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느즈막히 일어나 홍차를 우려 제일 좋아하는 찻잔에 따라들고, 쳐박아뒀던 한겨레21을 들었다. 딸아이는 동물농장을 보고 있고, 그걸 안들을려고 쓴 헤드셋엔 박효신의 야생화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글을 읽으며 음악을 듣는 종류의 인간이 전혀 아니지만 가족속의 고독을 만들기위한 조치다) 그런데 제일 앞 편집자의 글을 읽는데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해서 갑자기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박근혜나 최순실, 김기춘에게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꼼짝없이 가만히 있었을 '우리' 에게 서럽고 서러운 일이다. 상처다.
대학때부터 쭉 녹색평론을 구독해온, 내 머리속의 절반은 녹색평론이 만든 인간인바, 기본소득에 대한 언급은 좀더 절박해야한다고 본다. 얼마전 내 블로그에 찾아온 일베에게 내가 충격받은 것은 그 아이가 사람의 죽음을 대하는 기계적 자세였다. 순종하면 목숨을 잃으니 거리에 나섰는데, 거리에 나섰다고 사람을 때려죽였는데, 어떠한 동감이 없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쁜 일자리, 미친듯한 사교육 열풍, 절대로(석유혁명같은게 다시 일어나지 않는한) 줄어만드는 일자리... 불행한 시절이다. 이 불행은 인간이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고민하지 않는다면 점점더 커져만 갈 뿐이다.
당신의 완벽한 1년은 새해에 읽기에 완벽한 주제다. 삶에서 내게 소중한 것을 먼저 행하라. 좋은 이야기다. 나의 소중함은 '주말아침 늦잠후 책읽기'이지만 내 딸아이의 소중함은 '엄마가 일찍 일어나서 나와 놀아주기'라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삶이란 참 복잡한 것이다. 그래도 한가지 구태의연한 교훈을 다시 되새기니 남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평하는 말은 내뱉지 말자는 것이다. 이 부유한 유한층 남자가 어려서 엄마가 저를 버렸다고 마흔이 넘도록 사춘기적 정서를 유지한 것에 대해 나는 다소 빈정이 상했고, 행동력 강한 긍정몬스터인 여주인공의 조바심은 너무나 이해가 되지만 나역시 그런 인간이라 나의 약점을 보는 듯해 화가 치밀었으며, 아침드라마 못지 않게 남녀주인공의 만남이 아슬아슬하게 자꾸만 빗나가는 것에 짜증이 돋우기도 했지만, 술술 읽히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