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촉촉히 내리던 비가 그쳤는가 싶더니 출장갔다가 돌아오는 고속도로위에서 차창을 후두둑 때린다. 맑은 하늘인데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드니 고속도로 위로 무지개가 솟아오른다. 도대체 얼마만에 보는 무지개던가! 까마득한 기억 저편에 남아있던 무지개가 다시 솟아오른 것이다. 무지개의 한쪽 끝이 고속도로 바로 옆에 있는지라 커브길에서는 흡사 도로위에 그 끝이 있는것 같은 기분이 들어 차선을 이리저리 옮기며 무지개 끝을 한번 쫓아보았다.

무지개의 끝, 어릴적 내 스스로의 어떤 감정으로인지 아니면 어떤 다른 매체를 통해서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꼭 가봐야겠다는 낯선 동경과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무지개가 피어오른 날은 동네 친구들과 그 끝이 있는 지점을 확인하고 도시락 하나 챙겨서 무작정 산속으로 떠났던 기억이 난다. 중첩된 산들이 아무리 다가가도 멀어지듯이 무지개의 끝 또한 쉽게 그 끝을 허락하지 않았다. 무지개가 사라지면 우리가 당도한 그곳이 끝일 것이라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돌아서곤 했다. 어스름 저녁녘에야 터덜터덜 돌아와 걱정하시던 어머니에게 심하게 꾸중듣던 어린날의 작은 추억...

철이 들면서 무지개는 실제하는 것이 아닌 환상과도 같음을 알았지만 지금도 무지개를 보면 그 끝에 대한 괜한 동경과 호기심이 발동한다. 빛의 굴절이니 착시니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닌것 같다. 내가 가슴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은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 하나 가지고 살아야겠다. 시간이 흐른 어느날 내가 펼친 세상속에 그래도 아름다왔더라고 웃을수 있는 그런 꿈 하나 가지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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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4-27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느님은 참 예쁜 것도 만들어 놓으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무지개는 웬만해서 잘 보이지 않는 거라 왠지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것처럼 생각되구요. 무지개를 발견한 잉크님의 눈은 얼마나 해 맑을까 생각해 봐요.^^

icaru 2004-04-27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개는 원래 둥그렇다죠...허나...사람들 눈에는 그 절반 밖에 볼 수 없다네요....

무지개의 끝을 찾아...친구와 길을 나서다...

스티븐킹의 <스탠바이 미>가 생각나요...

파란여우 2004-04-2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속의 무지개는 보셨나요?

waho 2004-04-27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개 보셨어요? 이뻤겠네요. 전 본지가 언제인지...기분 좋으셨겠어요. ^^

잉크냄새 2004-04-28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은 '누가 만들었을까?'하는 공상에 빠지곤 했죠.
<스탠 바이 미>에서 리버 피닉스와 BEN.E KING의 동명 주제가에 푹 빠지곤 했는데,맞는것 같군요. 그래서 그 영화와 주제가가 그리도 절실하게 와닿은것 같네요.
파란여우님, 마음속의 무지개라 하심은?

비로그인 2004-04-28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개의 끝을 찾아 떠나셨다는 얘기를 들으니, 저도 쌍무지개가 떴을때, 그거 보면서 소원빌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