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어제부터 내린 비가 쉬지도 않고 지금까지 내린다. 때문일까? 술이 마시고 싶다. 아주 간절해진다. 1년 반이나 참아왔는데, 콜라를 사갖고 와서 마신다. 콜라는 술이 아니다. 맑은 빛깔도 아니고, 쓰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는다. 검은 액체가 목에 와 닿고 내 눈에 곧 맺힌다. 술은 아니 먹기를 참 잘 하였다.

오전에 나갔다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노귀재 노래를 듣는다. 어머니는 언니 49재 하는 절에서 지내고 계신다. 어머니의 얼굴은 작고 검게 변했다. 아버지와 작은 언니처럼 곧 사라져버릴까 두려운 마음마저 일었다. 하지만 다행히 절에 계신 후로는 얼굴이 차츰 나아지고 있다. 나도 어머니처럼 절에 가 있고 싶다.

가슴이 답답하다. 염불을 해도, 소리를 질러도, 울어도 가슴이 시원해지지가 않는다. 주먹만한 돌이 내 가슴을 누르고 있다. 내가 울면 눈물 위로 떠오르고, 한숨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럴 땐 진리가 내게 체득되지 못했음을 절감한다.

이번 주 금요일은 막재다. 스님께서 어머니에게 막재 전에 수요일부터 지장보살 정근 12만독을 권하신다. 나도 지금부터 해야 겠다. 미세한 바람만큼이라도 작은 언니에게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큰언니의 말처럼 나도 이렇게 우는 시간에 언니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그러자, 선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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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1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낯선바람 2005-07-1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전에도 님이 저랑 이름 같다는 걸 보고 반가워했었는데^^; 자기 이름을 부르며 독려하는 모습... 저도 가끔 제 이름을 불어봐야겠어요. 힘내세요.

로드무비 2005-07-1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시길...
저도 잠시 기도할게요.

니르바나 2005-07-11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이승에서의 인연을 놓으시고 이제는 편히 가시라고 기도드립니다.
아울러 사랑하는 가족들 마음도 편해지시길 빕니다.

혜덕화 2005-07-1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는 스님께서 먼저 돌아가신 도반 스님의 제자를 만났다. 서암 스님 그 제자에게
"너희 스님은 한번 가더니 오지도 않고....편지도 없고 전화도 없지?"
"예 스님"
"참 야속한 사람이다"
옆에 있던 시자가 여쭈었다.
"그러면 스님은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 다시 오시겠습니까?"
"그래, 공부 잘 하면 내가 오지"
서암 스님의 이글이 생각납니다.
미혹한 우리 중생에게 죽음이란 이렇게 냉정할 뿐입니다.
님의 슬픔이 불법 안에서 향연기처럼 퍼져 사라지기를 바랍니다._()()()_

이누아 2005-07-1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은 아침 기도를 마친 뒤입니다. 비도 개었나 봅니다. 계속 올 것 같던 비가 이렇게 그쳤습니다. 제 생명도 이렇게 그칠 겁니다. 누구나 말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슬픈 일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언니는 아픈 몸을 벗고 수행할 더 나은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일 겁니다. 저는 대체로 평온합니다. 염려 마십시오.

제가 힘들 때면 어디선가 우르르 나타나서 위로해 주는 님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