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한결같은 일상.
내가 나이들어간다는 것만 빼고는 늘 한결같은 집안.
이곳도 무엇에게는 삶과 죽음의 치열한 현장이라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는 빈대, 이, 진드기, 파리, 바퀴벌레, 개미, 옴 등 우리와 집을 나눠쓰는 곤충(?)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친절하게도 이들을 커다랗게 확대해서 지금 이 순간도 내 눈썹위를 유유히 지나거나, 내 입속에 꿀꺽들어갔을 친구들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바퀴의 몸에 손을 대서 책장을 넘기는 담대함과 남들의 이목을 끌지 않게 조그마하게 탄식을 뱉을 자제심을 내게 요구했다.
두가지 다행한 점은 누구도 내 몸을 이렇게 확대해서 보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이 녀석들이 이렇게 작아서 이 순간 내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물주여 고맙습니다.
특별한 취미를 가질 돈도, 시간도, 의지도 없으신 당신. 일상음식들을 취미로 가져보는 건 어떠신가?
'오무라이스 잼잼'을 읽다보면 절로 입에 침이 고인다. 기름진 감자칩의 바삭거림, 소룡포의 얇은 피가 혀에 감기며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육즙의 느낌, 두툼한 돈까스, 막 한 흰쌀밥에 얹은 스팸의 향기!!!!
주말 우리집 일상음식은



떡뽁이, 가리비찜, 곤드레밥, 디저트(마노아님이 주신 과자접시 ㅎㅎㅎ)
먹는데 돈좀 그만쓰라는 신랑의 말이 왠지 공감이 된다 --;;
오늘 아침에 100년 기업이라는 프로그램에 일명 맥가이버칼이 방송되었다. 그 칼의 공장은 스위스의 한지방에 공장을 두고 지역주민을 고용해 만들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기업들은 귀히 대접받는 상품을 만들고, 그 기업 구성원들도 귀히 여겨주면서 긴 세월을 살아남았다. 문득 이렇게 인간이 가치없는 세상이 된 것은 우리가 만든 물건들을 우리가 하찮게 여기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물건들을 하찮게 여기기 시작한 것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필요이상의 것을 만드느라 큰 자원이 필요해 자연이 버틸수 없을 만큼 착취했고, 방사능 에너지도 필요했다.
건강한 삶은 비싼 음식이 아니라 적당한 양의 음식을 즐겁게 먹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고, 그것들 귀히 여겨주며, 검약하며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하찮게 여겼던 것들의 역공이 시작되는 지금이 바로 건강한 삶의 방식을 다시 생각해볼 기회다.
시금치도, 참나물도, 계란도 이제 먹을 수 없을 시절이 다가올지 모르니, 점심엔 시금치랑 참나물을 쇠고기볶음고추장에 비벼서 노른자가 반쯤만 익은 계란을 얹어서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