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별 연습

 

이 순간을 지나면

남은 것은 기억의 조각뿐,

삶이란 단지 기억을 짓는 일인가.

어제 나는 유서를 썼고

오늘 너의 조사를 쓴다.

 

사랑하는 이여, 너를 보낸 뒤

기억의 조각 모아 이별을 노래하는 건

네 사랑에 대한 내 사랑이 아니다.

 

나는 목이 메고 숨결이 가빠

다만 너의 이름을 부를 뿐,

애써 하늘을 본다.

거기에서도 너의 미소 피어 있다.

 

보낸다는 건

남은 기억을 마저 지우는 일인가.

 

상큼한 이별을 꿈꾸던 이여,

긴 이별에는 다시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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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네 현기증 때문에 지구가 돌고 있다.

빙글빙글 도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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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7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17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9月 16日

네 몸에서 찌꺼기를 걸러내려면

필요한 만큼 불편을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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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09-27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님, 자꾸만 불편해지지 않으려 안달입니다.
이 못난 인생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구제불능인 것 같아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오늘도 불편 속에서, 기꺼이 불편 속에서 흔들림없이 살게하여 주옵소서. 아멘.
 

금화터널을 지나며

 

매연이 눌어붙은 타일이 새까맣다

너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그 곁에 보 고 싶 다 썼고

나는 정차된 좌석버스 창 너머로

네 눈빛을 보고 있다

손가락이 까매질수록

환해지던 너의 마음

사랑은 숯검댕일 때에야 환해지는가

스쳐지나온 교회 앞

죽은 나무 몸통을 넘어 분수처럼 펼쳐지는

능소화

환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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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1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

바람결 2007-09-17 15:39   좋아요 0 | URL
체셔님의 '이별택시'덕분에 한 번 써봤어요.ㅎㅎ
추천 고마워요~^^

프레이야 2007-09-17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쓰신 시에요? 참 좋습니다.^^
사랑은, 숯검댕이일때야 환해지는 것, 능소화, 그 독이 연상됩니다.
환하지만 치명적인..

바람결 2007-09-17 19:53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혜경님^^
강형철님의 시를 제가 옮겨 적어놓은 거랍니다.
참 좋지요?

프레이야 2007-09-17 20:30   좋아요 0 | URL
참, 제가 오늘 몽롱하네요 ^^
위에 제목에 강형철,이라고 적힌 걸 못 봤어요.
맘에 와닿는 좋은 시입니다.
 

9月 15日

시련의 기간은

순은(純銀)에서 쇠똥을 걸러내는 용광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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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09-15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