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과는 같은 문제로 자주 다툰다.
신랑은 나를 끊임없이 소비지향적인 인간으로 본다.
내 지출의 90%인 먹을 것 장보기, 주로 생협과 전여농 꾸러미, 유기농 업체 둘 정도를 이용한다.
신랑의 요지는 약 친 것 먹고 살지, 너무 비싸단다. (사실 신랑이 돈을 주는 것도 아니다)
약 친 것을 많이 먹으면 농가들도 약을 친 것을 많이 생산할 수 밖에 없고,
생협이나 전여농 꾸러미는 농가에 안정적인 수입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의가 있다.
결혼할때도 우리는 역시 많이 다퉜다.
나는 여전히 어른에게 드리는 물건은 예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비싸도 마음에 드는 주방용품이 여전히 좋다.
그래도 같이 사는 사람이 내가 그런 것 때문에 몹시 불편하고,
그 사람의 날선 말때문에 나역시 매번 몹시 아프다면,
내가 변하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오늘 꾸러미에 취소요청을 했고,
장보기를 앞으로는 신랑보고 하라고 했다.
경조사등을 신랑이 잘 챙길 수 있을 지 걱정되지만 어쩌겠는가.
아마 신랑은 딱히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것들에 큰 의의를 두는 사람이 아니다.
어린 시절 우리집은 엄마가 세 아이를 홀로 키우느라 휑 하기 이를데 없었다.
나의 가정은 조금은 더 정성스럽고 따뜻한 곳이 되었으면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일이라 빠르게 포기해야 되는 것도 있는 법이다.
바쁘고, 내 힘에 부치는 일이고, 나랑 같이 사람의 신경을 긁는 일이다.
결국 따스한 우리집이 아니라 자기애일 뿐이였던가보다.
그래도 나는 그냥 내 노력들이 안쓰러워서 눈물이 좀 날려고 한다.
이것도 자기연민이지. 어서 툭툭 털고 일어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