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네가 온전함을 향해서 달려가지 못하는 유일한 까닭은

네가 이미 온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터무니없는 자만심보다 고약한 영혼의 질병이 없다.

네 눈에는 강물이 깨끗하게 보일는지 모르겠다만

나와 함께 자세히 보아라.

강바닥 덮고 있는 저 똥 무더기를.

 

11월 6일

이봐, 여우 군!

자네 그 비밀스런 이기심을

선행 따위로 처바르지 말게나.

선(善)을 쌓아두는 대신

불나방처럼 불 속에 뛰어들라고!

자네 사랑으로 하여금

자유로이 흐르게 하란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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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11-0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 5일에 더해,
당신 안에는 신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완전합니다.
그런데 완전합니까?

11월 6일에 더해,
선행으로 가장한 포만을 사랑이라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내가 펄펄히 살아있어, 온갖 허영과 이기로 치장된 선행은
오히려 악할 뿐입니다. 그저 당신이 먼저 사랑과 하나가 되어
'자유로이', 자유롭게 사랑의 바람이 되십시오.
 

고래를 기다리며

 

고래를 기다리며

나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

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

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면서도 기다렸지요

고래를 기다리는 동안

해변의 젖꼭지를 빠는 파도를 보았지요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는 그 바다가 바로

한 마리 고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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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11-0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림의 시간은 무언가를 염원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만 할 터. 그러니 기다림을, 그러다 지치겠지만 그래도 기다림을 마음에 두고 살지어다.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이에게 주님의 축복이 임하리라.
 

11월 3일

우리  손을 잡으시어

우리로 하여금

우리 손에서 벗어나게 하옵소서.

 

11월 4일

아무 일 안하는 것은,

아주 짧은 순간에도 불가능하다.

더 좋게든 더 나쁘게든

우리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 안에 잉태된 운명인지라, 그래서

우리 안에 있는  의식이

바깥 세상에 표출되지 않을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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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11-0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 3일'에 더해,
얼마나 간절한 기도인가. 그 분이 '우리' 손을 잡으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우리 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이다. 종교의 가르침이 바로 이 세 줄 기도에 오롯이 담겨있다.

'11월 4일'에 더해,
늘 무엇인가를 해야하는 인간이므로, 그러므로,
삼가 조심하고, 염려하시라. 당신의 허탄한 신화를.
 

11월 1일

마음과 몸이 그분의 다스림 아래 있다.

그분은 나를 한 순간에 열매로 만드시고

다음 순간에, 껍질로 만드신다.

내가 콩밭 되기를 그분이 원하시면

순식간에 나는 푸른색이다.

내가 거칠어지기를 그분이 원하시면

어느새 나는 누렇게 시든 내 모습을 본다.

지금 나는 환한 달이지만

다음 순간이면 캄캄해질 것이다.

그분은 그런분이시다.

 

11월 2일

제가 저를 하나님께 바치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자는

티 없이 맑은 거울이 아니다.

그는 새 한 마리 못 잡는 사냥꾼이다.

이른바 그 '자유 의지'란 놈을

너한테서 깨끗이 추방하라.

모든 행위의 주인이 하나님인 줄을 알라.

그때 너는 참으로 자유롭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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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11-0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 1일'에 더해,
마음과 몸이 그분의 다스림 아래 있는데,
아담과 하와는 나무 그늘 아래로 숨어들었다.
감추고 싶지만 감출 수 없는 사실이 있는 법.
피하지 말고 직면할지어다!
그래야만 그분은 '원하시는대로' 우리를 바꾸어주신다.

'11월 2일'에 더해,
'자유 의지'란 말만큼 달콤한 속임수는 없다.
진정한 자유란, '자기의 이유를 아는 것'이라고 쇠귀 선생님은 말씀하셨다는데,
그렇다면 진정한 자기는 바로 자기가 없다는, 그러므로 모든 행위의 주인이
바로 그분이심을 인정하는 것이다.
인간의 자유 의지를 논하는 자들을 보라. 그보다 먼저 낮아져야한다는 사실을
바벨론의 인민들은 이미 보여주지 않았던가.
 

10월 26일

티끌이 바람에 날리며

장난치고, 베일을 만든다.

속임수 마술이다.

 

이 모든 분주한 현상들이

사실은 빈 껍질들이다.

씨는 숨어 있다.

 

티끌은 바람의 손에 들린 도구다.

티끌로 된 눈이 티끌을 본다.

바람을 보는 눈은

그것과 전혀 다른 눈이다.

 

 

10월 31일

운명을 믿지 않는 것이, 믿지 않는 자들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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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11-06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월 26일 더해,
현상계에 주목하는 이들에겐 여하한 현상을 만들어낸 숨겨진 씨앗이 보일리 없다.
동학에서는 불연기연이라하여 보이지 않는 질서를 언급한 바 있는데,
사람들이 숨겨진 질서보다는 드러난 현상에 주목하니, 오늘날의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
돈의 꼴은 참 인간의 꼴이 아니다. 참 인간의 꼴은 영에 있으니,
당신 얼굴, '얼의 골짜기', 얼골을 색경에 한 번 비추어보라.

10월 31일에 더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운명이라함은 천지기운의 명령이니,
그걸 믿고, 고대로 따르면 된다.
싫으면 그만이다. 그것도 운명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