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클리벤의 금화 4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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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며 진실과 반전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4권. 


개국 황제와 얽힌 서리심 뉘르뉴, 피어클리벤의 선조, 최초의 용과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건국에 얽힌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워집니다. 거기에 대륙의 여러 민족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되어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는 저마다의 이야기도 앞으로의 향방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아요.


제국 내 반당 무리들의 비밀도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신목 재생의 비밀, 제국 내 용들의 비밀 등 몇 가지 주요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소설이어서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용의 존재란 참 매력적입니다. 피어클리벤의 용은 고품격 유머 감각을 갖춘 용이어서 위엄과 동시에 친구 같은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4권에서는 인간의 관습을 역이용하며 강짜를 부리는 모습도 보여 빵빵터지게 하는 사건이 많네요.


교섭의 중심에 놓인 울리케가 쉴 새 없이 자책하는 순간도 맞이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이고 "어떤 숙달이든 연습을 요구하며, 연습이란 결국 안전하게 허락된 실수의 반복"이라며 오히려 완벽한 컨트롤과 확신을 요구하는 그것이 '오만'이라고 말하는 용의 한 마디는 큰 울림을 줍니다.


결코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고, 그렇기에 주변의 사람들과 책임을 나누어지면서 함께 해결해나가는 상황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하는 울리케. 총 8권으로 예정된 소설이고 이제 반을 달려왔네요. 세상 앞에 당당하게 선 울리케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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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클리벤의 금화 3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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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만에 3, 4권이 나란히 출간되었네요. 용, 기사, 마법사, 마수들이 등장하는 세계. 남성에게 권력을 모두 몰아주는 소설이 아닌, 여성 활약이 돋보이는 소설 <피어클리벤의 금화>. 그렇다고 해서 애초에 센 언니 캐릭터라든지 고생고생 끝에 낙이 오는 역경 캐릭터처럼 뻔한 인물만 모인 것도 아니고, 다양한 캐릭터들 보는 맛이 정말 좋아요. 피어클리벤의 여덟 번째 딸 울리케는 어벙벙하게 모자란 구석도 있다가도 똑 부러질 땐 얄짤없는 영주 딸입니다. 권위를 내세우지도 않으면서도 인재를 주변에 몰려들게 하는 매력적인 주인공이에요.


중세 분위기가 만연한 배경 설정인데도 대화는 현대적 감각을 뽐내고 있는데, 이게 참 묘하게 잘 어우러지는 건 신서로 작가의 역량 덕분이겠죠. 진중한 장면, 역동적인 장면, 긴장감 넘치는 장면 속에서 예리한 한 마디, 빵 터지게 하는 한 마디도 일품입니다.


1, 2권은 기나긴 여정의 초반부에 해당해서인지 떡밥이 한가득이었어요. 아우스뉘르 제국 탄생에 얽힌 비밀을 주축으로 저마다의 알력싸움이 더해져 한두 가지의 큰 사건으로만 꾸려가는 게 아니라, 각자의 사연들이 무척 많이 등장합니다. 그 사연들은 따로 노는 듯 보여도 시간이 지날수록 연결고리를 슬쩍슬쩍 드러내며 복잡하게 얽힙니다. 3, 4권은 그 연결고리가 하나씩 맞물리는 지점을 보여주고 있어요.


수많은 와이번 떼를 시작으로 야만족들과의 대치 상황으로 시작하는 3권. 뉘렌스에크 변경백의 본성으로 황자와 황녀, 피어클리벤의 영주와 후계자가 와 있는 상황에서 무자비한 기습 공격을 당합니다.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뉘렌스에크. 포로가 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울리케가 나섭니다. 언약을 맺은 피어클리벤의 용 빌러디저드의 도움을 받아 도래까마귀에 빙의해 나름 안전한 상태로 적진으로 향하지요.


1, 2권에서는 경제와 법에 관한 언변을 엿볼 수 있었던 대신 액션 활극은 부족해서 아쉬웠는데, 이번엔 교섭만큼이나 각개 전투신이 꽤 등장합니다. 그것도 저마다 가진 독특한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들을 다양하게 보여줘 흥미진진한 긴장감이 계속 이어졌어요. 특히 천년 묵은 겨울 소녀 서리심 뉘르뉴의 활약상은 영상미를 상상하며 읽게 될 정도로 판타지하네요.


교섭의 달인 울리케의 실력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휘합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쓸모에 대해 쓸모없음이라며 자책하는 상황도 있었고, 용을 놀라게 할 정도로 비상한 한 수를 계획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울리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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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축의 전환 -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가지 거대한 물결
마우로 기옌 지음, 우진하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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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 국제 비즈니스 전략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이자 와튼스쿨 국제경영학 교수 마우로 기옌의 <2030 축의 전환>. 인구와 경제의 변화, 기술 발달이 10년 후 세계에 끼칠 영향을 다각도로 조망한 책입니다.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아무도 확실하게 알지 못하지만, 향후 10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 몇 가지는 추정할 수 있습니다. <2030 축의 전환>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먼 미래의 일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코앞에 있는 미래의 기회와 도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뒤바뀌는 변화는 사소하고 작은 여러 변화들이 모여 서서히 진행되기에 서로 얽혀 있는 여러 현상들의 의미와 영향을 이해하도록 돕고, 현재의 불안을 해결하고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2030 축의 전환>.


변화들은 따로 놓고 보면 영향력이 그다지 커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작은 변화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작용하는지 살펴보면 새로운 흐름들이 이미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2030년쯤 되면 유의미한 임계질량에 도달할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직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터라 주어진 상황에 집착하며 새로운 눈을 갖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마우로 기옌 저자는 이 책 전반에서 '수평적 사고'를 강조합니다. 기존의 주어진 상황에 집착하지 않고 상황 자체를 바꾸는 방법을 고민하는 수평적 사고. 익숙한 가정을 버리고 규칙을 무시하며 창의성을 폭발시킬 때 나타납니다. 수평적 사고를 적용해 해석하는 방법을 사례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출생률, 실버 세대, 새로운 중산층, 여성, 도시, 과학기술, 공유와 협력, 블록체인 기술을 중심으로 인구, 사회, 경제, 기술 영역의 주요 메가트렌드를 선정해 8가지의 거대한 물결로 칭합니다.


<2030 축의 전환>은 이민자들을 일자리의 경쟁자가 아닌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로, 아프리카의 인구들을 새로운 동반자로 삼는 미래를 그려봐야 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수많은 새로운 발상에 마음을 열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씩 들려줍니다.


공유 경제의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흥미로웠는데요. 전 세계 용역과 소비의 30퍼센트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합니다. 소유권 개념에 익숙했던 우리의 오래된 습관과 경제를 공유와 협력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수평적 사고의 감각이 돋보이는 것이 바로 공유 경제입니다. 콜린스 영어 사전에는 '우버하다'가 타동사로 등재될 정도입니다.


이러다 보니 공유 계층의 등장은 불가피해집니다. 직업과 직장, 소유와 소유권과 접근권 같은 개념들을 뒤흔들며 새로운 상황들을 만드는 공유 경제. 이러한 변화는 인구통계학과 기술의 엄청난 변화와 맞물려 사회질서를 크게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예측합니다. 장단점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불평등이 줄어들 수도, 더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수평적 사고방식으로 바라보면 공유 경제를 권장하는 게 맞다고 설득합니다.


책 전반에서 강조하는 수평적 사고를 각 문제 해결에 적용시키며 해법을 제안합니다. 2030년이 다가오면서 첨단 기술이 화폐에 관한 새로운 생각을 촉발하고 있기도 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막연히 어렵게만 다가왔는데 이 책에서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어요. 블록체인 기술을 단순히 암호 화폐에만 한정해 생각해왔었는데 저자는 정치, 빈곤 문제 등 여러 분야에 적용하는 가능성의 길을 열어줍니다.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거자 거대한 물결이 응집해 폭발할 것으로 예측되는 시기, 2030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변화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줍니다.


직선적이고 수직적인 전통적 사고방식 대신 수평적 사고를 하는 방법도 상세히 안내합니다. 다양하게 생각하고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며 모든 선택의 여지를 열어두고 새로운 기회에 집중하며, 부족한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고 흐름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수평적 연결을 추구하는 사고방식.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하고 수렴해 새로운 조합과 배열로 숨은 기회를 만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주요 메가트렌드의 분석과 기회에 대한 이야기는 미래 예측 책에서 일반적으로 다루는 구성이라 별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수평적 사고에 초점 맞춰 여러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방식을 눈에 보이듯 설명하는 부분은 무척 매력적입니다. 중심축이 이동하고 세계의 질서가 재편되기까지 10년의 시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입니다.


​"세상은 계속 바뀐다. 변화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도 함께 변하는 것이다." - 2030 축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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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쓰고, 함께 살다 - 조정래, 등단 50주년 기념 독자와의 대화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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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님이 벌써 등단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20세기 한국 현대사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다듬어 개정판으로도 출간되었는지라 이미 읽은 독자마저도 재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지요. 50주년을 개정판 작업만으로 끝내기는 아쉬웠다며 40주년 때 『황홀한 글감옥』에 이어 독자와의 대화를 이어갑니다.


조정래 작가의 문학론, 인생론, 사회론, 역사론을 담은 <홀로 쓰고, 함께 살다>를 읽으면 '작가 조정래'를 종합적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대하소설 3부작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많아 더욱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고, 아직 그 소설을 제대로 읽지 않은 이들에게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호기심 유발용으로도 무척 좋습니다.


총 3부에 걸쳐 작가로서의 인생, 대하소설 3부작, 우리 사회와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50년 문학 인생은 의자와 일체가 되었던 시간이었더군요. 만족할 만큼 글을 써내고서야 의자에서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글쓰기 재능이 탁월한 천재로 바라봤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치열한 노력이 있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승리의 성취감이야말로 다음 원고를 자신 있게 써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조정래 작가님. 문학의 길이 쉼 없는 정신작업의 실천임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읽고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쓰고 쓰고 또 쓰면, 열리는 길". 50년 동안 한 시도 잊은 적 없이 곱씹어온 경구라고 합니다. 쉼 없이 지치지 않고 실천해 나가는 것으로 문학의 길을 걸어오신 겁니다.


순수문학에 대한 탄생의 비밀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정치와 무관하게 순수한 아름다움의 예술을 창조한다는 말은 겉보기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식민통치의 고통, 참상, 불행을 외면하겠다는 의미라는 걸 일깨웁니다.


조지 오웰은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정치적 태도"라고 말했고, 조정래 작가님도 그 시대 현실의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가치가 있는지 묻습니다. 순수문학과 달리 조정래 작가님의 소설을 참여문학이라 부르는 이분법적 구분은 이제 시대착오적 유치함이라고 단언합니다. 오직 좋은 소설, 감동적인 작품이 있을 뿐이라는 당찬 외침에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요즘 젊은 작가들에게 하는 조언도 있습니다. 1인칭 소설만 쓰지 말고 3인칭 소설을 쓸 줄 알아야 대하소설이 나온다고 말이죠. 그러고 보니 조정래 작가님의 현대사 3부작의 후속작으로 꼭 써주셨으면 하는 시기가 있죠. <한강> 이후 80년대~2000년대 민주화 여정을 조정래 작가님의 시선으로 만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작가님은 대하소설을 쓸 만한 여력은 이제 없다고 고백하십니다. 젊은 작가들에게 공이 넘어갔지만, 기대는 크지 않은 듯합니다.





50년 문학인생을 소회하는 조정래 작가님의 말씀을 읽다 보면 울컥하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정치사회적 언어가 센 작가로만 알고 있던 이들은 손자와 그 후손들이 살아갈 미래를 좀 더 나은 환경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할아버지의 마음을 곳곳에서 엿볼 수도 있어 뜻밖의 새로움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1970년 스물여덟 살에 등단해 상처 많고 고통 많은 우리의 역사를 써온 조정래 작가님. 대하소설의 세계관을 꼼꼼히 살펴보는 일은 작품 이해도를 높이는 기회가 됩니다.


소설 쓰는 것만큼의 정성을 바쳐야 하는 취재 에피소드도 흥미진진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강연 외 어디서 듣겠어요. 취재가 어떻게 영감이 되어 소설에 반영되는지. 여행의 낭만 따위 없는 고된 취재 현장, 열정 가득한 취재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순간순간 느끼는 좌절감, 방황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노력뿐이라고 합니다. 노력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말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게 정답이라고 합니다. 작가로서의 직업병은 조정래 작가님에게도 닥칩니다. 위궤양은 기본이고 재발이 잦은 탈장도 겪으며 예술의 길은 끝없이 외롭고 고달픈 길임을 소회합니다.


최근 작품인 <천년의 질문>은 저도 무척 인상 깊게 읽은 소설입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이다."라는 말로 국민들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우리는 투표를 한 것으로 권리를 다 행사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준 소설입니다.


국민들의 철저한 권력 감시와 감독의 부재를 짚어 현재 한국의 현실을 진단합니다. 그리고 시민단체 활성화 방안을 통해 해결책까지 제시합니다. 꼴 보기 싫은 정치, 머리 아픈 정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은 솔직히 그동안은 외면하기 일쑤였던 저도 읽을만했으니 아직 읽지 못한 분들은 읽어보세요.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 - 조정래 작가 


제목 <홀로 쓰고, 함께 살다>처럼 문학의 길은 오로지 혼자 걷는 길이라고 합니다. 혼자 걷는 길이 어둡지 않으려면 깨달음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책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작가의 태도론과 창작론에 대한 이야기는 문학도에게 깊이 있는 통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테고,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비하인드스토리를 하나씩 알게 되는 즐거움을 얻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정치 사회적으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앞으로의 20년 집필 계획도 세워두셨다니 다음 작품이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독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구성으로 진행된 <홀로 쓰고, 함께 살다>. 질문의 질은 수준이 들쑥날쑥이지만 답변만큼은 예리합니다. 그나저나 자꾸 독자에게 문제를 냅니다. "문학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이다."라고 언급하면서 말이죠. 답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며 독자에게 되려 질문을 던지는데 몇몇 질문에 대한 답을 해내려면 작품들을 제대로 읽어야 하니 이참에 정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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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랑 - 제1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26
조우리 지음 / 사계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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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금사빠가 되던 시절이 있었을 겁니다. 그 순간 만큼은 온 마음을 담아 사랑을 한, 찬란했던 그 시절. 소설 <오, 사랑>의 주인공 오사랑은 조금 낯선 사랑을 합니다. 열여덟 살에 마주한 첫 설렘의 감정은 동성 동급생에게 향합니다.


제1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오, 사랑>은 성소수자를 소재로 한 청소년 소설입니다. 마침 우리집 청소년 아들 학교 도서관에서도 구비해 신간도서로 소개를 하고 있길래 얼른 읽어야겠다 싶더라고요. <어쨌거나 스무살은 되고 싶지 않아>로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수상한 전적이 있는 조우리 작가는 <오, 사랑>으로 청소년 문학작가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세워 앞으로의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청소년 소설 이렇게 예쁘게 나오는군요. 상큼한 일러스트와 함께 해시태그를 활용한 목차와 키워드가 눈에 띕니다.


유튜버가 되고 싶은 오사랑과 타투이스트를 꿈꾸는 이솔은 우연히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난 후 학교에서도 친구가 됩니다. 특출난 게 없이 모든게 평범한 사랑이는 그냥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뷰티 유튜버를 꿈꾸는 고등학생입니다. 빵 뜨고 싶어하지만 뚜렷한 목표도 없고, 노력은 더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솔이는 타투이스트라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느슨함과 무심함이라는 아우라를 풀풀 풍기면서도 취향만큼은 확고한 학생입니다. 꿈이 있는 솔이의 반짝거림에 비해 사랑이는 스스로가 보잘것 없어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함께 있으면 편안해지는 친구 사이가 됩니다.


사랑이는 다른 어떤 친구에게도 가져 본 적 없는 감정이 싹틉니다. 이 감정의 정체가 뭔지 자신도 잘 모르던 찰나 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돕니다. 솔이의 성적지향성이 본의아니게 아웃팅되면서 둘의 관계를 호기심과 혐오가 뒤섞인 눈으로 바라봅니다.


십 대의 사랑, 십 대의 커밍아웃을 주제로 SNS에서는 난리가 납니다. 사랑이에게 가해지는 왕따는 도를 넘어섭니다. 처음으로 마주하는 미움과 혐오. 세상 그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는 현실에 놓인 사랑이는 가출, 자살 등을 생각하기에 이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비밀이 있어. 우리가 어른이 된다는 건 비밀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거야." - 오, 사랑 


부모에게도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을 겪게 된 사랑이에게 가족 문제까지 덮칩니다. 사랑이의 생물학적 아빠가 따로 있었던 겁니다. 영국에 살던 친아빠에게서 그동안 왔던 카드를 숨겨온 엄마에게 배신감을 느낍니다. 하나씩 진실을 알아갈 때마다 자기만 소외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결국 솔이와 함께 가출을 단행하게 됩니다. 그것도 친아빠가 있다는 영국으로 말이지요.


집을 떠나자마자 매 순간이 후회 투성이지만 왜 떠나게 되었는지 진짜 속마음을 하나씩 깨달아가는 사랑이의 여정을 응원하게 됩니다. 타인에게 상처 입히거나 피해 주지도 않는데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너무나도 뾰족했던 한국과 달리 그곳에서 문화 충격을 경험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관대함이라는 감정으로 누그러뜨리고 인정해달라고 세상에 요청하는 것조차 이상한 일이라는 걸 느낍니다. "이상하다는 건 나와 다르다는 것인데 장소마다 사람마다 다름의 기준이 또 다르다. 그러고 보면 모든 건 다 다르기 때문에 또 다르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비로소 사랑이는 스스로도 알게 모르게 갖고 있었던, 무의식 속에 깊이 자리했던 습관 같은 편견을 깨닫게 됩니다.


"사랑하는 대상이 사라져도, 어떤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 오, 사랑 


<오, 사랑>은 여자는 엄마 역할, 남자는 아빠 역할이라는 관습적 편견에 저항하는 성소수자와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공동체의 시선 (이 소설에는 학교에서의 왕따 문제로 연결되지요), 획일화된 가족 구성을 벗어난 가족의 개념을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말로는 다문화 사회를 외치며 포용을 강조하면서도 공동체로부터의 배제가 얼마나 쉽게 일어나는지 여실히 드러나고, 자아정체성이 아직은 덜여문 청소년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 소설 분야 중에서도 특히 현실감 있는 소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언제나 조력자가 필요하고 수동적인 태도에 머무는 뻔한 인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태도도 인상 깊습니다.


현실적인 해법에서 한계는 있을 수가 있는데요. 소설 속 오사랑의 아빠는 특히 부러움의 대상이 될만한 캐릭터입니다. 저런 아빠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가족은 저렇지 않다며 더 우울해질 수도 있을만한)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긴 했어요.


한때는 성소수자 문제를 청소년 소설에서는 금기시할 정도로 만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한 권씩 이렇게 세상에 선보이고 있네요. 성소수자 청소년 소설은 《나》 (이경화, 바람의아이들, 2006), 《비너스에게》 (권하은, 자음과모음, 2010), 《나는 즐겁다》 (김이연, 사계절, 2011) 등이 있으니 함께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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