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별 연습
이 순간을 지나면
남은 것은 기억의 조각뿐,
삶이란 단지 기억을 짓는 일인가.
어제 나는 유서를 썼고
오늘 너의 조사를 쓴다.
사랑하는 이여, 너를 보낸 뒤
기억의 조각 모아 이별을 노래하는 건
네 사랑에 대한 내 사랑이 아니다.
나는 목이 메고 숨결이 가빠
다만 너의 이름을 부를 뿐,
애써 하늘을 본다.
거기에서도 너의 미소 피어 있다.
보낸다는 건
남은 기억을 마저 지우는 일인가.
상큼한 이별을 꿈꾸던 이여,
긴 이별에는 다시 연습이 필요하다.
9월 17일
네 현기증 때문에 지구가 돌고 있다.
빙글빙글 도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너다.
9月 16日
네 몸에서 찌꺼기를 걸러내려면
필요한 만큼 불편을 견뎌야 한다.
금화터널을 지나며
매연이 눌어붙은 타일이 새까맣다 너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그 곁에 보 고 싶 다 썼고 나는 정차된 좌석버스 창 너머로 네 눈빛을 보고 있다 손가락이 까매질수록 환해지던 너의 마음 사랑은 숯검댕일 때에야 환해지는가 스쳐지나온 교회 앞 죽은 나무 몸통을 넘어 분수처럼 펼쳐지는 능소화 환한 자리
9月 15日
시련의 기간은
순은(純銀)에서 쇠똥을 걸러내는 용광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