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사회 -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충동인류의 미래
폴 로버츠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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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휴일도 없이 매일 쉬지 않고 일을 한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면 쉬지 않고 번 돈으로 주거비와 공과금등을 지불하고, 기타 소비를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달을 쉬지 않고 일을 한다. 그렇게 또 한 달이 지나면... 가끔은 어쩌다가 현대문화가 이렇게 인간을 챗바퀴 돌리듯이 돌리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왜 우리는 이런 문화 속에서 쉴틈없이 달려가고 있을까 생각을 한다. 달리는 것을 멈추면 안될까? 아니, 멈추지 않더라도 잠시라도 앉아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이라고 하면 안될까?


그럼에도 사회는 점점 더 극단으로 향해가고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보수층들은 이런 경쟁 사회가 자유주의의 이상이라며 찬미한다. 그들은 몇 가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가 최고의 이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하고, 혹여나 이런 사회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은 다른 색깔?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고 배척한다. 그럴수록 진보층들은 더욱 더 이 사회의 운영방식에 불만을 품고, 그 불만을 극단적으로 표출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들 역시 극단적인 개인주의에 사로잡혀 정치적 운동이나 사회 운동으로 이런 사회의 모순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결국 사회에는 내부적인 불만과 극단적인 대립만이 넘치게 된다. 어느 사회든 내부에서 이런 불만들과 극단적인 대립이 쌓이면 파국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 역사적인 진실이지만, 지금은 누구도 이런 진실을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당장 하루를 먹고 살기 위해 달려야 하는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의 현실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근시안적인 눈을 가지고 있는 근시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이런 근시안적인 모습은 단순히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다. 폴 로버츠가 쓴 [근시사회]라는 책에서는 현재 미국의 근시안적인 사회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먼저 이 책은 어떻게 미국사회가 이렇게 근시안적인 소비사회가 되게 되었는지를 언급한다. 저자는 미국사회가 근시안적인 소비사회가 되게 된 것을 '헨리 포드'와 '앨프리드 슬론'의 영향으로 본다. 헨리 포드는 포드자동차를 통해 처음으로 생산성 혁명을 일으켰다. 그는 기존의 수작업으로 생산하던 자동차를 벨트식 공정을 통해 더 많은 양을 떠 빨리 생산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자동차 단가가 낮아지고, 사람들은 더 많은 자동차를 구입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다시 생산라인이 확장되고, 또 가격이 낮아지게 된다. 결국 소비의 확대와 생산력의 증가는 계속 순환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자동차가 무한대로 생산되자,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소비할 여력이 없어지게 되었다. 이미 자동차를 구입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다 구입하게 되었기에 생산력이 확대될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한 사람이 제너럴모터스의 사장 '앨프리드 슬론'이다. 그는 소비자들에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서 구입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까지 자동차를 구입하게 만들었다. 또한 자동차의 겉모습을 화려하게 만들어 자동차를 단순히 운송수단이 아닌, 계급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매 번 자동차 모델을 바꾸어 가며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소비사회는 단순한 필요에 의해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물건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의 욕구를 교묘히 조정하며 자신들을 성장시켰다.


연구자들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우리는 단지 새로움이나 지위 향상 때문만이 아니라 상처 받은 자존심을 달래기 위해서도 물건을 산다. 평범한 결혼 생활에 대한 실망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사무실 업무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지겹고 숨 막히는 순응적인 교외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이 들고 병약해서 받은 모욕감을 잊기 위해 우리는 무언가를 구입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사회학 교수이자 소비자 문화 초창기 비평가인 로버트 린드는 현재 소비재가 시장에 나와 소비되는 형태가 마치 약물치료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비재가 약물처럼 온갖 종유의 정서적 문제와 사회적 문제를 '조절'하도록 돕기 때문이다.(P42)


그럼에도 미국사회는 여전히 중산층들에 의한 소비형태로 성장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자 이런 중상층들까지 무너지며 사회가 양 극단으로 향하게 되었다. 1970년대부터 미국 기업들은 주주중심의 경영과 디지털 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형태를 띄게 되었다. 기존의 기업들은 기업에 이익이 나면 그것을 생산력 확대를 위해 노동력을 위해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업이 주가로 이익을 평가하게 되면서, 기업들은 이익이 날수록 더욱더 효율성을 극대화 하며 주가를 올리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되었다. 그리고 기업의 효율성을 위한 최고의 방법은 디지털 경영과 노동자 해고를 통해 지출을 줄이는 것이었다. 결국 미국에서는 고용없는 성장들이 이어지고, 중산층들이 붕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붕괴된 중산층들은 다시 중산층의 자리로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 점점 계층간의 사다리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억압적인 것은 다수를 이루는 하위 50퍼센트의 경제적 조건일 것이다. 코웬은 현재 상위 15퍼센트가 지금보다 훨씬 더 부우해지면, 나머지 대다수는 훨씬 더 가난해진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현재 아는 의미에서의 중산층이 사라지는 것이다. 즉 중간 소득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낮아지고, 다수의 빈곤층은 기본적인 공공서비스에도 접근하기 힘들어 지는 것으로, 그 부분적 이유는 부유층이 세금 인상에 저항할 것이기 때문이다. 코웬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예산에 맞춰 세금을 인상하거나 혜택을 중리기보다, 다수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을 떨어뜨려서 새로운 하위계급을 양산하게 될 것입니다."(P221)


저자는 이런 암울한 미국사회의 디스토피아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인들과 유권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제시한다. 미국 사회가 점점 개인중심적, 자아중심적이 되면서 이런 사회 문제에 자신의 열정을 소비하려 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 사회가 보수와 진보의 양극단으로 나뉘면서 이런 문제들이 정치적 대립으로 비화되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극단적인 정치싸움을 통해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결국 현재 미국사회에는 당장 자기 이익에 눈이 멀어 사회 전체가 무너져가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단지 현대문화의 자기중심적 성향이나 정치적 양극단의 문제 뿐만 아니라, 인간의 유전적 특성을 제시한다. 인간 뇌에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영역과 근시안적인 것만을 바라보는 뇌의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소비사회와 디지털문화는 점점 이 뇌의 근시안적인 영역만을 자극하게 되고, 사람들은 점점 근시안적인 시각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보수와 진보의 정치 세력이 자신의 당파의 이익만을 대변하지 말고, 공공 이익을 위해서 함께 타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공동체성의 회복을 통해 개인중심의 문화를 바꾸고, 공동체의 이익을 함께 고민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래 전에 내가 대학을 다닐 때 처음으로 '세계화'라는 단어를 접했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세계화와 글로벌스탠다드를 이야기 하며, 이것이 우리의 장미빛 미래인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그 후 효율성만이 진리인 것처럼 이 사회가 움직이게 되고, 효율성에 벗어나는 모든 사람들은 도태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미국의 문제를 우리가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과연 어떤 것이 옳은 것일까? 무엇이 해결책일까? 해결책을 제시하기에 앞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서로 공감하며 이야기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희망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아무도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거나 계획을 세우려 하지 않는다. 이 책의 표지어처럼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총동 인류'의 모습만을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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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22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시사회`, 오랜만에 보는 좋은 책이네요.

가을벚꽃 2016-02-22 11:12   좋아요 0 | URL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인데 리뷰로 그 생각과 느낌을 담기는 부족하네요. 리뷰를 쓰면서 글쓰는 한계를 느끼게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