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 숨겨진 우리 술을 찾아서
허시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전통술 품평가인 작가는 우리땅의 사라져가는 우리술을 찾아 전통술에 얽힌 사연과 제조법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500여가지가 넘던 전통술이 일제하의 세법에 의해 밀주라는 단속하에 현재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술은 50여가지 정도이다. 1995년 이후 개인이 술을 담그는 것이 합법화되었으나 술의 증여나 거래는 불법이라는 어설픈 법조항에 막히어 아직도 밀주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통술연구회나 동호회에 의하여 조금씩 세간에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전통주의 특징은 가양주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과 김치나 된장과 같은 우리 고유의 음식처럼 발효주라는 점이다. 가양주란 한 집안에서 제조법이 대대로 내려오는 술로서 오랜 세월을 통해 한 집안의 부족한 유전학적인 요소를 보충하기에 적합하도록 변화되어오고 있다. 고승들이 고산병을 치유하기 위해 술을 빚어 곡차를 마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소주와 같은 희석식도 아니고 증류식도 아닌 우리쌀과 누룩의 배합에 의한 발효식이다. 된장, 김치와 같은 발효식이다. 그래서 작가는 전통주를 우리 고유의 음식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술 몇가지를 말하자면 백화주는 사계절 동안 산과 들에 피는 백가지의 꽃잎을 따서 말려 빚는 술로서 그 향기가 술중의 으뜸이요 절창이라 할수 있다. 잎새곡주는 과거시험 보기 전에 마시던 술로서 술기운에 오히려 머리가 맑아진다고 하니 백일주로 잎새곡주를 장려하는 교육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죽력고는 녹두장군 전봉준이 부상당해 압송되는 도중에 찾은 술로 유명한데 타박상에 특효가 있는 약술로서 최남선이 조선의 3대 술로 꼽은 술이다. 무술주는 퇴계의 도산서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보양주이나 개고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마시고 싶지 않다.

우리의 것을 찾는 것은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 전통 음식점에서 된장을 직접 담가 된장국을 끓이듯이 술 또한 빚어서 낼수 있어야 한다. 전통술이 사라지는것, 그것은 분명 우리 문화의 한 단면이 사라지는 것이다. 다짐컨대 술 취한 소리가 아니다. 

사족) 퇴계 이황이 가까이 두고본 < 활인심방> 에 나오는 구절이다. [ 술은 본래 피를 고르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석잔 이상 마시면 오장을 뒤집고 성격을 거칠게 만들어 미친 사람처럼 날뛰게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전통주를 사랑하되 다만 이것을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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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10-27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봉준이 압송 당하는 도중에도 약술로써 찾은 죽력고라는 술이 있다는 것이 참...혁명가를 대하는 그 당시 담당자의 자세가 인본이 갖추어진 사람 같습니다. 저는 술을 잘 못하지만 맛이 정말 궁금하군요...

잉크냄새 2004-10-2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나온 죽력고 관련 구절중에 < 어느 누구도 녹두장군을 위로할수 없던 순간에, 오직 죽력고만이 녹두장군을 위로한 것이다 > 라고 하더군요. 약술의 의미를 떠나서 마지막 가는 길동무로 죽력고를 부른 녹두장군의 마음이 아련하게 전해지더군요.

파란여우 2004-11-10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마이리뷰...축하 드립니다. 다 제가 추천한거라는 사실 잊지 마셔요!!^^

아영엄마 2004-11-11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리뷰 당선 축하합니다.(__)

잉크냄새 2004-11-1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