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호평일색인 고지전을 보았다. 전쟁에 참여한 병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장기에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담고 있다. 더하여 전쟁이란 적을 역사를 가진 하나의 '인간'이 아닌 '괴물'로 보아야만 한다는 것도, 인간으로 보는 순간 한 인간을 소멸시킬 만큼의 명분을 찾기란 너무나 어려운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빼어났고, 고지전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우리나라 산악지형의 좁은 시야 속에서의 전투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작위적이고 밍밍한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일전에 읽고 여러번 리뷰를 쓰려다 실패한 차가운 피부가 문득 생각이 난다. 너무나 얇고 어디선가 읽어 본듯한 줄거리인데 읽고나니 머리속은 복잡하고 속도 약간 미쓱하다. 타자, 폭력, 집착과 사랑, 고독과 광기, 인간의 정의까지 많은 질문을 던진다.
이 책 속에 남자는 인간들하고 한 일년 떨어져 조용하게 고독을 씹으며 책이나 읽으려고 남극에 기상관으로 지원한다. 아니 그런데 이놈의 남극에 오자마자 자신을 공격하는 차가운 피부를 가진 바다괴물들과 매일밤마다 싸워야 하는 신세다. 죽이고 또 죽여도 그들은 또 나온다. 그러나 그가 미워하는 것은 진정 죽이고 싶은 것은 차가운 바다 괴물이 아니라 자신을 무시하고, 죽음앞에 내버려둔 전임 기상관이다! 인간이란 이렇게 복잡미묘하다.
뭐랄까 고지전에 인물들은 너무 전형적이다. 그들이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도 너무 단선이고 감정도 남북 모두 할 것 없이 모두 하나다. 그래서 인가? 여하간 결론은 차가운 피부를 여름나기용으로 추천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