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어보는 작가의 책이었는데 가독성이 굉장했다. 물론 이건 우사미 마코토라는 작가가 글을 잘 써서이기도 하지만 '수기' 형태의 소설만이 주는 몰입감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여름, 나는 사람을 죽였다'라는 첫 머리로 시작하는 소설과 '딩동, 택배 왔습니다' 하고 시작하는 소설 중 어느 것에 더 흥미가 쏠릴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다. 읽는 내내 누군가의 내밀한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호기심에 도저히 책장을 놓을 수 없었는데, 틈틈이 앞으로의 끔찍한 파국을 예감케 하는 서술이 들어가 결말까지 달음질쳐 읽을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친해진 생년월일이 같은 두 여자가 남긴 수기는 그녀들이 접하는 공통의 사건을 각각의 시선에서 묘사하면서 점차 빠진 부분을 더해가고 끝에 가서 결국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시킨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퍼즐은 두 여자의 '생년월일이 같다는 데서'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부분은 있지만 독자가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어둡고 비극적인 사연들도 넘쳐난다. 절대적인 빈곤과 시대적인 아픔 속에 잉태된 '독'과 '악'의 씨앗이 어떻게 세대를 넘어 발아하는지 통렬하게 그려내는 결말은 가히 압도적. 무엇보다 다 읽고 보면 수기 속에 은근슬쩍 남겨진 복선들이 굉장히 많음을 깨닫게 되는데, 차근차근 복기해서 하나하나 맞춰보는 쾌감이 짜릿했다. 여러모로 굉장히 교묘하게 잘 쓴 미스터리이며, 특히 2부에서 쇠락한 탄광 마을의 묘사는 공들인 취재가 작품을 얼마나 빛나게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가 될 것 같다. 여담이지만 2부에서는 탄광 마을의 일본 사투리를 번역가가 경상도 사투리로 번역했는데 네이티브 경상도인이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굉장히 수준이 높은 것 같다. 보통 사투리를 잘 모르는 작가들은 어미만 '~했노', '~했나' 식으로 처리하고 넘어가는데 이건 그 수준이 아니라 경상도 사투리를 곁에서 생생하게 듣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졸고를 집필할 때 사투리에 자신이 없어 아직까지 사투리를 쓰는 인물을 등장시킨 적이 없는데 만약 쓰게 된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4. <살인범 대 살인귀> - 하야사카 야부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