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으로 한여름에 접어드는 시기가 왔다. 개인적으로는 더위에 강해 뭐 그다지 걱정은 없다. 더구나 회사에 있으면 에어컨이 빵빵해 그리 덥지도 않다. 집에 올 때는 지하철에서 추울 정도로 냉방을 해주니 이거야 완전 더위는 물렀거라,다. 회사 윗분들께서 정말 고맙게도 나 집에서 더위에 건강 상하지 말고, 회사 나와서 시원하게 있으라고 휴가를 1일 밖에 안 주셨다. 눈물이 그냥 절로 난다. 이렇게 생각해주는 윗분들이 있으니 정말 일할 맛이 난다. 그런데 왜 눈물이 자꾸 나지...나 이러면 안 되는데...이제 안 울라고 했는데...T.T
하기야 일한 지 이제 반달 됐는데 휴가를 몇일씩 다녀오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고. 하루에 만족해야지 내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조직 사회의 부속품일 뿐인데...언제든지 대체가능한. (점점 시니컬해진다.) 아무튼 하루라도 최대한 보람되게 쓰려고 제현절 뒤에 붙여 4일 연휴를 만드는 등 생쇼를 하고 있다. 이제 어떻게 4일 연휴가 되긴 했는데 또 무엇을 할지가 문제다.
작년에도 3일내내 집에만 있었고, 별로 할 것도 없어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이리 빙글, 저리 빙글, 퍽퍽(뒹굴다 벽에 부딪쳤음). 이랬는데 올해도 재현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친구들을 모아놓고 휴가 계획을 짜고 있으려니 한 녀석이 말을 꺼낸다. 이 친구는 현재 평택 미군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미제앞잡이'다(우리끼리 놀리려고 하는 말이지 일체의 정치적 의미는 없다.본인 그런 거 무지 싫어한다). 암튼 인천 토박이 녀석이 평택가서 어지간히 심심했는지, 평택 자기네 자취방으로 놀러오라고 성화다.
황금같은 휴가를 냄새나는 친구 자취방에서 보내라고. 이건 정말 그리섬이 활약하는 라스베가스에서는 상상도 못할 이야기다. 그래도 그냥 거절하기 좀 미안해서, 거기 가야만 하는 이유를 대라고 시켰다. 논리적으로 말이다. 그러자 그 녀석이 한다는 말!
"야, 너 우리 집에 놀러오면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냉면하고 불고기."
"맨날 먹는 게 냉면하고 고긴데 뭘."
내가 시큰둥하자 어떻게든 꼬셔보겠다는 일념으로 녀석은 계속 주절댄다.
"야, 너 오면 내가 미군부대 '타코 벨'에서 타코 사다줄게. 너 타코가 어떤건지 알아? 너같은 애는 평생 가도 못 먹는거야. 평생."
평생, 평생...그 녀석이 보기에 내가 죽을 때까지 미국에 못 가볼 놈으로 보였나보다. 설마 죽을 때까지 그 잘난 타코 하나 못 먹어볼까. 지금이 70년대도 아니고, 마치 옛날 시골 초등학교에서 그나마 잘 사는 아이 하나가 파인애플을 들고와 자랑하며 '너는 평생 가도 이런 거 못 먹는다'하는 거랑 똑같지 않은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대명천지에 타코 하나 갖고...암튼 상처받았다.
그런데 정말 속상한 게 실제로 타코를 먹어보지 못했다. 이거 도대체 무슨 맛이야? 뭘로 어떻게 만들길래 이렇게들 난리인 것이야. 혹시 먹어보신 분들 있음 맛 좀 설명해주시길...그리고 혹시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가르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