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청님의 몽타쥬와 검문검색결과를 지켜보다 문득 떠오른 기억 하나.

운전면허 없던 시절, 유난히 차를 타고 돌아다니길 좋아했던 난 비슷한 역마살을 지닌 영업팀 동기를 꼬셔 회사 공용차를 타고 가끔 돌아다녔다. 평일 저녁에 서해로 출발하여 회 한접시에 소주 한잔 기울이고 복귀하면 자정을 넘어서곤 하였다.

아마 그때 즈음일꺼다. 그날도 둘이서 대하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얼핏 잠이 들었나 싶은데 운전석의 동기가 차를 세우고 다급하게 담배를 찾는다. 갑자기 2개피를 물더니 마구 핀다. 나보고도 피란다. 나도 마구 피웠던것 같다. 뭔일이냐고 물으니 앞에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단다. 오징어도 달란다. 마구 씹는다. 나보고도 씹으란다. 나도 마구 씹었던것 같다. 하여간 앞의 차들이 하나둘 빠지고 우리 차례가 왔을때쯤 개인당 3개피의 담배를 피우고 오징어를 입안 가득 우물거리고 있었다. (효과 여부는 아직 미검증 상태이다. 저건 솔직히 담배피는 속도와 암유발속도의 상관관계에 대한 해부학적 임상실험 수준이다. 담배에도 취한다.) 

드디어 결전의 순간, 차를 세운 경찰관이 다가온다. 담배연기 자욱한 창문이 서서히 열린다.

죄없는 경찰관 : ( 머리를 살짝 들이밀며 ) 잠시 검문이...
음전운전 동기 : ( 경찰관 코를 향해 최대한 세게 ) 후우~~~~
                      #예전에는 음주 단속시 허공에 불거나 종이컵에 후욱 불고 냄새로 판명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훈훈한 광경인가#
죄없는 경찰관 : 에이 씨~ (몸을 빼고 한참을 쳐다보다 보조석 쪽으로 와서 문을 내리라고 한다)
                      (다시 머리를 살짝 들이대며 ) 잠시 검문이...
제발저린 잉크 : ( 경찰관 코를 향해 최대한 세게 ) 후우~~~~
                      #그 당시 운전면허가 없던 나로서는 보조석도 음주단속을 하는줄 알았다.#
죄없는 경찰관 : 에이 씨?~ ( 엄청 열받아 ) 당신들 뭐야? 왜 불고 지?이십니까?
                      #욕에 존댓말 붙이면 상당히 무섭다. 특히,군대가 그렇다. 영화에서도 제일 잘 패는 넘들은 꼭 욕 앞뒤에 존댓말을 붙인다. 유심히 보시라. 그리고, 이럴때 박해일이 나와줘야하는데, "민중이 지팡이, 너 말투가 그게 뭐니?"#
동기 & 잉크    : ( 가련하게 ) 저기,,, 음.주.테.스.트?
죄없는 경찰관 : ( 망연자실하여 ) 참내 재수없어, 우리 신창원 검거중이니까 빨리 가요.

훗날, 신창원 검거 소식이 들려올때 문득 생각했다. 지독한 담배와 오징어 냄새의 어울림입김을 2번이나 따스하게 마셔주신 죄없는 경찰관이 그 사건 이후 분기탱천하고 필마단기로 주유천하하여 검거에 성공한 것이 아닐까 하는 작은 소망을 후우~ 하고 다시금 보내주고 싶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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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07-12-11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도둑이 제발 저리셨네요 경기도 일대는 정말 난리가 났어요. 검문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찰분들이 들고있는 사진과 차안에 탄 사람들을 이리저리 훑어보는 장면들을 요즘 많이 보게되네요. 풋~ 저도 차타는거 무지 좋아해요 달리는 차안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바깥풍경도 좋구요. 창문을 열고 맡는 풀내음. 바람냄새도 참 좋아요.^^

비로그인 2007-12-1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큭. 아이고~ 진짜 웃기다.
경찰관의 존댓말 욕도 웃기지만, 정말로 종이컵에 불고 냄새로 ~??
그런데 공감 하나, 원래 강한 자가 말도 더 점잖게 하면서 압박을 주죠.
'(주먹발) 있는 자의 여유'랄까요. -_-

털짱 2007-12-12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지금 막 일어나 눈도 못뜬 상태에서 웃었습니다. ^0^

조선인 2007-12-12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옆지기가 음주운전한 날 이혼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물론 싹싹 비는 옆지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벽 3시에 같이 술마신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음주운전하게 내버려뒀다고 지랄거렸구요. 그 후 대리운전비용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조용~히 살고 있답니다.

진주 2007-12-12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간간이 들러도 이런 즐거움은 놓치지 않으니 행복합니다.
때 맞춰 글 올려주신건지, 때맞춰 내가 나타난건진 모르겠지만 여튼.ㅋㅋ
그리고 오늘 중요한 팁도 배워갑니다.
욕설에 존댓말을 쓰면 더 무서워진다는 사실.배워갑니다^^

잉크냄새 2007-12-12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청님 / 야밤에 후 불고, 냄새 맡고, 욕 한번 해보고 난리가 아니었겠네요. 오늘도 무사히 도주중이신지요?ㅎㅎ 이번에는 카우보이 모자로 한번 바꿔보심이??

춤인생님 / 아, 얼마전 총기탈취 사건이 있었다더니 그 일인가 보군요. 전 차를 타면 모양새가 항상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처럼 한손을 쭈욱 뻗어 바람을 움켜쥐며 달립니다.

L-GOD님 / 아니, 그 훈훈한 광경을 모르시다니, 아마 그 당시는 이러지 않았을가 합니다. 경찰관 왈, "오늘 청국장 드셨군요. 소주 한잔 걸치셨나요? "

털짱님 / 눈도 못뜬 상태로 웃으시는 경지라니, 어제 드신 낙지의 효과가 아닐런지요.ㅎㅎ

조신인님 / 사실 어느 정도 술마신 상태에서는 다들 운전이 가능해요. 그렇기 때문에 음주운전을 쉽게 생각하죠. 음주운전을 끊는 방법은 뭔가 큰 정신적 충격이 필요해요. 님의 작전이 성공적인것 같네요.ㅎㅎ

진주님 / 아, 이 얼마만인가요? 대구 사나이 양준혁이 방송에 출연할때도 전 진주님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icaru 2007-12-12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댓말 써서 욕하는 박해일을 검문중인 경찰로 등장시켜서... 읽었더니... 더 실감났어요 =.=

잉크냄새 2007-12-12 19:41   좋아요 0 | URL
음, 머리속에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넘버3의 송강호 버젼도 나름 매력적일것 같네요.

미미달 2007-12-12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원씨가 참 여러모로 민폐 끼쳤군요. -_ㅠ

잉크냄새 2007-12-12 19:42   좋아요 0 | URL
창원씨. 이리 살가운 표현을 하시는걸 보니, 예전 신창원 쫄티에 반하셨던 모양입니다.
첫 방문 반가워요.^^

가시장미 2007-12-14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하! _-_)~ 완전 재미있다!!!!!
<- 요밤중에 혼자 뒷북이셔. ㅋㅋ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 냄새는 어쩌란 말입니까. ㅋㅋ
전 또, 살청님 페이퍼보고 생각났다고 하길래..
신창원 닮았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네요.

신창원은 그래도 잘생겼잖아요!
닮았다고 하면 칭찬에 속하는데 ㅋㅋ
그나저나 잉크님.. 유머감각이 날로 뛰어나지시는 것 같아요.
댓글 하나하나도 예술이시고.. 이러시면 곤란해요.
너무 멋지잖아요! 으흐흐
(<- J두고 어디서 지?이야. ㅋㅋㅋ)

잉크냄새 2007-12-14 14:23   좋아요 0 | URL
음,,,저 나름 웃긴 넘입니다. 다만 점잖아지려고 참고 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