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계단에서 울지 - 평범한 어른이 오늘을 살아내는 방법
김나랑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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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에서 울어본 경험이 없더라도 계단에서 울 수밖에 없는 심정만큼은 직장생활을 했다면 공감할 겁니다. 15년 차 직장인 김나랑 저자는 <누구나 한 번쯤 계단에서 울지>에서 피처 에디터로서, 마흔을 앞둔 여성으로서의 일상을 담담히 고백합니다.


한때는 다들 행복 강박에 빠져 보여주기 식의 이미지에 유독 신경 썼다면, 요즘은 소탈하게 보여주는 방식에도 눈길을 돌립니다. 내가 더 궁상맞다는 식의 배틀까지는 아니어도 타인의 진심을 들으며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라는 위로를 서로서로 받는 거죠. 김나랑 저자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지는 못해도 위로를 구하고 싶었다고 고백합니다.


저자가 낯익어 살펴보니 3년 전쯤 <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 여행 에세이를 낸 작가였어요. 30대 중반에 병가 겸 퇴사를 하면서 떠난 남미. 그곳에서 겪고 느낀 감정을 그 책에서 보여준 바 있습니다. 마침 <누구나 한 번쯤 계단에서 울지>에서 병가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등장해 퇴사 전의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은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베테랑이란 호칭을 들어도 여전히 직장은 힘들다고 합니다. 직장생활과 나의 '기브 앤 테이크' 관계를 고민하는 글로 시작합니다. 실수, 원망, 자책, 체념, 결심이 머릿속을 맴돌아도 며칠 후면 대부분 잊어버리고 특별한 변화도 없더라는 고백도 하지만, 그래도 점점 나아지는 건 회사를 대하는 태도라고 말합니다.


이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오래 잘하고 싶어 내린 노하우는 감당할 수 있는 양의 일을 하겠다는 태도입니다. 일 때문에 건강 잃고 나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업으로서의 일 그 자체에 대한 애정과 노력은 평소에도 꾸준히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일상을 살펴보면 잡지 에디터로서 도움이 되는 경험을 많이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일단 해봅니다.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야 감이 덜 떨어지니까요. 유행하는 것들을 경험해 보려 노력합니다. 그러면서 강박 시대에 관한 고민을 소회합니다. 휴가 강박, SNS 행복 강박, 건강 강박, 자기계발 강박 등 온갖 강박 시대에 숨어있는 허세에 대한 이야기는 감정 소모의 불필요성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닌, 허세 욕망을 담은 활동에 대해 고민해 봅니다. "왜 스스로에게까지 힙 터지는 척하려는 걸까?"라는 말 한마디로 자신을 채찍질하기도 합니다.


늘 불안해하면서도 답을 구하는 대신에 몰두할 다른 흥밋거리를 찾는 사람들. 뭐라도 하고 있다는 자위로 현실의 불안감을 감추고 있음을 짚어냅니다. 물론 이 사실을 스스로 깨달아도 여전히 답 없음 상태라는 게 현실이지만요. 회사와 나의 관계에서 마음을 갉아먹고 있는 것들에 대한 밀당 능력은 조금씩 늘어나지만, 그래도 여전히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직장인의 연대 공간 화장실과 비상계단. '누구나 한 번쯤 계단에서 울지'의 '한 번쯤'에서 생각해봅니다. 계속 화장실과 비상계단을 찾아대지는 않는다는 의미잖아요. 계단에서 쪼그리고 앉아 우는 건 언제적 일이냐 싶을 정도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물론 마음은 여전히 때때로 울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눈물을 회사 때문에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그렇게 조금씩 성장한 김나랑 저자의 이야기에서 공감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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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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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의 신화는 몸소 느끼는 바여서 어떻게 풀어낼지 마이클 샌델의 해법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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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의 양식 - 한식에서 건진 미식 인문학
송원섭.JTBC <양식의 양식> 제작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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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인문학을 다룬 알쓸신잡만큼이나 재미만점이었던 JTBC 8부작 교양프로그램 '양식의 양식'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음식 연구가 백종원, 제목을 지어주신 문학평론가 정재찬, 건축가 유현준, 지대넓얕 작가 채사장, 동방신기 멤버이자 아마추어 요리연구가로 거듭나고 있는 최강창민까지 5인방이 우리가 즐겨먹는 우리나라 대표 음식들을 소개합니다.


냉면, 국밥, 치킨, 짜장면, 불고기, 삼겹살, 삭힌 맛에 대한 한식 8가지를 담은 <양식의 양식>. 한국인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음식들입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과는 다른 이야기도 많아 새로운 지식을 많이 쌓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세 사람이 돼지 한 마리씩을 먹어치우는 수치로 도축된다는 돼지. 특히 삼겹살에 대한 편애는 대단합니다. 그런데 삼겹살을 구이로 해 먹는 건 겨우 50~60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요. 우리 역사에서는 삼겹살을 구워 먹은 기록이 1931년에야 처음으로 문헌으로 등장했고, 이 역시 오늘날의 구이와는 다른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인의 유난한 소고기 사랑에 대해서도 불고기 편에서 다루고 있고, 소고기만 탐식하던 한국인 식성이 언제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양식의 양식>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돼지 중에서도 유독 삼겹살 사랑이 대단해진 이유를 살펴보는 과정도 흥미진진합니다.





한국인 원조 패스트푸드 국밥! 저도 장터국밥, 콩나물국밥, 소고기국밥 등 국밥을 무척 좋아하는데요. 뚝배기 세척 논란이 있어 여전히 찜찜하긴해도 국밥을 손에 놓을 수는 없더라고요. 말아먹는 문화는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다고 하니, 그제서야 국밥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어요.


밥과 국, 반찬을 곁들인 한상 차림 백반에 관한 이야기도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우리 문화사를 고스란히 담은 음식인 백반을 소개할 땐 상차림에 관한 변화도 살펴볼 수 있었어요. 원래 우리는 1인 1상이었다는 걸 일깨웁니다.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에만 해도 할아버지는 무조건 1인 1상이었고, 1인 상차림에 적합한 자그마한 상이 몇 개씩 집에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 상 푸짐하게 가득 내놓는 건 일본 교자상의 영향을 받고서부터라고 합니다. 오늘날 볼 수 있는 상다리 휘어질 정도의 한정식이 오랜 역사를 가진 음식은 아니었네요. 


재밌는 건 치킨과 짜장면이 이 책에 소개된 부분이었어요. 이 둘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가 되었습니다. 한식 카테고리에 포함되어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전통음식이 아닌데도 친숙하고 한국 음식이라 부르고 싶은 치킨. 본고장 미국 멤피스에서 치킨을 직접 만나보기도 합니다. 짜장면 편에서는 우리나라 화교의 정착사를 포함해 민족과 세대, 문화와 역사가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한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미국, 스페인, 중국, 태국, 프랑스, 인도네시아 등 해외 촬영분이 꽤 있었는데요. 음식과 맛 이야기 위주의 맛집 여행이 아니라, 문화를 담은 음식에 초점을 맞췄기에 가능한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삼시세끼 밥심을 중요시하는 한국인의 소울푸드를 다룬 음식 인문학이어서 의미 있는 <양식의 양식>. 우리가 사랑하는 한식을 다루고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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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만점 동물 똥 퀴즈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지음, 김한나 옮김 / 생각의집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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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히트 예감이 딱! <개성만점 동물 똥 퀴즈>의 저자 이마이즈미 타다아키는 50년이 넘게 동물의 똥을 조사하는 동물학자입니다. 세상에나, 더러운 똥을 왜 연구하는 걸까요?


동물을 연구할 때 똥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요. 인간을 비롯한 동물은 음식물을 먹고 몸속에서 소화, 흡수되지 않은 찌꺼기들이 몸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이게 바로 똥이에요. 동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때도, 어떤 먹이를 먹었는지도 똥을 통해 관찰한다고 합니다. 똥의 색, 모양, 크기는 동물마다 달라 똥만 보고도 어떤 동물인지 알아차릴 수 있기도 해요. 이 책에는 기상천외한 똥도 많이 나오니 눈 반짝 뜨고 확인하세요~


사바나와 초원에 사는 동물들, 깊은 산속이나 숲에 사는 동물들, 물가에 사는 동물들,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동물들로 구분해 동물들의 똥을 설명하고 있어요.


기린과 같은 초식동물과 사자와 같은 육식동물은 똥 냄새도 다릅니다. 아우 똥 냄새~ 하며 코를 막을 만큼 악취 가스를 풍기는 똥이 있는 반면 냄새가 그다지 안 나는 똥도 있지요. 책 속 퀴즈를 하나씩 풀다 보면 그 이유를 자연스레 알게 될 거예요.




그림도 큼직큼직하고 컬러풀해서 눈에 쏙쏙 들어와요. 친절한 힌트 덕분에 세 가지 보기 중에서 고르기 수월한 편이지만, 오히려 퀴즈답게 헷갈리게 만드는 긴가민가싶은 힌트도 있더라고요. 점박이하이에나의 똥은 정말 이 세상 똥이 아닌 색깔을 띠고 있어 신기했어요. 그저 재미로 올려진 보기 중의 하나인 줄 알았는데 그게 정답이라 깜짝 놀란 퀴즈들이 많을 정도로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똥 천지더라고요.


사실 똥이라고 하면 육상 동물의 똥만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바닷속 동물의 똥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어요. 물속에서 똥을 싸는 동물들의 똥은 대체로 바닷물에 풀어지는 묽은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신기합니다. 


그런데 한결같으면 또 재미없겠죠? 이런 상식을 파괴하는 동물들도 무척 많답니다. 저는 갑각류를 키우고 있어서 갑각류 쪽 똥은 마스터했다 싶었건만, 역시나 신기방기한 똥이 많아서 재미있었어요. 특히 바지락 같은 조개의 똥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갑각류 똥처럼 가늘고 긴 막대기 형태더라고요. 


재미 삼아 큭큭 웃어대는 퀴즈로 끝내는 게 아니라 왜 이 동물이 그런 모양의 똥을 싸는지 동물과 똥의 관계를 배울 수 있어 지식이 쑥쑥 늘어납니다. 제가 보고 있으니 청소년 아들도 슬쩍 옆에서 자꾸 맞춰보더니(틀린 게 반 이상) 재미있다며 달려든 책 <개성만점 동물 똥 퀴즈>. 똥을 통해 다양한 동물의 세계를 탐험해봅니다. 알면 알수록 지구 생물의 다양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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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학과 양명학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시마다 겐지 지음, 김석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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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송학의 결정체 주자학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조선 유학사상의 주류이자 우리에게 익숙한 성리학을 말하면 아하! 할 겁니다.


2000년에 별세한 교토대 교수 시마다 겐지 저자는 중국사상사 전문가로 이름을 떨쳤는데, 이 책은 1964년 교토대 동양사 수업 강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1967년 출간되었던 <주자학과 양명학>은 오랜 세월 동안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고, 국내 번역판이 있었으나 절판 후 이번에 AK 이와나미 시리즈에서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 멋스러운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기도 합니다.


이 책은 주자학에서 양명학으로 이어지는 역사인 중국 근세 유학의 흐름을 전개합니다. 보통 주자학과 양명학을 대립되는 형상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양명학을 주자학에서 출발해 그 한계에 부딪쳐 탄생한 것으로 바라봅니다.


주자학과 양명학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후, 양명학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와는 다른 저자의 견해를 덧붙이기도 해 당시 학계에 의미 있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상주의적 정치가들에 의해 북송이 번성기를 맞이하는 시대. 송학의 주체는 사대부들이었습니다. 당나라 시대 과거 제도의 확립과 더불어 일어나 송나라 시대에 이르러 확고부동한 세력으로 자리 잡은 지배계급인 사대부. 유교 경전의 교양을 지닌 지식계급입니다.


중국 송대의 신유학 주자학은 어떤 영향을 받아 탄생하게 되었는지 먼저 설명하고, 송학의 창시자로서 숭배받는 주렴계, 정명도와 정이천, 장왕거 같은 주자학의 선구자들이 펼친 사상을 다룹니다.



송학의 완성은 중국 최대의 사상가로 불리는 주자에 의해 이뤄집니다. 동아시아 세계에서 세계사적인 사건이라고 불립니다. 중국적 사변의 결정판을 정립한 주자의 주자학을 본격 들여다봅니다. 주자학의 중심인 성즉리 설에 대한 이야기는 양명학의 심즉리 설과 대립하기에 잘 기억해둬야 합니다.


주자의 논적 육상산은 심즉리 설을 주장합니다. 둘은 토론, 편지 등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고 합니다. 학문 중심과 도덕 중심의 대립은 명나라 시대 왕양명과 그 학파에 이르게 됩니다.


이를 통해 양명학을 주자학에서 출발한 것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의견은 공감할 만합니다. 주자학의 한계에 부딪쳐 심즉리라는 원리는 끄집어낸 셈이니까요. 왕양명은 마음(心)의 본체인 천리, 그것을 어떤 경우에서나 어떤 사건에서나 현상에서도 실현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인간에게 고유한 도덕적인 직관력에 집중했습니다.


자기의 마음에 효의 이치가 있으니 부모가 죽더라도 효의 이치는 그대로 남는다는 게 심즉리 설입니다. 성즉리 설로 설명한다면 효의 이치가 밖인 부모에게 있는 것이므로 부모가 죽으면 효의 이치도 없어져야 하는 거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양명학은 왕양명 사후에 좌파와 우파의 분열 대립이 심각해져 사회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킵니다. 유교의 반역자로 불리는 이탁오에 대한 이야기는 짧은 분량임에도 흥미진진합니다.


이 한 권으로 주자학과 양명학의 모든 것을 파헤칠 순 없지만 흐름과 핵심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동양 철학에 무지한 제가 읽기엔 어려운 용어 때문에 초반 장벽이 무척 힘들긴 했지만, 뒤로 갈수록 쉬운 해설이 등장해 익숙해지긴 했습니다.


주자학에서 양명학으로 이행되어가는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주자학과 양명학>. 중국사상사에서 가장 큰 구경거리였던 주자의 성즉리와 왕양면의 심즉리 싸움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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