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유지는 마음의 박히는 대사를 쓸 줄 아는 각본가다. 그가 쓰고 있는 드라마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광고회사에서 평범한 사무일을 보는 여자가 있다. 여자의 아버지도 경리 업무를 했고, 엄마는 평범한 주부였다. 학창시절 평범한 그녀의 별명은 그늘 이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남자와 잔 날 남자는 그녀에게 '배고파 삼각김밥 좀 사와' 라고 했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아득함에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없다면 나도 누군가를 특별하게 생각해주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인간이란 그렇게 살 수 없는 법. 매일 아침에 눈 뜨면 그 하루를 포기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그녀지만, 자살하려는 그녀를 구해준 청년의 품에 안겼을 때 그에게 그대로 계속 안겨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인간이란 살아간다는 걸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는 생명체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전철에서 사고가 나서 전차가 늦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철에 서 있는 사람들이 '쳇'하며 불평하는 것을 들으면 마음이 이상하다. 사람이 죽었다는데 겨우 출근 몇 분이 늦어지는 것에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마음이 무겁다. 그런 그 역시 묵묵히 줄을 벗어나지 않은채 내 삶을 지고 가는 것만도 벅차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스물 몇을 무엇인가에 늘 취한채로 살아왔는데,

몰두하지 않고는 삶을 감당해 낼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어떻게'가 아닌 '왜'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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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6 23: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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