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본 각본가중 사카모토 유지가 있다. 인간관계의 미묘한 부분을 잘 잡아낸다.
최근 시작한 그의 작품 콰르텟(4중주)에서 네남여가 닭튀김을 먹는 장면에 이런 대화가 오간다.
남자 A와 여자 A가 닭튀김 옆에 놓여있던 레몬을 뿌린다.
그러자 남자 B가 화를 낸다.
"왜 묻지도 않고 뿌리죠? 개인접시에다 뿌리면 되잖아요. 한번 뿌리면 되돌릴 수가 없잖아요."
여기까지는 찍먹파와 부어파의 흔한 대결이다.
남자 A "그럼 '레몬 뿌릴까요?'라고 먼저 물으면 되는거예요?"
남자 B "아니 그건 뿌린다는걸 기정사실화 하는 질문이잖아요."
여자 B "'레몬 있네요'가 좋아요. '레몬 뿌릴까요?'는 '네'라고 대답해야할거 같아요"
뭐랄까 내가 생각하는 세련된 사람은 '레몬 있네요' 같은 말을 생각해내는 사람이다.
달변은 전혀 부럽지 않은데 가지고 싶다 저런 인식.
여자 B가 집나간 남편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여자B는 결혼한지 삼년째 될때까지 남편이 뭘좋아하나 살피며 요리를 한다.
남편이 닭튀김을 너무 맛있게 먹길래 자주 해줬다.
그런던 어느날 우연히 술집에서 근처에 앉게되어 남편과 직장후배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그녀는 닭튀김에 언제나 레몬을 뿌려왔는데 남편은 사실 레몬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에겐 단한번도 그런 말을 한적이 없는데.
그 순간 그녀는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단다.
과연 그것은 남편의 배려일까?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세요?'란 직장후배의 물음에
'사랑해, 그런데 좋아하지는 않아.'라고 답한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종종 일어나지만
그런 사람과 살아야한다는 건 꽤나 불편한 일일듯.
부부란 레몬을 싫어한다는 것보다 더 사소한 일을 숨긴 걸로도
영원히 멀어질 수 있는 헤어질 수 있는 가족이니까.
참으로 번거로운 관계라 그토록 성공하는 자가 드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