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 호쾌한 복수극이라고 리뷰가 달려있다니 참 인간의 저마다의 느낌은 이다지도 다른가보다. 남의 느낌을 안다고 속단하지 말지어다. 나는 불쾌하고 무기력했다. 

 이영화 참 정직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주제를 붙잡고 간다. 주인공 김복남은 어려서부터 자그마한 섬의 남자들에게 성적으로 착취당하고,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리며 산다. 또 이 남성사회의 적극적 옹호자인 나이든 여자들을 위해 밭일, 물질로 몸이 부서져라 허드렛일 처리를 하고 있다. 배운거 없고 가난한 젊은 여자, 이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그녀가 있다.

 그녀의 어린시절 친구 해원은 은행에서 일한다. 깍쟁이처럼 내 일만 챙기면서, 남의 일에 끼어들지 않고, 손해볼 일엔 눈감으며 조심조심 살아간다. 그녀는 밑바닥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두려움에 떨며 살아보지만 결국 깡패에게 협박당하고 회사에선 짤리는 신세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순간 복남은 낫을 휘두르고 해원은 볼펜으로 목을 노려보지만, 복남은 섬에서 겨우 한걸음 벗어나기도 힘이 들고, 해원 역시 홀로 남겨져 섬이 될 뿐이다. 그녀들의 힘겨움을 도대체 어디에다 얘기할 수 있겠는가.   

아니 내가 설상 그런 누군가의 문제를 들었다고 치자.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는가. 세상 모든 문제의 근원을 파고들면 결국 마주하는 불쾌한 무기력감을 확인할 뿐이다..

 SOS 원숭이는 황당하다. 부업으로 악마를 쫓아주는 일을 하는 전자제품 판매원과 매사 논리를 따지고 드는 품질회사 관리담당이 주인공이다. 거기에 어느날 증세가 심해져 자기방에 쳐박혀 버린 청년, 편의점에 일하다 교통사고로 죽어버린 사내, 옆집 소음 때문에 졸린 나머지 오발주 사고를 내서 회사에 큰 손실을 입힌 회사원, 여자와 아이를 집에 가두고 학대하는 사내, 손오공까지 등장인물들의 작은 인연이 얼켜 서로의 삶을 변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별 상관없이 살아가는 이 사람들의 짧은 인연들이 서로의 삶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니 불교에서 그러던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것만해도 대단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일본에서는 다세대 주택에서 남매가 굶어죽은 채 발견이 되어 전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영화며 책에서 이런 소재가 반복해서 다뤄지는 것을 보면, 타인에게 거리두는 것이야 말로 이 시대의 대표적 특성이 아닌가 싶다. 한번 삐끗하면 낭떠러지, 누구하나 그지경에 처하면 손잡아 줄 이 없다는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그런 두려움과 외로움을 떨치려 온라인에 배설하거나, 훔쳐보거나, 잊어버리려 이런저런 유흥에 빠져보거나 말이다. 

 얼마전에 읽은 감성지식의 탄생에 보면 저자가 처지가 어려운 나이드신 분들을 위해 모금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이야기가 나온다. 그분들의 처지가 너무나 참담하고 어찌할 방법이 없어서 깜짝 놀랐다고 이야기 한다. 가난은 이 사람들의 삶을 꿀꺽하고 삼켜버려서 어찌 개선의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사회의 많은 약자들도(나는 그 바닥에 노인층이 있다고 본다) 나와 다름없는 사람이라고, 그들의 상황은 많은 부분 그들의 탓이 아니고, 우리사회는 이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게 아니라 자꾸만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책을 읽던, 이 책의 저자 같은 이가 많드는 훌륭한 프로를 보고 깨닫든  알고 있다고 치자. 저자는 아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알기만 해서는 불충분하다. 우리의 삶은 우리 생각보다 너무나 밀접하게 얽혀있어서 함께 살아가야 나의 삶도 구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도대체 어떻게해야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함께 살기를 할 수 있을까? 영화 속 해원처럼 바닥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그저 불친절한 사람이 되어버려서 무엇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다. 가족들한테라도 친절해야할까? 하긴 그것도 쉽지는 않다. 

 지금 읽고 있는 100인의 책마을에 은이후니님에 따르면 느리게 살고, 자발적으로 가난하게 살며, 보살피며 살아야 한단다. 정답인거 같은데 우리 사회에서 그러다 굶어 죽을까봐 무서운 게 사실이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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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9-08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못보겠어요,,,전.^^;;
"세상 모든 문제의 근원을 파고들면 결국 마주하는 불쾌한 무기력감을 확인할 뿐이다.."라는 말씀에 그저 고개만 주억거립니다.

오늘은 가을이 좀 느껴졌지요???

무해한모리군 2010-09-08 18:48   좋아요 0 | URL
네 아침에 출근하는데 쌀쌀했어요.

이 감독이 김기덕 감독 밑에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의 작품을 싫어해서.. 그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안봤을거 같아요.

2010-09-08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8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9-08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너무 오랜만에요.^^
김복남 살인사건...역시...보기가 두렵네요.
<감성 지식의 탄생> 이 책이 궁금하네요.^^

무해한모리군 2010-09-09 09:10   좋아요 0 | URL
음 혹시 도서관에 있으시면 빌려보세요.
슬렁슬렁 읽기 좋아요.

같은하늘 2010-09-09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오랫동안 안보여서 정말 궁금했어요.^^
제가 서재활동 못하는 사이 복귀하셨군요.
너무 반가워서 와락~~ㅋㅋ

무해한모리군 2010-09-09 09:11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반가워요.
아휴 요즘 정신이 없어서요.
글이 머리에서 손가락으로 빠져나오지를 않아요..
내년은 되야 완전 복귀 가능할듯 해요 ㅎㅎㅎ

머큐리 2010-09-09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복남...만 보면 '아찌', '앙마를 보았다'.. 올 여름 3대 잔혹영화를 마스터하는데..

무해한모리군 2010-09-13 12:11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짜 앙마 등은 보지 않았어요.
뉴스가 가장 잔혹한지라 --;;

노이에자이트 2010-09-09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영희 누나가 나오는 영화로군요.'추적자'에선 피해자였는데...

무해한모리군 2010-09-13 12:11   좋아요 0 | URL
서영희 누나 아주 연기를 잘하던데요 ^^

네꼬 2010-09-09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아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한데 그럼 뭘 어떻게 해야 될지 이따금 참 막막해요. 나도 일순간 가난한 노인이 될 것 같아서 무섭고. 그게 내가 노후자금을 착실히 모은다고 되는 일도 아닌 것 같고(대체 얼마를 모으냐?), 또 내 노후자금 모은다고 남들을 '모른척'하고 살고 싶지도 않고... 결국 대안은 모두 산으로 들어가자인가! 이쯤에서 일단 생각을 접곤 하죠. 천년만에 들어와 이렇게 공감되는 글을 읽자니, 더 자주 와야겠단 생각이..

근데 보아 하니 휘모리님도 오래간만에 등장하신 듯. 으하하. 반갑소! (응?)

무해한모리군 2010-09-13 12:12   좋아요 0 | URL
네꼬님 안녕~
어제 본 올리브 커트리지엔 이런 말이 나오더라구요.
배고픈걸 두려워하면 그모냥 그꼴로 산다든다 --;;

요즘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제가 사는 전세방이 안빠져서 얼마나 가슴앓이 중인지 ㅠ.ㅠ

2010-09-11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3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2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9-1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숭이, 저 작품 저도 갓뎀이었어요. 어찌나 재미가 없던지. 무슨 원숭이 새끼 한마리 가지고 그런 유치찬란한 상상력을 뿜어내겠다는 건지. 실험소설을 써 보겠다는건지. 작가의 의도를 모르겠더라구요. 읽다가 그만둘까, 하다가 혹 반전이 나오겠지..했는데..반전도 진짜 갓뎀이었어요. 시간 아까워 돈 아까워. 중고서점에 내다 팔아야지 하면서도 밍기적거려 제 값에 팔 수 있는 타이밍도 놓치고....흐미 소리가 절로 나오는 작품이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