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투런을 다 읽은 것이 어제밤 아홉시
뭐든 쉽게 감화 받는지라
(나는 사기꾼과 종교인들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나의 약한 고리 --;;)
인간의 몸은 장거리 달리기 선수로 설계되어 있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이키의 푹신한 쿠션이 몸을 망친다며 맨발이 최고라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당장 책에 나오는 발가락 신발을 검색해 보고, 생각보다 비싸서 기겁!
어쨌거나 다른 대안이 없어서 때가 꼬질한 나이키 운동화를 꺼내신고
집앞 공원으로 나섰다.
우와 그 밤에 사람이 버글버글.
이리저리 피하느라 뛰기가 버거울 지경이었다.
겨우 삼십분을 뛰고 헉헉,
편의점에서 물한병을 해치우고 집까지도 간신히 왔다.
겨우 쌀만 씻어서 전기 밥솥에 타이머 맞춰놓고 기절.
그래서 결론은 오늘 아침 여기저기 몸이 나른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침 밥상은 밑반찬에 새싹 비빔밥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나는 오늘 밤에도 달릴 수 있을까?
과연 십년간 신어오던 나이키를 벗고 딱딱한 신발을 신고 달릴 수 있을까?
(발가락 양말도 안신어봤는데 신발은 어떨까?)
쉽게 감화 받는 대신 쉽게 잊어 먹기도 하니
본투런의 약발이 이 여름이 끝날때까지만 유지되어
뱃살이 쬐끔만 들어가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