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없이 전철을 타는 걸 잘 못하겠다. 멀끔히 남을 쳐다보자니 미안한 일이고, 그렇다고 덜컹거리고 꽉 끼는 전철에서 잠도 안온다. 준비없이 나왔다 사당역에서 급히 책을 한권 샀다.
촌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작은책에도 글을 오래 연재했던 저자의 '그나물의 그밥' 먹고 사는 이야기다. 짧은 잡지의 한코너로 읽을 때는 재미있었는데, 막상 한권의 책으로 묶여나오니 조금 너무 심심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오늘 별로 친하지 않은 대학 후배의 부음을 들었다.
참 뜬금없다. 그 젊디 젊은 아이가 그렇게 아팠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살았다니, 조금더 너를 알 기회를 가졌으면 좋을텐데 마음이 시리다.
착한밥상이야기의 저자는 슬플땐 비빔밥을 배가 터지도록 먹는 거란다.
그래 오늘 저녁엔 바지락에 냉이 넣은 된장찌개를 끓이자.
찰보리밥에 엄마가 보내준 톳무침에다 무나물, 호박볶음, 취나물을 넣고 된장찌개에 비벼 먹는 거야. 허한 속이 꽉 차도록 슥슥 비벼먹자..
이젠 영영 놓쳐버린 인연, 이 좋은 봄날에 웃으면 눈이 반달이 되던 참 곱던 그 친구와 다시 잔디밭에서 한잔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