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다.
무용가는 팝핀현준을 연상시키는 야광조끼를 입고 아코디언 연주자는 육중한 악기를 들고 현란하다 못해 혼미한 조명아래 선다.
빛, 소음, 인간의 속삭임, 으르렁 거림 온갖 소리들이 갖가지 템포로 들려온다. 연주자는 악기를 두드리고 으르렁거리고 발을 구르고 그 무거운 악기를 몸에 일부처럼 다룬다. 무용가는 아주 빠른 템포에 느리게 느리게 흐느적거린며 극은 시작된다. 문득 대학시절 나이트에서 탈춤추던 선배들이 떠올라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괴짜들이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서로에게 몸의 일부를 댄체 10분가량 이어진 춤이다. 아, 내가 연주자라면 나의 소리에 저렇게 기가 막히게 움직이는 몸을 보는게 경이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가 끝나고 긴 박수가 이어지고, 노신사분들께서 '이야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 난해하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들렸다. 그래도 생경한 음악에 절묘하게 맞춰 추던 몸짓이 오래 기억이 난다. 저사람은 자동차 경적에 맞춰서도 춤출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십여년전에 몸이 많이 불편하신 노무용가가 추던 살풀이가 떠올랐다. 이야 어떻게 어깨까지도 팔이 안올라는데 저렇게 박을 절묘하게 즈려밟아 출까 놀라웠다. 인간의 몸이 놀랍고, 잘춘다는게 무언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