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다.

무용가는 팝핀현준을 연상시키는 야광조끼를 입고 아코디언 연주자는 육중한 악기를 들고 현란하다 못해 혼미한 조명아래 선다.

빛, 소음, 인간의 속삭임, 으르렁 거림 온갖 소리들이 갖가지 템포로 들려온다. 연주자는 악기를 두드리고 으르렁거리고 발을 구르고 그 무거운 악기를 몸에 일부처럼 다룬다. 무용가는 아주 빠른 템포에 느리게 느리게 흐느적거린며 극은 시작된다. 문득 대학시절 나이트에서 탈춤추던 선배들이 떠올라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괴짜들이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서로에게 몸의 일부를 댄체 10분가량 이어진 춤이다. 아, 내가 연주자라면 나의 소리에 저렇게 기가 막히게 움직이는 몸을 보는게 경이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가 끝나고 긴 박수가 이어지고, 노신사분들께서 '이야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 난해하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들렸다. 그래도 생경한 음악에 절묘하게 맞춰 추던 몸짓이 오래 기억이 난다. 저사람은 자동차 경적에 맞춰서도 춤출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십여년전에 몸이 많이 불편하신 노무용가가 추던 살풀이가 떠올랐다. 이야 어떻게 어깨까지도 팔이 안올라는데 저렇게 박을 절묘하게 즈려밟아 출까 놀라웠다. 인간의 몸이 놀랍고, 잘춘다는게 무언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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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8-10-1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다녀오셨어요? SID 다른 공연도 봐야하는데 !!! 탈춤느낌인가요?^^

무해한모리군 2018-10-15 14:47   좋아요 0 | URL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았고, 굳이 하나 꼽자면 불후의명곡에 나왔던 팝핀현준이 떠올랐습니다 ㅋㅋㅋㅋㅋ
 

참 묘한 책이다.
이야기 자체는 1권이 더 재미있었고,
1권도 그저 읽을만하네 정도였는데
뭔가 등장인물들에게 기대가 생긴다.
이 친구들이 어떻게 자기 틀을 깨고 성장해갈지 궁금해진다.

대단한 상처들을 담담하되 무심하지 않게 받아들여주는 자세 탓일까? 
3권 나오면 또읽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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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8-10-1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쿠는 언제나 현재 시제라 한다. 오늘을 산다.
 

회사를 퇴사하는 친구들에게 건네는 나만의 리스트.

정작 본인들은 책선물을 반길지 모르겠지만, 벌써 여러번 같은 구성으로 선물한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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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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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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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에게 보낸 편지-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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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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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을 읽고 심장이 쿵하는 글을 오랜만에 만난다. 모든 리뷰를 그의 책에서 빼와 인용하고픈 욕구를 누르며, 이 책의 리뷰도 가능한 문장을 조각내 옮기지 않을 참이다. 한단락도 더하거나 빼면 무너지는 글을 쓰고싶었다는 저자의 뜻을 받아서.

=========
이런 일을 겪고 나는 무참해져서 이제부터 내 알량한 문학 공부는 슬픔에 대한 공부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느낌의 공동체>에서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으로 넘어왔다. 같은 화가의 다른 그림을 표지로 얹었는데, 그때는 그림 속의 배를 어떤 당신과 함께 타고 있었다고 여겼으나 지금은 내가 이르지 못할 슬픔을 가졌을 당신의 뒷모습을 그림 밖에 서서 바라본다.

서문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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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8-09-23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형철이 왜 싫었는지 까먹었으니 이 책 사봐야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8-09-27 15:11   좋아요 1 | URL
네 저는 좋았어요. 몰락의 에티카를 처음 읽었을때 내용을 떠나서 글을 쓰는 방식이랄까 이런게 감탄스러웠어요.. 저는 평론 이런걸 많이 읽어보지 못해서 참 신선하더라구요. 분명하고 깔끔한 글이라 건조할거 같은데 그 사람의 정서가 느껴져서요.
 

여러번 반복된 소재중 하나인 히틀러가 살아있고, 홀러코스트 생존자인 형사가 그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나치가 했던 생체실험도 등장한다. 작가의 글솜씨는 여전해 술술 읽히고, 영화처럼 시공간을 넘나든다. 역시 명절에는 이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는 작품을 읽어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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