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소가 온다 - 광고는 죽었다
세스 고딘 지음, 이주형 외 옮김 / 재인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왠지 책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시집이나 산문집을 연상시킨다. 처음 보관함에 넣을때쯤에는 시집이 아님을 알았지만 제목의 이미지는 나에게 있어 마우스를 클릭하게 만드는 첫째 요소였음을 부인할수 없다. 책제목부터 어딘가 주목할만하지 않은가.

저자 세스 고딘이 많은 소중 보랏빛 소를 선택한 것부터가 독특하다. 보라색이 주는 독특한 이미지뿐 아니라 마케팅의 5P ( Product, Pricing, Promotion, Positioning, Publicity, Packaging, Pass-along, Permission중 5가지로 일컬어진다)에 착안하여 보랏빛 소 ( Purple Cow) 를 채택했다. 또한 책의 초기 판매 단계에서 발췌 요약본을 잡지에 등재한후 배송료 5달러만 받고 원문을 발송하여 초기 독자층을 형성한 것이나 그 이후의 주문에 대하여 12권씩 보랏빛 우유팩에 묶어서 60달러에 보낸 위험한 발상 자체가 저자가 주장하는 퍼플 카우의 정의를 보여주고 있다. 언뜻 보면 위험하고 어리석은 발상같지만 그것이 바로 그가 주장하는 퍼플 카우이다. .

이 책에서 퍼플 카우와 더불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리마커블은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고,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한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의 마케팅 법칙이 안전하고 평범한 제품을 만들고 이를 위대한 마케팅과 결합하는 것이라면 퍼플 카우에 입각한 법칙은 리마커블한 제품을 창조하고 소수를 공략하라는 것이다. 제품의 입소문을 담당할 소수의 잠재 소비집단 ( 이책에서 스니저, 얼리 어댑터로 일컬어짐)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주목할만한 제품을 공급한다. 그 이후 집단인 다수 수용자 집단을 겨냥하는 것은 과거에나 통하던 방법이며 현재는 잠재 소비집단에 의하여 퍼져나간 제품이 살아남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얼마나 리마커블한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더 이상 광고하지 말고 혁신하라는 것이다

그럼 알라딘은 퍼플 카우인가. 내가 보기에는 퍼플 카우이다. 퍼플 카우를 만들어내기에 필요한 허락, 오타쿠,  스니저 집단을 보유하고 있다. 독특한 시스템인 서재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서재인들이 E-mail을 통해서 받게되는 새로운 책에 대한 정보에 대하여 그다지 부정적인 입장은 아닐 것이다. 서재의 댓글 정도로 인식하게 되는 행위를 통하여 암묵적으로 우리는 알라딘의 초기 마케팅에 동의하는 것이다. 책에 대한 오타쿠 또한 어떠한가. 다른 어느 곳과 비교될수 없을 정도의 오타쿠를 지닌 집단이 존재하며 그 집단이 바로 알라딘의 인터넷 서점으로서의 강점에 대한 입소문을 담당한 스니저 집단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얼리 어댑터에 대한 공략은 성공적이라고 본다. 이제 알라딘이 해야할 일은 퍼플 카우의 젖을 짜고 또 다른 퍼플 카우를 만들어내는 일인 것이다.

세스 고딘은 퍼플 카우가 되기 위한 방법론이나 전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정형화된 방법이나 전략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더 이상 리마커블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리마커블한 사고와 그러한 사고로 성공한 사례를 들려준다. 단순히 마케팅뿐 아니라  살아가는 문제에 있어 좀더 자신의 가치를 내보이고자 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리마커블한 책이라고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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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4-09-19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랏빛 소','리마커블'은 한마디로 "튀는 것"인가요?
구멍가게에서도 독특한 마케팅전략을 써서 성공하는 것 보면, 마케팅은 자본이나 능력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비상한 아이디어가 몫을 하는구나 싶어요.
동화만 많이 읽다보니 어려운 어휘에 긴장하고 갑니다^^;
(그나저나, 제게는 알라딘에서 아무 것도 메일로 온 적이 없는데, 남들은 뉴스레터다 뭐다 하고 받는다고 하던데요...메일을 안 받는 걸로 설정이 되어있나 확인해봐야겠어요.)

stella.K 2004-09-19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잉크님,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를 쓰셔서(이를테면, 퍼플 카우는 물론이고, 오타쿠니, 리마커블, 스니저니 하나도 모르겠어요. 각주를 다심이 어떠하올런지 ㅜ.ㅜ) 무슨 책인가 한참 봤네요. 마케팅에 관한 책이었군요. 근데 전 윤대녕의 소설집인가 했다는...이책 재미있을 것 같네요.^^

잉크냄새 2004-09-20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저도 저자의 의도를 나타내려다 보니 그 말들을 그냥 사용했어요.그렇다고 한글로 풀어쓰면 좀 이상하고요. 퍼플카우는 말 그대로 보랏빛소로 리마커블한 사고를 상징한다고 보시면 될것 같아요. 리마커블은 위에 정의한 대로입니다. 스니저는 재채기하는 사람의 원뜻처럼 새로운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는 구매자 집단입니다. 얼리 어답터는 초기 제품의 단계에 의욕적으로 신상품을 구매하는 집단입니다. 저도 마케팅에 대하여 잘 모르는지라 저자의 원어을 그대로 사용했어요.^^

미네르바 2004-09-1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저도 읽으면서 한참 긴장했다는...^^ 내가 살아오면서 모르는 말이 저렇게 많다는데에 잠시 위축되었죠. 저도 제목만 봐서는 소설집으로 착각했는데 너무나 생소한 단어에 그만 잠시 기가 죽었답니다. 재밌을까? 서점에 갈 일이 있으면 훑어 보았다가 생각해 보아야 할 책 같아요. 마케팅에는 그리 관심이 없거든요.

icaru 2004-09-20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퍼플 카우인가를 알라딘에 적용시켰네요... 근데...저는 스니저도 얼리 어답터도 아니네요...하지만...스니저와 얼리 어답터들의 영향력 휘에 있긴 하지만요...
스니저와 얼리 어답터는 멀리 볼 것 없이, 바로 가까이 ...있네요..요기 주인장님요..

잉크냄새 2004-09-2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이 진정한 스니저 집단의 선두주자죠. 전 스니저 집단의 영향력하에 놓여있는 소비자입니다.
 

행복의 비밀은 당신이 무엇를 잃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얻었는가를 기억하는데 있소. 당신의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훨씬 많다는 걸 기억하는 것이오.  < 지구별 여행자中 p43 >

 

그는 단순한 소똥철학자나 궤변론자가 아니었다. 그는 시종일관 내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 일을 배우라고 말하고 있었다. 고통이란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 지구별 여행자中 p43 >

 

결국 나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며, 생은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기 마련이라는 것, 자신의 시행착오를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시행착오라는 것, 따라서 자신을 괴롭힐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구루지는 내게 일깨워 주고 있었다.  < 지구별 여행자中 p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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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4-09-19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통이란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란 말...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기에, 거기서 오는 마찰이 고통을 불러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나에게 다가오는 일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 조금은 삶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저 책 아직 안 읽어 봤어요. 오래 전에 보관함에 넣어두긴 했는데... 류시화님의 글은 잠언처럼 오래 오래 생각하게 만들어요. 추석 때 한 번 읽어 보아야겠어요.

잉크냄새 2004-09-19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시화님의 글은 시집, 잠언집, 산문집등 이것 저것을 읽어보았는데 지금 읽고 있는 < 지구별 여행자 > 가 괜찮은 것 같아요.
자신에게 다가오는 일들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인다는 것 참 어려운 일일테지요.
 

중학교 시절 역사선생님은 일명 [ 민족주체성확립봉 ] 이라 불리는 흉기를 들고 다녔다. 당구대에 쇠줄을 감아서 만든 몽둥이였는데 지각을 하거나 시험문제 틀리면 거꾸로 물구나무를 선 채로  허벅지를 얻어터지곤 했다.  별명도 민족주체성이었다.

이 선생님의 역사 수업은 좀 독특해서 ( 아마 다른 학교도 그렇게 했을것 같다 ) 거의 모든 역사적 사실을 노래와 결부시켜 암기시키곤 했다. 우리는 항상 역사수업 시작하기 전에 노래를 불렀다. 그 당시 반장이었던 나는 문에서 망을 보다가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이면 신호를 보냈고 나의 신호에 맞추어 학생들은 구석기부터 조선말까지에서 한두곡 정도를 선택해 노래를 불러제꼈다. 수업시작전 노래를 부르고 있지 않으며 쪽지 시험을 본후 한차례의 푸닥거리가 있었기에 노래외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그런 수업방식의 영향인지 촌구석인 우리 학교의 모의고사 역사점수는 항상 강원도 일등이었다.

기억이란 참으로 묘하다. 특히 연상작용에 의한 기억은 오랜 망각의 세월을 뛰어넘어 무의식중에 찾아온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 엄마가 섬그늘에~ ] 하는 노래가 들리면 의식 저편에서 [ 상원군 검은모루 ~ ] 로 시작하는 구석기 시대 유적이 같이 떠오른다. [ 나리 나리 개나리~ ] 하면 [ 태정태세 문단세 ~ ] 로 시작하는 조선시대 왕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생각나는 몇가지를 적어본다.

1. 구석기 시대 유적 : [ 엄마가 섬그늘에~ ] 로 시작하는 [ 섬집아기 ]

상원군 검은모루 웅기 굴포리
단양군 수양개 공주 석장리
청원군 두루봉동굴 제주 빌레못
연천군 전곡리도 유적지라네.

2. 고려시대 왕 : [ 뜸북 뜸북 뜸북새 ~ ] 로 시작하는 [ 오빠생각 ]

태혜정광 경성목 현덕정문순
선헌숙예 인의명신 희강고원종
충렬충선 충숙충혜 충렬충정공민
우왕창왕 마지막왕 공양왕이라네.

3. 조선시대 왕 : [ 나리 나리 개나리~ ] 로 시작하는 [ 개나리 ]

태정태세 문단세 예성연중 인명선
광인효현 숙경영 정순헌철 고순종

4. 조선말기 역사사건 : [ 봄이 오면 산에 들에 ~ ] 로 시작하는 [ 봄이 오면 ]

1876 강화도 조약 불평등 조약
1882 임오군란 제물포 조약
1884 갑신정변 한성 텐진 조약
1885 거문도 사건 러시아 영국

그외에도 꽤나 많은 노래가 있었는데 다른 것은 별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 민족주체성확립봉] 으로 맞아야 기억날까 싶다. 위에서 적은 것중 왕들의 계보중 일부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것중 가장 아쉬운 것은 [ 독도는 우리땅 ] 으로 사절까지 만든 조선시대 사상가들의 책 이름이다. 일부만이 생각난다. [ ~안정복 동사강목 한치윤 해동역사 유득공 발해고 이긍익 열려실기술] 로 한절이 끝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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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4-09-1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무식하게 그냥 줄줄 외던 저랑은 다른 방법이군요.
저희는 노래고 뭐고, 외워!
한마디로 끝이었는데.;;

chika 2004-09-16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도 그랬습니다. 태정태세문단세에 가락이 있었다니.. 놀라울뿐이예요~ ㅡㅡ;;

水巖 2004-09-1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가 들어가니까 한결 외우기 쉬웁겠네요. 그런걸 무작정 외웠으니....

ceylontea 2004-09-1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런 저런 방법으로 외웠지요... 히히..
저는 화학의 주기율표... ^^
에헤사랑하는갈비씨는 네나마 알시피... 머 이러면서 외웠어요...
(H,He,Li,Be,B,C,N,Ne,Na,Mg,Al,Si,P...)

갈대 2004-09-16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노래로 외우면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 음악시간에 곡 빠르기를 노래로 배웠는데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라르고 렌토 아다지오 안단테 안단티노 모데라토 알레그레토 알레그로 비바체 프레스토'^^

진주 2004-09-16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석기시대 유적지를 저렇게 외우면 되겠네요!!
겨울방학땐 아이들과 역사공부를 하는데 무쟈게 도움되겠습니다^^
잉크님, 역사에 대해 좀 더 기억나는 거 있으면 또 올려 주세요.
추천하고 퍼갑니다.

sweetmagic 2004-09-16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다주귤 노노연 풀록초청바파 감남남보붉자~~~연~ 20색상환~~~
전~ 이거 외웠었어요 . 태극이가 바람에 ~ 펄럭입니다`~ 태극기 노래루요`~^^

잉크냄새 2004-09-16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우리 민족이 노래를 사랑하는 민족인가 봅니다.^^
실론티님의 주기율표는 저희도 다른 노래로 외웠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갈대님의 곡 빠르기는 산토끼 노래였던것 같아요. 스윗매직님의 태극기 노래는 활용도가 꽤나 큰 노래였죠.^^
찬미님. 아직은 더이상 기억나는게 없네요.^^ 나중에 독도는 우리땅을 한번 알아보죠...

soyo12 2004-09-17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갈께요. 음. 내년에 한번 써 먹게요. ^.~

미네르바 2004-09-17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중학교 때 선생님은 왜 저런 방법을 택하지 않으셨을까요? 그럼 제가 공부를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이라도 저 노래에다 맞추어서 공부를 해 보아야겠어요.

잉크냄새 2004-09-18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oyo님도 찬미님이나 미네르바님처럼 교육에 종사하시나 보군요.
한번 현대음악에 맞추어 재구성해보시는 것도 좋을듯 싶네요. 랩도 좀 섞어서...

icaru 2004-09-20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에...처음으로 식구들과 늦은 저녁을 하면서 대하드라마 <이순신>을 보았다지요... 저 아이가 원근이냐...유성룡이냐...함서...
다들...학교 때 배운 지식을 총동원...아는 척을 했더랬는데...
누군가..."이순신이...서얼 출신이다..." 그랬어요...그래서 문관 시험 못 보고 무관 밖에 못 오른거다...라고.. 그러자 또 누군가가..."무슨 이순신이 홍길동이냐? 그러게? "라고 맞받아치고...역사과목 일등인 학교에 다니셨던 잉크 님...진실은 무엇인지 아시나요?

잉크냄새 2004-09-21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때는 교과 과정에 이순신이 안나온것 같아요. -.,-;

icaru 2004-09-30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흣...글쿤요..
 

오 렴

- 백창우 -


사는 일에 지쳐 자꾸
세상이 싫어질 때
모든 일 다 제쳐두고
내게 오렴
눈물이 많아지고
가슴이 추워질 때
그저 빈 몸으로 아무 때나
내게 오렴
네가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방 하나 마련해놓고
널 위해 만든 노래들을 들려줄게
네가 일어날 때
아침이 시작되고
네가 누울 때
밤이 시작되는 이곳에서
너를 찾으렴
망가져가는 너의 꿈을
다시 빛나게 하렴

================================================================================

가끔 어둠에 밀려 뒷걸음질 칠때가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굳게 닫아걸고 해가 진후 지친 몸을 이끌고 열어제친 현관문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온 몸을 감싸오는 어둠에 떠밀려 일상에 익숙해진 거실의 풍경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올때까지 그냥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을때가 있습니다. 슬며시 들어가 불을 켜면 아쉬운듯 긴 꼬리를 감추어버리는 어둠이 괜시리 서글퍼 한참을 바라다보아줍니다.

내가 가야하는 곳이 어디인지 몰라 한참을 헤매이곤 합니다. 때론 그리운 사람에게로, 그리운 고향으로 그렇게 짧은 발걸음을 옮기고 그 포근한 온기에 젖어 일상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내가 자유롭게 꿈꿀수 있는 공간과 나를 위한 노래가 있는 곳을 안다면 사심없이 그곳으로 떠나고도 싶지만 이곳 뿌리를 내리고 사는 곳의 인연을 완전히 끊을수 없나 봅니다. 망가져가는 나의 꿈을 다시 꾸는 곳도 지금 이곳임을 알기에 앞으로 이곳의 모든 인연 더 소중히 사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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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4-09-14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들은 시를 쓰는 것을 어려워 하고 읽는 것도 어려워 하던데 저는 아주 쉽게 생각해요. 내 있는 모습 그대로 다 받아들여줄 사람이 필요하고, 때로는 내가 너의 상처와 아픔과 못난 것까지도 다 받아줄 수 있다고 담담히 말하는 것이 시라고 생각해요. 시를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위로받으면 시는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구요. 잉크님 오늘은 조금 쓸쓸해 보이네요. 그러나 좋은 시를 가슴으로 만나셨잖아요^^,

갈대 2004-09-15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시의 '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요.
어느 것도 쉽지는 않겠죠? 햇빛은 쨍쨍한데 바람에는 어느새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Laika 2004-09-1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치고 외로울때 저렇게 찾아갈 곳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 난 왜 누군가가 찾아와 쉴수있는 방하나 만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잉크님이 올리는 시들은 몇번씩 다시 읽게 됩니다.

잉크냄새 2004-09-15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찬미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시가 여백이 존재하는 이유가 독자를 위한 배려가 아닌가 해요. 시인은 사물을 바라보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한것 같아요. 나머지 여백을 어떻게 채워나가냐 하는 것은 순전히 독자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따라 갈대님과 라이카님마저 다가오는 가을 사색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글들을 남기셨네요.^^
 

기억력 감퇴라는 표현이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깜빡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사무실에서 누군가에게 업무적인 일로 전화를 걸었다가 다른 일만 실컷 떠들고 끊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다시 전화한다. 뒷주머니에 들어있는 지갑을 서랍속에서 한참을 뒤적이는가 하면 와이셔츠 주머니에 꽂힌 만년필을 책상위에서 찾고 있는 경우도 간혹 있다. 완전히 찾지 못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잠시후 허탈한 웃음과 함께 금새 기억을 되살리고 만다.

결정적인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곤혹스러운 경우도 있다. 처음부터 알지 못하는 전문적인 것이라면 스스로의 무지를 한탄하겠지만 너무나도 평범하고 단순한 단어가 머릿속에서 맴돌다 끝내 입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가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기억이 난다. 오래전에 만난 누군가의 이름도 그럴때가 있다.

얼마전 단어 하나가 생각나지 않아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병원에서 실시한 검사중 시력검사를 할때의 일이다. 간호사가 가르키는 글자를 하나 하나 읽어나갔다. 그러던 중 간호사가 물고기를 가르키는데 물고기라는 단어가 아무리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하다 입밖으로 나온 단어가 [ 생선 ] 이다. 간호사가 입을 막고 웃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덩달아 웃었다. 밥상위에서야 물고기를 생선이라고 한들 전혀 어색할 것이 없겠지만 병원 시력검사에서 생선은 아무래도 난처한 대답이었다. 나도 그냥 어색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기억력 감퇴는 누구에게나 있는 일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치매의 징조로 확대해석할 필요도 없지만 가끔은 스스로가 바보가 된 기분이 들때가 있다. 차라리 잊고자 하는 기억들은 생생하다. 작지만 행복했던 기억들은 오히려 금새 잊혀진다. 차라리 그런 기억이 오래간다면 더 행복할 일일 것이다. 기억력 감퇴에는 화투 패 맞추기가 효과가 있다는데 아무래도 화투 한매를 사야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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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4-09-13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생선은 참신하군요 ( __);;
저도 요즘 가끔 그래요. 사무실에서 심부름 시키면, 아, 네 했다가 잠시 딴생각하고는 뭘 시켰는지 잊어 먹죠.;;

icaru 2004-09-13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도 생선...하는 대목에서 웃었습니다...

stella.K 2004-09-13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선!" 귀여워요. 전 이미 잉크님과 똑같은 증상이 2,3년 전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특히 사람 매칭 안 되는 거 정말 무안해요. 저 사람은 언제 봤지? 분명히 아는데 하며.
기억력 증진엔 미역이 좋다는데요. 드셔보심이 어떠하올런지.^^

잉크냄새 2004-09-14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100점 만점에 90점짜리 대답이죠. 물고기 껍데기에 묻은 양념까지 보았기에 그런 대답이 가능했을지도....^^;; 기억력 감퇴가 있는 모든 분들과 미역국 마시면서 화투패 맞추기를 하면 효과가 극대화되겠군요.

진주 2004-09-1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 그 정도야 아주 괜찮은 수준이지요...저의 화려한 경력을 떠올리니 얼굴을 못 들겠군요 *^^* 저도 페이퍼 하나 올릴갑쇼?

stella.K 2004-09-1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좋죠!!^^

Laika 2004-09-14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다행이다. 나만 겪는게 아니였구나....^^

잉크냄새 2004-09-1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미님의 엄청난 내공을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라이카님의 내공도 만만치 않을듯 싶은데..^^

ceylontea 2004-09-14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생선...
저의 기억상실증에 비하면... 양호하십니다..
물고기 대신 생선이란 단어라도 떠오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