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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밍 다이어리북 - 참 괜찮은 나를 발견하는 155가지 질문들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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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자서전 <비커밍 Becoming>에서 본 주옥같은 명언들을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멋진 아이템이 나왔어요. 끊임없이 새로운 내가 되어가도록 이끌어주는 155가지 질문이 담긴 <비커밍 다이어리북>.


2018년에 읽은 <비커밍>에서는 여성들의 롤모델로 거듭나기까지 미셸의 성장 여정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맛깔스러운 문장과 매끄러운 감정선이 마음에 쏙 들었는데, <비커밍 다이어리북>에서도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어요.


brave, passionate, kind, creative, thoughtful, happy... 무언가가 되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비커밍 다이어리북. 더 나은 자신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과정이라는 becoming. 그 여정을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실천에 이를 수 있게 도와주는 건 쓰기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머릿속 생각을 종이에 적는 순간 그 생각이 지나치게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 쓰기를 머뭇거렸다는 미셸의 고백처럼, 우리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쓰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미셸은 자신의 이야기를 중요하게 여기라고 합니다. 모든 것을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건 그게 무엇이든 다 소중하다는 걸 알려줍니다. 에세이 <비커밍>에서도 그가 쓴 일기 때문에 기억과 그 당시의 감동을 되살려 책에서 들려줄 수 있었던 에피소드가 많았다고 해요. 시시콜콜하고 평범한 이야기도 결국 나의 이야기를 이룹니다.


"글쓰기는 그 모든 것을 다루는 방법이자 이해하는 방법, 그리하여 성장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기억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 책 속에서





살면서 가장 자랑스웠던 순간, 이뤘으면 하고 바라는 것들, 당신에게 있는 재능 등 내가 원하는 것들을 나 스스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쓰려고 하니 좀 막히더라고요. 생각정리가 얼마나 필요한지 이번에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어려서 즐겨 먹거나 좋아했던 음식 다섯 가지, 당신이 감당했던 가장 큰 희생 등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처럼 보이는데 기억이 가물거려서 또는 정작 쓰려고 하니 한 줄도 쓸 수 없을때면 살짝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조차도 미셸의 응원 덕분에 즐거운 미션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미셸은 경험, 생각, 감정이 불완전하면 불완전한 대로 적어보라고 합니다. 다듬거나 꾸미거나 애써 결론을 끌어내려고 하지 마라고 합니다.


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생각하는 과정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다시한번 생각해본 계기가 됩니다. 그 생각을 정말로 집중해서 해봐야만 알게되는 감정이 분명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냥 질문을 읽고 넘기는 것과 그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건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었습니다.





생각하고 쓰는 행위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 필요한 것들이었어요. '남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당신 스스로는 어쩐지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느낀 적이 있는지, 그때 결국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질문처럼 평소 스스로는 잘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을 통해 나를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질문을 곰곰히 따라가다보면 울컥하게 만드는 질문도 종종 만날 거예요. 저는 '최근 유달리 힘든 하루가 있었나요? 그런 날 무얼 하는 걸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을 생각하면서 그랬어요. 별 것 아닌 질문 같았는데 생각하다보니 힘든 날, 스스로를 위로할 생각조차 없이 그저 허우적거리기만 했다는 생각이 든 순간... 나를 좀 더 아껴주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되더라고요.


에세이 읽은지 1년 여의 시간이 지나고나니 당시엔 그다지 감흥없던 문구가 이제는 콕 와닿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가 수준 낮게 굴더라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갑시다."는 문장이 어쩜 대박 통쾌하게 다가오는지. 자아 성찰에 도움주는 다이어리북을 한 번씩 사용해봤는데 <비커밍 다이어리북>은 여성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 엄마로서의 미셸이 들려주는 조언도 맘에 쏙 들었어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필요한 변화와 성장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는 <비커밍 다이어리북>. 유명세에 힘입어 그저 굿즈처럼 출시한 다이어리북이 아니더라고요.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하면서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도록 응원하는 진심이 담긴 다이어리북이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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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톰의 발라드
빅터 라발 지음, 이동현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크툴루 신화를 아시나요? 그리스로마신화, 북유럽신화는 알겠는데 크툴루는 어느 나라 신화냐?!공포소설의 거장 H. P.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존재 크툴루를 포함해 여러 이형의 신들이 등장하는 어두운 세계관을 가진 신화입니다. 크툴루 신화가 기록된 금서 '네크로노미콘'을 통해 밀교처럼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다른 작가들이 크툴루 신화를 차용하기도 해서 진짜 있는 신화처럼 느껴진다는 거죠.


해저에서 잠들어 있는 사악한 신적인 존재인 크툴루는 『레드 훅의 공포』에도 등장합니다. 이 소설은 당시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욕이 난무했지만, 워낙 거장이다보니 살아남은 작품이었다고 해요. 그 아쉬움과 작가에 대한 비판을 담은 소설이 바로 <블랙 톰의 발라드>입니다. 러브크래프트 원작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이어받으면서도, 혐오로 가득했던 시각을 빅터 라발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엇갈리는 심정으로 H. P. 러브크래프트에게 바친다." 


1920년대 재즈 시대, 이민자들이 넘실거리는 뉴욕 할렘에 사는 흑인 청년 토미의 시점으로 진행하는 <블랙 톰의 발라드>는 백인의 눈으로 바라본 원작의 사건들을 교묘하게 뒤집어엎습니다.


실력 없는 음악가로 잡일을 하며 생활하는 토미에게 다가온 로버트 수댐. 그가 주최하는 파티에서 연주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데. 권위 의식으로 가득 찬 백인 로버트 수댐의 파티에 초대되는 사람들은 할렘에서 온 흑인들, 레드 훅에서 온 시리아인들과 스페인 사람들, 파이브포인츠에서 온 중국인들과 이탈리아인들 등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이민자들이었습니다. 과연 무슨 작당을 하는 걸까요.


한편 로버트 수댐을 뒤쫓는 하워드 탐정과 말론 형사. 원작에서는 경찰 말론의 눈으로 진행되었는데, 원작의 대사들이 이 소설에 인용되기도 해요. 이민자들이 사는 동네를 "지저분한 혼혈인들로 얽히고설킨 미로"라고 지칭하듯 원작에 깃든 백인 중심 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당시 미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보게 됩니다.


백인들이 사는 동네를 지나갈 때면 고개를 숙이고 발을 끌며 어수룩하게 보이는 행동을 할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않기를, 무관심의 대상이 되길 자처했던 토미. 하지만 탐정이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쏜 총탄에 살해된 아버지의 사건을 계기로 토미의 마음이 변하게 됩니다. 탐정이 토미의 아버지를 쏜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은 정말 혈압 솟구치게 하더라고요. 무감하게 묘사하는 장면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토미의 비탄한 감정을 더 끌어낸 것 같아요. 토미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토미가 아닙니다. 피에 젖은 기타를 가지고 다니는 '블랙 톰'이 됩니다.


"차라리 무관심이 다행스러운 일일 수도 있어." - 블랙 톰의 발라드 ​


로버트 수댐이 이민자들을 모아 퍼뜨리려는 이야기는 크툴루 신화와 맞닿아있습니다. 신천지로 이끈다는 크툴루의 탄생 스토리가 로버트 수댐과 블랙 톰으로부터 발화되고, 그 과정에서 러브크래프트 작가까지 카메오로 등장시킨 빅터 라발 작가의 센스가 재미있었어요.


크툴루든 원작이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블랙 톰의 발라드>를 먼저 읽으셔도 전혀 문제없이 읽을 수 있지만, 읽을만한 괴상한 공포 이야기로만 끝내지 않으려면 소설의 탄생 비하인드를 아는 게 훨씬 더 재미난 건 사실이에요. 원작 『레드 훅의 공포』와 비교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할 겁니다. <블랙 톰의 발라드>에 등장하는 '특별한 책'과 크툴루 이야기, 현대 흑인 문화에 영향을 끼친 슈프림 알파벳이 소설에 등장하는 의미 등 더 깊은 이야기에 관심 갖는 계기가 됩니다.


<블랙 톰의 발라드>는 있을 법하지 않은 미지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데, 스티븐 킹의 초자연 공포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읽어보세요. 저는 H. P. 러브크래프트 작가의 책은 고딕 호러 판타지 <몬스트러몰로지스트> 시리즈만 읽어봤는데, 이 작가의 세계관은 접하면 접할수록 흥미롭게 다가오네요. 작가의 작품들을 언젠가는 독파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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