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모형은 안타깝게도 이시리즈중에 가장 심드렁하게 보고 말았다. 동시리즈의 드라마에 완전히 동일한 에피가 들어가기도 했고, 인형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시각화된 드라마와 잘 맞았다. 책값을 생각하니 가슴이.... 그래도 아래 모형만들기의 정의처럼 뭔가 이작가의 설명은 내가 절대로 생각 못할 방향인데 매우 적절하다.
"왜 모델을 제작하려고, 다시 말해 모방하려는 거죠?" (중략)
"맨 처음은 단순한 소유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요, 마음에 든 것, 멋진 것, 근사한 것을 내 곁에 두고 싶다. 하지만 실물을 살 수 없거나 혹은 이미 소실됐거나 소실되어가는 중일 수도 있어요. 그걸 붙잡아 간직하고 싶다. 그건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는 동기와 똑같을지 모르겠지만 역시 실물은 3D니까요. 게다가 만드는 행위라고 할까, 그 공작과정 중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일 수도 있고요.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자체에도 모형, 아니 창작의 모든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이 단계에까지 이르면 이미 첫 동기에서 조금은 벗어난 상태죠. 이유가 달라지는 거예요. 소유욕이 중심적인 동기인가 하면 역시 그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모형이 완성되면 제정신을 차리게 되거든요. 질려버리는 거죠. 이거 모순이죠? 완성이 됐는데 만족할 수가 없으니까요. 완성품을 바라봐도 역시 제작에 들였던 시간이랄까, 그때의 감촉이 떠올라요. 어떤 의미에서 완성품에는 그만한 기능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는 거죠. 결국 한창 만들고 있을 때에만 소유하고 있다는 실감을 느낀다. 어때요? 알겠어요?" (중략)
"으음, 간단한 말로 환원하자면 사랑의 행위예요." (중략)
"공작하는 순간은 섹스와 똑같아요. 완성한 뒤에는 뭐가 남죠? 아기? 달리 뭐가 있나요? 즉 그거뿐이죠? 근데 갖고 싶었던 건 그게 아니잖아요. 틀렸나?"
작가가 이공계쪽 석사인가 박산가라고 했는데, 이 시리즈 전반에 온갖 사물과 사회현상에 대한 정의들을 보고 있자면 사회학을 했어도 아주 참신하고 좋은 학자가 됐을거 같다.
이사카 고타로의 연애단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뭐랄까 이런 종류의 일본소설답게 소소하고 문득 따뜻한 이야기다. 하나 아쉬운 것은 너무 무난해 좀더 재기발랄해도 좋았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