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 그날의 안경...
3년전 쯤의 일이다. 친구들과 녹차밭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김보성군(-_-;;; 죄송합니다. 보성군입니다.)을 놀러 가기로 했다. 동기지만 재수해서 한살이 더 많은 L형이 마침 자가용 SM5가 있어 운전을 담당했다. 운전자 L형까지 네 명이 타고 가는데, 뒤에 앉은 내가 느끼기에 뭔가 이상했다.
가만히 보니 룸미러에 비친 L형의 얼굴에 안경이 씌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L형은 눈이 좋아 안경을 쓰지 않는다. 차에 타고 있던 4명 모두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나는 원래 쓰는데 그날은 자느라 벗고 있었다.)
안경을 아무도 쓰고 있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의 안경이 잘못 비춰진 것도 아니다. 내가 친구들에게 그 사실을 말하자 모두 룸미러를 확인했는데, 모두 보았다. L형의 안경을...다들 놀라워했다. 겁이 많은 필자는 소름이 오싹 돋기 시작하는데, 시니컬하기로 유명한 한 친구가 입을 열었다. 특유의 심드렁한 말투로...
"그거 참 흥미롭네. 이래서 사람들이 귀신이 있다고 하는 거구나. 이렇게 다들 헛것을 보니 말야.."
그 말을 시작으로 우리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원래 이런 상황에서 여자가 타고 있었더라면 비명을 빽 질렀을 것이고, 한 명의 비명이 전염되어 극도의 공포를 안겨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친구가 비명은 고사하고 진지하게 토론을 주도하니 우리들은 무서울 새가 없었던 것이다...-_-;;;
"집단 최면일 수도 있어..."
"빛의 난반사가 아닐까.."
그날의 토론은 가는내내 계속됐다..-_-;;; 룸미러에 비친 안경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보성에 도착하는 동안 그 안경은 한시도 사라지지 않았다...
두 번째 이야기...분신사바
이 이야기는 작년에 일어난 일이다. 친구들과 공원 숲 벤치에 앉아 캔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깜깜한 밤에 사람도 없어 분위기도 좋았다. 어쩌다 분신사바 이야기가 나왔다. 필자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 궁금해했었다.
이번 기회에 한번 해보자 싶어 역시 한번도 경험이 없던 친구와 해보기로 했다. 종이를 꺼내 반으로 나눠 <예>와 <아니오>를 적었다. 친구와 손을 잡고 시작할 준비를 모두 갖추었다. 주문은 친구가 외웠는데 그 녀석 목소리가 완전 주술사다.
정말 내가 귀신이라도 나오고 싶을 정도로 장엄하게 주문을 외우는 게 아닌가..
내가 물었다.
"오셨으면 <예>로 가세요..."
그런데 정말로 나와 친구 둘 다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예>쪽으로 볼펜이 스르르 밀려가는 게 아닌가. 처음 접한 나와 친구는 눈을 번쩍 뜨고 볼펜을 놓쳤다. 정말로 움직이니 당황한 것이다.
한번 더 해 봤는데 역시 또 볼펜이 <예>쪽으로 움직였다. 이거 진짜 되는구나 싶어 친구에게 말했다.
"야! 이거 진짜 된다. 이번에는 진지하게 물어보자. 올해는 여자친구 생길 수 있는지..-_-;;"
친구와 나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분신사바를 시작했다.
"오셨으면 <예>로 가세요." 했다.
그런데 볼펜이 아까와는 반대인 <아니오>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나와 친구는 싱거워져서 눈을 떴다. 그럼 그렇지. 될 리가 있나...
그런데 친구들의 표정이 어딘가 이상했다. 모두 겁에 질려 있었다. 시선을 내려 종이를 보니 볼펜은 <예>쪽에 가 있었다. 나와 친구가 눈을 감고 분신사마를 하고 있을 때, 다른 친구들이 밑에서 종이를 슬슬 움직여 <예>와 <아니오>를 반대로 바꿔 놨던 것이다. 결국 귀신은 왔고 <예>로 움직여 그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세 번째 이야기 ....궁극의 공포
친구가 면허증을 땄던 2000년도의 일이다. 친구는 초보임에도 아버지의 카니발 자가용을 끌며 기분을 냈다. 그는 말했다.
"야! 오늘 좋은 데 가자. 내가 운전할게..."
나는 그 친구의 차를 탔다. 음악을 틀고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어디 가지?"
"일단 고속도로 타자!"
고속도로로 진입한 순간, 친구가 비명을 질렀다...
"으악! 뒤가 안보여~~"
"야! 왜 그래애애애애애(긴박감을 강조하기 위한 에코 처리)!!!"
친구는 뒤가 안 보인다고 난리였다. 백 미러를 보니 정말 뒤가 안보였다. 알고 보니 그 친구가 백미러를 펼쳐 놓지 않은 것이었다..-_-;;; 카니발 자동차는 아시다시피 버튼을 눌러야 백미러가 펼쳐진다. 백미러도 안 펼치고(그러니까 뒤도 전혀 확인 안하고) 고속도로까지 온 것이다...-_-;;;
고속도로 한 복판에서 다른 차가 뒤에 어떻게 접근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달릴 뻔 했던 것이다...그날이 내 생애 가장 궁극적인 공포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