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과는 같은 문제로 자주 다툰다. 

신랑은 나를 끊임없이 소비지향적인 인간으로 본다. 

내 지출의 90%인 먹을 것 장보기, 주로 생협과 전여농 꾸러미, 유기농 업체 둘 정도를 이용한다.  

신랑의 요지는 약 친 것 먹고 살지, 너무 비싸단다. (사실 신랑이 돈을 주는 것도 아니다) 

약 친 것을 많이 먹으면 농가들도 약을 친 것을 많이 생산할 수 밖에 없고,

생협이나 전여농 꾸러미는 농가에 안정적인 수입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의가 있다. 

결혼할때도 우리는 역시 많이 다퉜다. 

나는 여전히 어른에게 드리는 물건은 예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비싸도 마음에 드는 주방용품이 여전히 좋다.  

그래도 같이 사는 사람이 내가 그런 것 때문에 몹시 불편하고, 

그 사람의 날선 말때문에 나역시 매번 몹시 아프다면, 

내가 변하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오늘 꾸러미에 취소요청을 했고, 

장보기를 앞으로는 신랑보고 하라고 했다. 

경조사등을 신랑이 잘 챙길 수 있을 지 걱정되지만 어쩌겠는가.  

아마 신랑은 딱히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것들에 큰 의의를 두는 사람이 아니다.  

어린 시절 우리집은 엄마가 세 아이를 홀로 키우느라 휑 하기 이를데 없었다.   

나의 가정은 조금은 더 정성스럽고 따뜻한 곳이 되었으면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일이라 빠르게 포기해야 되는 것도 있는 법이다. 

바쁘고, 내 힘에 부치는 일이고, 나랑 같이 사람의 신경을 긁는 일이다. 

결국 따스한 우리집이 아니라 자기애일 뿐이였던가보다. 

그래도 나는 그냥 내 노력들이 안쓰러워서 눈물이 좀 날려고 한다. 

이것도 자기연민이지. 어서 툭툭 털고 일어서자.


댓글(3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1-03-08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8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8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3-08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속상하겠는데요.
아무래도 집안 일이나 요리, 아기자기한 부분은 여자의 꿈인데
남자의 잣대로만 하면 안 될거 같기도 하구요. 음....
우리 신랑과 결혼하고 3-4년간 굉장히 안 좋을 때가 있었는데
시부모님 모시는 문제였어요. 저랑 너무 다른 집안이라 빈말로도 모시겠다는 말이
안 나오더라구요. 그런데 신랑은 그게 그렇게 서운하고 싫었나봐요.

결혼이란게 넘겨야할 고비가 많죠. 하지만......
저는 그래도 결혼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기쁜 일도 많이 생길거예요. 힘내세요.

2011-03-08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8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1-03-0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사랑예찬'을 읽었어요. 둘..이라는 숫자는 하나에 비해 무수한 공간을 열어놓는 숫자라는 걸 새삼 느끼는 중이죠. 타인을 온전하게 안을 수 있는 첫걸음이고 거기에는 무수한 장애가 있지만 사랑은 그걸 극복해서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하던데요..흠. 사실 말이 쉽다는 것...그래도 결국 가야할 길을 가야 하니까 혼자서 쉽게 포기하진 마세요..자칫 자신을 희생자처럼 여겨지게 만드는 수도 있으니까.. 뭐 이건 거의 제 독백이나 마찬가진데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3-08 16:32   좋아요 0 | URL
이런걸 오이지군과 타협할 수는 없어요.
오이지한테 나한텐 이런게 소중해 하는 식으로 설득을 하려하면 '너는 니가 산 거 먹고 살아, 나는 내가 산걸 먹고 살거야' 이런 식이거든요.
그냥 제가 받아들이거나 계속 싸우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람은 본인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게 너무나 옳다고 확고하게 믿어요.. 조금 잘못 건드리면 자존심 상해하기도 하고.. 그저 놓아버리는게 마음 편한 것들도 있는 법인듯해요.

2011-03-08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8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11-03-0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결혼하시기 전에도 이 문제로 글 쓰셨던 것 같은데...
근데 다른 것도 아니고 먹는거 가지고 뭐라고 하세요 그래 ㅠㅠㅠㅠㅠㅠ
그래두 너무 많이 포기하지는 마세요. ㅠㅠ 힘내시구요!!

무해한모리군 2011-03-08 19:09   좋아요 0 | URL
결혼전엔 간단했어요.
뭔가 비싼걸 먹을땐 제가 사면 됐어요.
제가 물건에 애착을 서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는거 같아요 ^^
아마 신랑입장에서는 이문제로 저한테 상처받은 것도 많겠지요.

다락방 2011-03-08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놓아버리는 게 마음 편한 것들도 있는 법이라는 말에는 저도 동의를 하긴 하지만 말이죠, 오이지군의 성격이 '본인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게 너무나 옳다고 확고하게 믿는' 스타일이고 그걸 건드려서 자존심 상해한다면, 항상 놓아버리는 건 휘모리님쪽이 되지 않을까요? 놓아버리는게 마음 편하다고 생각하는게 늘 한쪽이어서는 안될것 같은데요, 휘모리님. 어떤방법이 현명한지 제가 알지 못하니까 함부로 충고나 조언을 할 수는 없지만 전 늘 놓는쪽이 휘모리님쪽이 될까봐 그게 좀 염려스럽습니다.

그리고 하나마나한 얘기지만 부부든 연인이든 친구든 다투는건 늘 '항상 같은 문제' 죠. 늘 그래요, 늘.

무해한모리군 2011-03-08 18:27   좋아요 0 | URL
이 친구가 예민한 주제가 몇가지가 있어요.
자기 얘기 남한테 하는 것, 돈 얘기 뭐 이런것들.
또 워낙에 돈 문제는 예민한 주제기도 하지요.
건드리지 않는게 답인듯해요 ㅎㅎㅎ

문제는 내게도 이런 게 있고 내가 대놓고 이런건 터치안하면 좋겠다고 해도 무슨 소린지 몰라요. 확실히 남자랑 여자랑은 사회화 과정이 다른가봐요..

2011-03-08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8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8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9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1-03-08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요... 사람끼리 체질이 달라서 부딪히는 겁니다. ^^
그치만... 인간이 묘한 건, 다른 체질끼리 끌린다는 거죠. 젠장... ㅋㅋ
그게 삶의 오묘한 이치예요.
저도 아내랑 아들은 치약 가운데서 짜고, 저는 밀어내고 해요. ㅎㅎㅎ
18년째 밀고 있죠.
먹는 건, 잘 먹는 사람 쪽으로 포기를 하면 좋은데요. ㅎㅎ 먹고 살자는 거니까는...

무해한모리군 2011-03-09 08:57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제 생각엔 본인 집에서 처럼 음식이 뚝딱 하고 차려져 있고 치워지면 불만이 없을 거예요. 엄청난 설겆이와(본인 집에서는 설겆이가 밥그릇 밖에 없었다고 주장.. 어머니가 요리하시고 나서 설겆이 해놓으셨을거란 생각 절대 못함) 재활용 박스 버리기가 싫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어요ㅎㅎ 돈은 핑계일지도 몰라요.. 왜냐면 제돈으로 생활비 쓰거든요...

흠 그러니까 이십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거군요.. 아, 인생!

sslmo 2011-03-08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한창 신혼에 깨가 쏟아지시는 걸로 미루어,,,좀 이른 듯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2세 계획에 들어가 보심이 어떨까요?^^
오이지 주니어가 태어나면 싹 사라질 걱정들이네요.

저도 다락방님과 같은 의견이에요,
저도 늘 놓는쪽이 휘모리님쪽이 될까봐 그게 좀 염려스럽습니다~ㅠ.ㅠ

무해한모리군 2011-03-09 08:52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저는... 우리 신랑이 큰 아기인데 또 아기가 생기면 저는 어떻게 살죠? ㅠㅠ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요..

제가 좀 싸워보니까 이 친구는 살살 달래야지 뭐라하면 더 엇나가는거 같아요. 딱 일곱살짜리라니까요.. 그래도 너무 티나게 일곱살처럼 대하니까 또 자기가 애냐면서 뭐라그래요.. 흠.. 그러니까 티안나게 일곱살처럼 달랠 내공이 제게 필요한데 어려워요 ㅠ.ㅠ

울보 2011-03-0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자라온 환경이 다른 두사람이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룬다는것 참 힘든일이죠, 제일 힘든일이 먹는거라는데,,잘해결 되셨으면 좋겠어요, 옆지기도 저에게 불만이 많겠지요, 일년에 한번 연말정산 볼때 지나가는 말투로 툭툭 던지는데요, 어쩔 수없어요 살다보니 좀, 뭐 내마음도 이해할날이 오겟지요.내 반쪽이,

무해한모리군 2011-03-09 08:50   좋아요 0 | URL
저는... 너 늙으면 후회한다고 누누이 말해주지만.. 늙어도 후회 안하는 사람들이 엄청많던데욧!!!

어쨌거나 싸운 감정의 앙금이 생각보다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 이제는 좀 평화로운 방법으로 가보려구요 --

순오기 2011-03-09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드디어 화성남자와 금성여자의 면면이 드러나는 건가요?
놓아버리는 쪽이 공평하게 반반일 수는 없지만, 항상 놓아버리는 쪽은 행복하지 않다는 걸 서로 알아주면 좋겠네요.

무해한모리군 2011-03-09 08:48   좋아요 0 | URL
저희는 늘 싸워요 ㅎㅎㅎ
신랑은 크게 말한다고 주장하고 저는 화낸다고 깜짝 놀래고..
저도 처음에는 신랑이 크게 말하면 쓱 하고 사라졌는데 얼마전엔 용기를 내서 크게 같이 소리를 냈더니 소리치는 횟수가 줄었어요..
강공과 약공을 적절히 해야겠지요?
역시 누구한테건 약해보이면 안되는거 같아요.

감은빛 2011-03-1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꾸러미를 취소하신다니. 아쉽네요.
저희도 자주 싸우는 편이라,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두 분이라면 그래도 잘 해결하며 지내시리라 생각됩니다. ^^

무해한모리군 2011-03-12 19:52   좋아요 0 | URL
많이 싸우지만 어떤 합의를 향해간다기보단 서로 조금씩 포기해가는 듯 해요.
원래 그런거겠지요 ^^

개인주의 2011-03-21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
취향존중! 이 좋다고 생각함.

무해한모리군 2011-03-22 10:08   좋아요 0 | URL
한집에 살면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은듯 해요.
장을 따로따로 보고 음식도 따로 먹을 수는 없고,
그런다고 해도 제가 사치한다며 모라 할 거 같은데요 ^^

개인주의 2011-03-22 12:09   좋아요 0 | URL
다른 건 잘 모르겠는데 먹는 걸로 태클 들어오면
은근 심정 상하던데용..;;
고고씽님이 대인배인듯..
우린 먹는 거 간섭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까탈이 느껴질 때 그래도 좀 얄밉던뎅.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3-22 13:54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ㅎㅎㅎ
아주 어찌 교양을 하면 좋아질지 머리가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