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날 변화를 확연히 느꼈다. 방을 하나 청소하면 숨이 차서 좀 쉬었다가 다른 방을 청소하곤 했던 내가 쉬지 않고 청소를 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 밖에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꼭 해야 할 일과 약속이 없으면 나가지 않는데 "심심해서" 놀러 언니집에 갔다. 몸이 피로하지 않으면 집에 있으면 심심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요일엔 포항을 갔고, 거기서 2킬로 쯤 산행을 했다. 그런데도 아프지가 않다. 건강하다는 것은 얼마나 유쾌한 일이냐! 짧았지만 도대체 몇 년만의 산행이냐! 길을 걸으며, 버스를 타며 감사를 드렸다. 난 정말로 건강해지고 있었다. 이것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되기를 빈다. 아프지 않고, 지나치게 피로하지 않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오늘은 조조할인을 받고 영화를 봤다. 나는 완전히 청학동 사람 같았다. 영화관이 그렇게 많이 바뀌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아침에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순번표를 받아서 기다렸다가 표를 끊어야했다. 친구가 아니었다면 인파에 놀라 집으로 그냥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콜라와 물을 사고 하는 일도 너무 익숙하지 않은 일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휴일이라고 하지만 이럴지는 몰랐다. 바쁘게 움직이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시간이 멈춰진 곳에서 온 것만 같았다. 4년 넘게 영화관엘 가보지 않았으니 당연한 건가? 영화보다 영화관이 더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 인파 가운데 서 있었는데도 집에 와서 아프지도 않았다.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피로하지 않은 상태가 익숙하지 않지만 아주 좋다. 이것이 얼마나 기쁘고 좋은 일인지 몇 년 동안 피로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작은 언니도 이렇게 걸어도, 사람이 많은 극장에 가도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건강해져서 나처럼 이런 기쁨과 감사한 마음을 가져 봤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브랜든 베이스의 [치유, 아름다운 모험]에서의 치유가 정말 날 치유시킨 것 같다. 이런 치유를 공유하고 싶어진다. 뿌듯하고 기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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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16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관을 다녀오셨군요. 우오우오우오, 쫙쫙쫙! 피로하지 않으셨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나는 건강하다' 저 문장, 참 다부지고 싱싱합니다, 그려. 요즘은 한 가지가 더 늘어나 있긴 하지만 자전거, 책, 음반, 카메라가 제 재롱둥이가 되어 버렸어요. 그것들과 함께 무언가에 몰입하는 제 자신을 바라볼 때, 가끔 어떤 문장 하나가 스쳐가곤 합니다. 나는 행복하다, 감기 몸살 정도는 애교로 봐 줄 정도의 건강한 몸으로 순간순간을 누리며 살고 싶다..라구요. 그것도 오랫동안, 여유있고, 흔들림 없이..
이누아님두 오늘처럼 늘 건강하시길 바라봅니다, 부디! 그렇게 될 겁니다.

이누아 2005-08-16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게 될 겁니다. 감사해요. 만나는 사람이나 나무나 바람이나...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복돌님께도 감사하구요.

2005-08-17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