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어제부터 내린 비가 쉬지도 않고 지금까지 내린다. 때문일까? 술이 마시고 싶다. 아주 간절해진다. 1년 반이나 참아왔는데, 콜라를 사갖고 와서 마신다. 콜라는 술이 아니다. 맑은 빛깔도 아니고, 쓰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는다. 검은 액체가 목에 와 닿고 내 눈에 곧 맺힌다. 술은 아니 먹기를 참 잘 하였다.
오전에 나갔다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노귀재 노래를 듣는다. 어머니는 언니 49재 하는 절에서 지내고 계신다. 어머니의 얼굴은 작고 검게 변했다. 아버지와 작은 언니처럼 곧 사라져버릴까 두려운 마음마저 일었다. 하지만 다행히 절에 계신 후로는 얼굴이 차츰 나아지고 있다. 나도 어머니처럼 절에 가 있고 싶다.
가슴이 답답하다. 염불을 해도, 소리를 질러도, 울어도 가슴이 시원해지지가 않는다. 주먹만한 돌이 내 가슴을 누르고 있다. 내가 울면 눈물 위로 떠오르고, 한숨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럴 땐 진리가 내게 체득되지 못했음을 절감한다.
이번 주 금요일은 막재다. 스님께서 어머니에게 막재 전에 수요일부터 지장보살 정근 12만독을 권하신다. 나도 지금부터 해야 겠다. 미세한 바람만큼이라도 작은 언니에게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큰언니의 말처럼 나도 이렇게 우는 시간에 언니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그러자, 선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