇 명이나 있나. 본인은 6시간이 약간 안 된다. 사정은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잠을 많이 자는 건 사치라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그 시간에 일을 해야 한단다. 가공할 효율 지상주의라 아니할 수 없다. 잠을 많이 자는 게 왜 사치인가, 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몸은 항상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당장 잠을 줄인다고 쓰러지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 댓가를 치룬다고 작가는 경고한다. 어느날 팍 쓰러진다거나 결국 자기 남은 생명을 깎아 먹는다는 거다. 충분한 수면으로 피로를 푸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생명체인 인간에게 있어 필수적인 일이다. 다른 동물들은 자신의 잠자는 시간을 통제할 수 없지만, 인간만은 그게 가능하다. 다시 말해 잠의 양, 자는 시간, 깨는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란다. 이것이 바로 비극의 씨앗인 셈이다. 잠을 통제하는 능력이 없다면 현대인의 만성 피로와 활력 부족, 건강 부진의 상당 부분이 개선되었을텐데 말이다.    

 

한마디로 건강을 생각하면 잠을 줄이는 건 결코 좋은 게 아닌 것. 그런 이유로 적정 시간인 9시간 정도는 자 줘야겠다고 생각했지만...나같은 경우는 9시간을 자려면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 시간인 밤9시에 바로 자야 한다..-_-;;; 그나마 자는 시간이 아까워, 책읽고 웹서핑하고, 별짓을 다한다. 하루중 완벽하게 내 시간이라 할 수 있는 시간은 밤9시부터 밤12시까지 고작 3시간. 결국 책 한 페이지라도 더 읽으려면 잠을 줄일 수 밖에...우리 현대 직장인들 정말 너무 피곤하게 사는 것같다. 도대체 삶의 질이라는 건 어디로 갔을까? 건강까지 해쳐가며, 그 좋은 잠까지 버려가며 아둥바둥 살아봐야 끝이 다 좋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 이럴 때는 그냥 모든 걸 버리고 은거해버리고 싶다. 내가 좋은 곳도 봐뒀다. 전라남도 보성에 깊은 계곡이 있다. 작은 호수도 있고. 그곳에서 배를 띄우고 사랑하는 우리님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일평생을 사는 것이다.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 그댈 위해 노래하겠소~" 맘 맞는 여자만 있으면 바로 은거 들어가련다. 사람들이 왜이리 사느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 -_-

 

다음 한 가지는 '체벌'에 관한 것이다. 책에 따르면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와 유태인을 도와준 선량한 독일인들을 조사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어렸을 때 부모에게 자주 맞고 자란 아이가 학살자로 컸다. 간단히 말해, 부모에게 자꾸 맞으면 이 아이는 새로운 것을 능동적으로 시도하지 못한다고 한다. 혹시 잘못되면 맞을까봐 두려워서 말이다. 그래서 아이는 점점 수동적으로 변해가고, 또 폭력을 당연시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남의 고통을 내 것처럼 생각하는 마음, 동정심, 순수함 등이 모두 사라지고 폭력에 찌든 괴물이 된다는 것이다. 항간을 떠들석하게 했던 유영철 같은 연쇄살인범도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사이코패스라는 것은 감정적으로 죄책감이나 고통 등을 느끼지 못하는 정신병이다. 보통 어렸을 때 체벌을 많이 당한 아이가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범죄가 아이 학대다. 솔직히 아이를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이가 고통받는 걸 지켜볼 수는 없다. 태생적으로 그건 안 된다. 농담처럼 노상 말하지만 아이를 위한 좋은 동화도 꼭 쓰고 싶다. 아이는 사랑받아야 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오늘 당신의 아이에게 매를 들었다고 하자. 20년이 지난 후,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손자를 때리며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도 맞고 컸지만 아무 일이 없었어. 그러니까 이 아이도 괜찮아.' 당신과 당신의 아이는 이미 괴물이다. 괴물만이 죄책감 없이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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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 2006-06-22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잠도둑들>이라는 책이 있었죠.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면서부터 인류는 잠을 뺏기기 시작했다라는 흥미로운 과학서였는데, 그거와 일맥상통한 이야기군요.

jedai2000 2006-06-22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도둑>이라...에디슨만 아니었어도 인간들이 밝은 대낮에만 일을 할 수 있었겠죠? 한 5시쯤 퇴근할 수 있었을텐데..-_-;; 확실히 직장을 다니면 사람이 쫀쫀해지는 게 집에 1분이라도 빨리 가려고 갖은 수를 다 쓰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