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현대물 보다는 시대물을 주로 읽는다. 기이한 이야기들에는 관심이 없지만 자그마한 공동체가 힘을 모아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좋다. 열심히 일해도 항상 모자라는 형편이지만 정이 많은 사람들을 보면, 기저귀를 찬 채 뛰어다니던 어린시절 골목이 떠오른다. 나를 보면 언제나 우유를 쥐어주던 다방에서 일하던 언니는 무슨 사연이었을까. 그립다. 


괴수전의 괴물은 인간의 욕망덩어리가 뭉쳐진 어떤 것이다. 많은 이들이 말하듯 '원전'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우리가 가진 것보다 더 더 많은 에너지를 원한 끝에 우리는 원자력을 낳았다. 우리중 누구도 이 괴물을 묻을 방법조차 모른채 말이다. 작품 속에서는 괴물을 만든 자의 희생으로 종결을 짓는다. 현실은 그저 가난한 자들의 생명만을 앗아가고 있다. 배에 구멍을 낸 놈이 누군지, 어떻게 막아야 될 건지에 대한 궁리는 고사하고, 우리가 가라앉은 배 속에 함께 묶여 있는 지조차 모른 채 옆에 나보다 좀 편히 묶여있는 니가 미울 뿐이다.


가끔 한겨울 여자아이의 맨다리를 보면 스타킹이라도 사신기고 싶다. 그런데 주변에서 우유 꽤나 받아먹고 자란 나는 그런 인간이 되지 못했다. 여자아이와 나의 거리감이 사무치게 외로워서 자꾸만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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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6-02-1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에 오래 못갔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이런 리뷰밖에 나올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