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삼미 슈퍼스타즈를 처음 안 것은 프로야구 세해째인 1984년이다. 박철순의 22연승에 버금가는 장명부의 시즌 30승의 대기록을 보유한 팀이었지만 스타 플레이어 하나 없는 삼미가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천과 강원을 연고지로 한다는 것외에는 어떤 주목할만한 관심이 가지 않는 팀이었다.
당시 학교에 친구끼리 결성된 야구단이 꽤나 있었다. 학교 문방구에서 파는 뽑기로 나온 선수스티커로 프로야구 6개구단을 완성하면 글러브 한개와 교환이 가능했다. 팀끼리 모여 스티커를 교환하면서 언제나 바닥에 버려지는 것은 삼미와 각 구단의 별볼일없는 선수들이었다. 특히 삼미의 스티커는 발에 밟힐 정도였다.
삼미가 프로의 세계에 뛰어들면서 그들의 평범한 삶이 꼴찌의 멍에를 쓰고 경쟁사회에 던져진다. 1위의 삶이 [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만큼 노력한 삶 ] 이라면 그저 [ 평범한 삶]인 삼미의 추락은 당연한 것이다. 경쟁사회에 내동댕이쳐진 평범한 일상이 낙오자의 대열로 추락하고 만다. 우승이 목표가 아닌 [ 야구를 통한 자기 수양 ] 이라는 슬로건 자체가 왠지 프로의 세계에 어색한 그들만의 목표였다.
시간이 흘러 2004년, 삼미는 다윈의 진화론에 충실했다. 해체후 청보를 거쳐 태평양,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대 유니콘스를 통하여 삼미는 프로라는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게 된다. 비록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만큼의 삶이라 할지라도 그 삶 또한 평범한 삶의 연속선상에 존재하는 삶이었다.
구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쓰리볼의 타자. 스트라이크를 마지막 공으로 맞이한 타자가 그 공을 볼로 고집하는 호기쯤 있어도 좋을것 같다. 그러나 [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 는 작가의 말은 어딘가 궁색하다. 우리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다. 절망이 아니라 체념이다. 절망적인 상황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덮칠수가 있다. 그러나 체념하지 않는 삶이라면 희망은 있다. 왜냐하면 우리를 퇴행하게 만드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절망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려는 체념이니까. 우리는 오늘도 공을 치고 잡기 위해 몸을 날린다. 그것이 진정 삶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