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없이 전철을 타는 걸 잘 못하겠다. 멀끔히 남을 쳐다보자니 미안한 일이고, 그렇다고 덜컹거리고 꽉 끼는 전철에서 잠도 안온다. 준비없이 나왔다 사당역에서 급히 책을 한권 샀다.   

촌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작은책에도 글을 오래 연재했던 저자의 '그나물의 그밥' 먹고 사는 이야기다. 짧은 잡지의 한코너로 읽을 때는 재미있었는데, 막상 한권의 책으로 묶여나오니 조금 너무 심심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오늘 별로 친하지 않은 대학 후배의 부음을 들었다. 
참 뜬금없다. 그 젊디 젊은 아이가 그렇게 아팠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살았다니, 조금더 너를 알 기회를 가졌으면 좋을텐데 마음이 시리다.  

착한밥상이야기의 저자는 슬플땐 비빔밥을 배가 터지도록 먹는 거란다. 

그래 오늘 저녁엔 바지락에 냉이 넣은 된장찌개를 끓이자.
찰보리밥에 엄마가 보내준 톳무침에다 무나물, 호박볶음, 취나물을 넣고 된장찌개에 비벼 먹는 거야. 허한 속이 꽉 차도록 슥슥 비벼먹자.. 

이젠 영영 놓쳐버린 인연, 이 좋은 봄날에 웃으면 눈이 반달이 되던 참 곱던 그 친구와 다시 잔디밭에서 한잔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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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3-20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태그가 너무해요.
비빔밥을 씩씩하게 비비다 보면 기분이 좀 나아져서 일까요. 눈물을 삼키며 비빔밥 비벼 먹는 장면을 그러고보니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본것 같네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부음을 들으면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려요.
기운 내셔요.

무해한모리군 2009-03-21 10:46   좋아요 0 | URL
살면서 누구나 겪는 일인데도 늘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거 같아요.

꿈꾸는섬 2009-03-20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빔밥 드시고 마음은 많이 좋아지셨나요? 후배의 부음이라면 정말 마음이 편치 않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03-23 08:05   좋아요 0 | URL
좋은 사람들과 주말동안 수다를 떨었더니 좋아졌어요 ^^

Forgettable. 2009-03-2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늘따라 (제가 정한)알라딘에서 같이 술마시고 싶은사람 중 1위자리를 확고하게 지켜주는 페이퍼만 찍어내주시는군요 허허

무해한모리군 2009-03-23 08:05   좋아요 0 | URL
오호 주당계에서 은퇴한지 몇년인데 아직 풍월이 남았군요 ㅎㅎㅎ

Alicia 2009-03-21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휘모리님. 어쩌면 좋을까 우리 휘모리님..

무해한모리군 2009-03-21 10:08   좋아요 0 | URL
여러분 저 안슬퍼요~~

후애(厚愛) 2009-03-2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보고 놀랐어요. 너무 걱정이 됩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3-21 10:07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누구나 삶은 짧은 소풍이니까요 ^^
이게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군요 죄송죄송~

[해이] 2009-03-21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지하철에서 책을 사시다뉘 ㅋㅋ
부음은 안타깝군요. 저도 세월이 가면서 점점 그런 부음을 많이 듣게 되겠지요.

무해한모리군 2009-03-23 08:07   좋아요 0 | URL
전철 타기전에 사는 책들은 많이 들어는 봤는데 안보던 가벼운 책들이 주를 이뤄요. 저도 이십대 후반부터는 상가에 갈 일이 많이 생기네요.

다락방 2009-03-21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비빔밥, 해 드셨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03-23 09:36   좋아요 0 | URL
네~~ 오늘 주말 자취싱글어른은 어찌먹나를 포스팅 하겠습니다 ㅎㅎㅎ

2009-03-23 0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23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23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23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