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클리벤의 금화 3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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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만에 3, 4권이 나란히 출간되었네요. 용, 기사, 마법사, 마수들이 등장하는 세계. 남성에게 권력을 모두 몰아주는 소설이 아닌, 여성 활약이 돋보이는 소설 <피어클리벤의 금화>. 그렇다고 해서 애초에 센 언니 캐릭터라든지 고생고생 끝에 낙이 오는 역경 캐릭터처럼 뻔한 인물만 모인 것도 아니고, 다양한 캐릭터들 보는 맛이 정말 좋아요. 피어클리벤의 여덟 번째 딸 울리케는 어벙벙하게 모자란 구석도 있다가도 똑 부러질 땐 얄짤없는 영주 딸입니다. 권위를 내세우지도 않으면서도 인재를 주변에 몰려들게 하는 매력적인 주인공이에요.


중세 분위기가 만연한 배경 설정인데도 대화는 현대적 감각을 뽐내고 있는데, 이게 참 묘하게 잘 어우러지는 건 신서로 작가의 역량 덕분이겠죠. 진중한 장면, 역동적인 장면, 긴장감 넘치는 장면 속에서 예리한 한 마디, 빵 터지게 하는 한 마디도 일품입니다.


1, 2권은 기나긴 여정의 초반부에 해당해서인지 떡밥이 한가득이었어요. 아우스뉘르 제국 탄생에 얽힌 비밀을 주축으로 저마다의 알력싸움이 더해져 한두 가지의 큰 사건으로만 꾸려가는 게 아니라, 각자의 사연들이 무척 많이 등장합니다. 그 사연들은 따로 노는 듯 보여도 시간이 지날수록 연결고리를 슬쩍슬쩍 드러내며 복잡하게 얽힙니다. 3, 4권은 그 연결고리가 하나씩 맞물리는 지점을 보여주고 있어요.


수많은 와이번 떼를 시작으로 야만족들과의 대치 상황으로 시작하는 3권. 뉘렌스에크 변경백의 본성으로 황자와 황녀, 피어클리벤의 영주와 후계자가 와 있는 상황에서 무자비한 기습 공격을 당합니다.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뉘렌스에크. 포로가 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울리케가 나섭니다. 언약을 맺은 피어클리벤의 용 빌러디저드의 도움을 받아 도래까마귀에 빙의해 나름 안전한 상태로 적진으로 향하지요.


1, 2권에서는 경제와 법에 관한 언변을 엿볼 수 있었던 대신 액션 활극은 부족해서 아쉬웠는데, 이번엔 교섭만큼이나 각개 전투신이 꽤 등장합니다. 그것도 저마다 가진 독특한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들을 다양하게 보여줘 흥미진진한 긴장감이 계속 이어졌어요. 특히 천년 묵은 겨울 소녀 서리심 뉘르뉴의 활약상은 영상미를 상상하며 읽게 될 정도로 판타지하네요.


교섭의 달인 울리케의 실력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휘합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쓸모에 대해 쓸모없음이라며 자책하는 상황도 있었고, 용을 놀라게 할 정도로 비상한 한 수를 계획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울리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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