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확실하다는 뉴스가 나오는 이때,

영화 주토피아를 본다.


미국에 한발짝 들어가 본 적 없지만 헐리웃 영화만은 꾸준히 봐온 내게

미국의 정신은 개척정신, 청교도주의, 다양성

아마도 이 모든 것의 시작인 아메리칸 드림.


작은 여자토끼는 큰 포식동물들만 하는 경찰이 되고 싶다.

경찰이 되어서 많은 동물들이 어울려 산다고 알려진 주토피아를 더 멋진 곳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 

토끼는 겁이 많고 머리가 나쁘다고 알려져 있는데, 물론 그건 이렇게 사회를 이루기 아주 오래전 어떤 동물로서 그랬다는 것이다. 


인간은 DNA가 아니다. DNA를 통해 인간을 감별하고, 범죄자를 식별해내는 영화의 끝이 언제나 말하듯 말이다. 실재 우리의 본능은 여전히 그렇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다른 존재가 되기를 꿈꾸고, 스스로의 생존을 헤칠 수 있는 선택도 때로 하고 만다. 인간, 신을 꿈꾼 존재들 아닌가.


아메리칸 드림은 깨졌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이민에 대한 거부감은 커지고 있으며, 백만장자 차별주의자 백인이 유력 대통령 후보가 되려하고 있다. 주토피아는 전혀 평화롭지 않다. 어울려 사는 것이 아니라 차별과 한계에 부딪히며 각자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가 테러로 두려움에 떠는 이 때 디즈니는 말한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총, 칼이 아니라, 엉뚱한 꿈을 꾸고, 스스로를 믿으며 도전하는 인간들에게 있다고. 그의 출신, 성별, 인종이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묻고 지지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만화의 남주는 단연컨데 디즈니 역사상 가장 매력적이다.

섹시하고, 똑똑하며 헌신적이다. 


누군가를 향한 믿음이 반드시 보상 받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내가 준 믿음이 상대방의 마음속에 무엇인가가 될 것이다. 우리는 그 믿음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정치인들이 민중을 믿는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 오늘 테러방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중지하면서 역풍이 불것을 우려했다고 말한다. 자신들은 똑똑해서 그법의 잘못을 다 이해하는데, 국민들은 선거가 지연되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해서 자신들을 손가락질 할 것이라는 것이다. 


민중을 믿고 대화하는 것이 정치다. 그런 정치라야 소수가 이기는 것이다. 가르치려들고, 수 읽기나 해서는 이길수가 없다. 몇 십년간 계속 같은 주장 행동을 한끝에 샌더스는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힐러리의 정책을 왼쪽으로 끌고오는 성과를 냈다.  


판타지로라도 우리 사회의 핵심가치를 찾을 수가 없다. 유교니 불교니 하는 오래된 것들은 낡았다며 던져버리고, 앙상한 가족주의의 깃발만 나붓긴다. 믿음이니 동무니 그리운 말들을 읊어본다. 정의롭다, 더불어 함께간다는 말은 얼마나 좋은 것인가. 자기자신 당명의 뜻이라도 헤아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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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2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말에 실로 몇년만에 당모임이라는 것에 나갔다.

후보자의 전화를 받고,

당성이라고는 1도 없는데

후보자가 전화를 하다니 정말 몇 명 없나보다 싶어서 

머리수 채우려고 나가보았다.


후보자를 포함해서 옛 386 또래 3분, 

나를 포함 비운의 imf세대 2명, 

삼포세대라 불리는 27살 대학원생 이렇게 모였는데,


선배 기살리러 나온 후배 모드의 나와(왜 나는 어디를 가나 이러는가 --;;)

당에 궁금한 것도 제안할 것도 많은 이십대(왜 나는 이러지 못하는가.... 슬픔)

생활정책 지역정책 등으로 후보자가 당선되었으면 좋겠는 선배세대들


뭐 우리 모두는 한명이라도 더 당선되었으면 하지만,

내게는 선거라는 공간에서 진보적 아젠다를 제시하고, 

견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케케먹은 생각이 바뀌지 않고

가능하면 공평과 정의의 문제로 귀결될수 있는 생활정책이 제시되었으면 좋겠다.


뭐 이런 얘기는 전혀 하지 않고 그날 내가한 비판적은 말은 딱 한마디였는데

'당명이 왜 이렇게 된거예요?' ㅎㅎㅎㅎ

역시 내게는 당성이 없다. 


다음은 일기에 늘 등장하는 팬질 얘기다.

제법 십여년 긴 팬질의 역사를 가진 자로서

영상도 만들어 보았고, 

판넬도 만들어 보았으며,

포스터도 만들어 보았다.


그래도 팬픽같은 낯간지러운 짓은 절대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는데,

(그런건 10대들이 해야 귀엽다)

출근하기 싫은 마음이 너무 간절한 나머지 새벽에 뭔가를 썼다.

아 진짜 이제 뭔가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선 느낌이다 슬픔.


글 첫머리엔 이런걸 붙였다.


"이 이야기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타이페이의 연인들에서 설정을 가져왔습니다" 


최근 읽은 연애스토리를 모두 끌어들여 이렇게 시작한다.


[차가운 증기가 얼굴에 맺힌다. 


'미친년']


호도협 트래킹에서 만난 사내에게 자신의 반지와 연락처를 전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에게 연락이 없다(타이페이의 연인들)

우연히 도착한 그의 나라의 광고판에서 자신의 반지를 소중히 목에 걸고 있는 그를 

발견하는 얘기(매디슨카운티의 다리) 

대사들은 새벽세시에서 가져왔는데 삼개국어로 말하는 이 부분이 

내가 쓰고도 가장 경악스러웠다.


아무리 회사가 가기 싫어도 이러지 않기로 한다.



자본론을 읽다를 다시 훑어본다. 이책은 쉽고 글자도 엄청나게 크며, 얇다. 요즘 내겐 이게 중요하다. 본격 자본론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 왜 자본론을 읽어야하는가에 대한 책이다. 고등학생이나 직장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이렇게 소심한 바보짓을 이어 붙이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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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2-2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자본론을 읽다를 장바구니에 담아두고요,

그 새벽에 썼다는 `뭔가`를 공개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진심 너무나 궁금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6-02-22 12:5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웃자고 썼는데.... 웃음이 필요하시군요 ㅎㅎㅎ
 

프랑스의 앙토넹 아르토에 따르면 '삶이란 물음을 남김 없이 태우는 것'이라고 한다. 

요즘 나를 사로잡은 질문은 이런 것이다.
왜 우리는 박근혜 정권을 선택했는가? 이다.
정치란 현재의 제약을 뛰어넘는 담대한 상상력과 그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여야 한다.
그런데 최근 내가 목도하는 정치는 법과 절차라는 최소한의 규제조차 무시되며 폭력과 협박으로 내달리고 있다. 

문제는 이 정권이 투표로 선택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가 해고를 어렵게하고, 복지를 늘리겠다는 입에 발린 거짓말을 하기는 했지만, 과연 그 말을 믿어서 지지한 것인가) 누군가 말했듯이 히틀러도 투표로 선출되었다. 미국대선에서 백만장자 트럼프의 주 지지층이 저소득 백인이라는 것 또한 놀랍다. 경제적으로 벼랑끝에 몰린 이들의 분노와 관심을 엉뚱한 화풀이 대상을 제시해 인기를 끄는 오래된 수법이 여전히 먹혀들고 있다. 아니 솔직히 좌절과 두려움이 너무 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후대에 의해 석유문명으로 불릴 우리 사회는 명확하게 한계지점에 와 있다. 우리는 경이로운 생산력 증대의 시기에도 생존이 위태로울 정도로 배곯는 자와 비만 질환에 시달리는 자가 공존하며, 가난한 자와 전쟁으로 죽어가는 자들의 피로 배부른 자들이 으스되며 살아가는 두려운 세상을 만들었다. 오래된 책들에서 답을 찾는다. 전운영 선생의 시선과 새로운 자본 읽기를 골랐다. 솔직하게 말하면 원인분석 따위는 필요없고 행간에서 약간의 희망을 발견하고 싶다. 


 


요즘 인터넷 글들을 너무 읽었더니 문장이 엉망이다. 해괴한 단어들이 옮아버렸다. 

처방전으로 마음에 드는 비극 두편을 골라본다. 왠지 칼의 노래는 읽고 팔아버리고 중고로 또 사고를 반복하고 있다. 다시는 안볼 것처럼 헤어졌다 뜬금없이 너무 읽고 싶다. 빨강의 자서전은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빨강괴물의 입장에서 노래한단다. 비극적 사랑이야기라니 취향이다.  


왠지 너무 슬픈 책들만 골라버렸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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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현대물 보다는 시대물을 주로 읽는다. 기이한 이야기들에는 관심이 없지만 자그마한 공동체가 힘을 모아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좋다. 열심히 일해도 항상 모자라는 형편이지만 정이 많은 사람들을 보면, 기저귀를 찬 채 뛰어다니던 어린시절 골목이 떠오른다. 나를 보면 언제나 우유를 쥐어주던 다방에서 일하던 언니는 무슨 사연이었을까. 그립다. 


괴수전의 괴물은 인간의 욕망덩어리가 뭉쳐진 어떤 것이다. 많은 이들이 말하듯 '원전'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우리가 가진 것보다 더 더 많은 에너지를 원한 끝에 우리는 원자력을 낳았다. 우리중 누구도 이 괴물을 묻을 방법조차 모른채 말이다. 작품 속에서는 괴물을 만든 자의 희생으로 종결을 짓는다. 현실은 그저 가난한 자들의 생명만을 앗아가고 있다. 배에 구멍을 낸 놈이 누군지, 어떻게 막아야 될 건지에 대한 궁리는 고사하고, 우리가 가라앉은 배 속에 함께 묶여 있는 지조차 모른 채 옆에 나보다 좀 편히 묶여있는 니가 미울 뿐이다.


가끔 한겨울 여자아이의 맨다리를 보면 스타킹이라도 사신기고 싶다. 그런데 주변에서 우유 꽤나 받아먹고 자란 나는 그런 인간이 되지 못했다. 여자아이와 나의 거리감이 사무치게 외로워서 자꾸만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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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6-02-1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에 오래 못갔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이런 리뷰밖에 나올 수가 없다.
 


사카모토 유지는 마음의 박히는 대사를 쓸 줄 아는 각본가다. 그가 쓰고 있는 드라마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광고회사에서 평범한 사무일을 보는 여자가 있다. 여자의 아버지도 경리 업무를 했고, 엄마는 평범한 주부였다. 학창시절 평범한 그녀의 별명은 그늘 이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남자와 잔 날 남자는 그녀에게 '배고파 삼각김밥 좀 사와' 라고 했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아득함에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없다면 나도 누군가를 특별하게 생각해주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인간이란 그렇게 살 수 없는 법. 매일 아침에 눈 뜨면 그 하루를 포기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그녀지만, 자살하려는 그녀를 구해준 청년의 품에 안겼을 때 그에게 그대로 계속 안겨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인간이란 살아간다는 걸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는 생명체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전철에서 사고가 나서 전차가 늦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철에 서 있는 사람들이 '쳇'하며 불평하는 것을 들으면 마음이 이상하다. 사람이 죽었다는데 겨우 출근 몇 분이 늦어지는 것에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마음이 무겁다. 그런 그 역시 묵묵히 줄을 벗어나지 않은채 내 삶을 지고 가는 것만도 벅차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스물 몇을 무엇인가에 늘 취한채로 살아왔는데,

몰두하지 않고는 삶을 감당해 낼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어떻게'가 아닌 '왜'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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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6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