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되었습니다 - 영화 [희생부활자] 원작 소설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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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개봉작, <희생부활자> 영화관람 전에 원작소설 <종료되었습니다> 읽었습니다. 반전 있는 내용이라 책과 영화 둘 중 먼저 접하는 쪽이 충격파가 더 강렬할 것 같긴 합니다. 영화 <희생부활자>의 예고편은 소설 초반 딱 보여주던데 '예고편이 다였어'라는 말은 나오지 않을만한 작품이니 기대하셔도 좋을듯합니다.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는 선암여고 탐정단 시리즈로 유명세를 떨친 박하익 작가의 2012년도 작품입니다. 김래원, 김해숙 주연의 영화 <희생부활자>로 개봉하게 되면서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재출간했네요.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아 넉넉잡아 두세 시간이면 완독할 수 있습니다. 신선한 소재, 생각지도 못한 반전, 그 속에 담긴 주제 삼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살해당해 죽은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 모습 그대로 돌아와 가해자를 직접 처벌한 뒤 빛을 내며 소멸하는 현상 RVP (Resurrected Victims Phenomenon). 최근 몇 년 사이 환세자, 영화 제목으로는 희생부활자가 세계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잘 나가는 신생 기업의 공동대표로 있는 진홍. 배우 김래원이 연기한 진홍은 영화에선 검사로 등장하더군요. 소설과 영화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겠습니다. 

 

 

 

7년 전 오토바이 퍽치기로 살해당한 어머니 명숙이 돌아왔다는 누나의 전화를 받고 급히 집으로 가는 진홍. 당시 어머니는 진홍의 사업 목돈이 들어있던 가방을 뺏기지 않으려다 살해되었습니다. 돈 때문에 어머니를 죽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을 지닌 채 살아온 진홍은 어머니의 죽음을 지척에서 목격했기에 희생부활자로 나타난 이 상황이 믿기 힘들 지경입니다. 한편으론 드디어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품게 됩니다.

 

 

 

생전 모습 그대로인 어머니는 아들 진홍에게 평소처럼 대합니다. 하지만 '심판'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진홍에게 칼을 내리꽂으려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희생부활자는 오직 가해자만을 노렸고, 신속 정확하게 자신의 원한을 갚은 후 사라지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들을 죽이려고 한다? 지금까지 희생부활자가 무고한 사람을 심판하려든 경우는 없었기에 심판당할 뻔한 진홍을 범인으로 자연스럽게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를 살해했던 범인이 드디어 잡히게 됩니다. 단순 퍽치기가 아닌 살인청부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오히려 그 배후로 의심을 더 받게 되는 진홍.

 

기관에서는 범인과 피해자가 대면하는 상황을 만들어 살인 실행했던 범인이 결국 어머니의 손에 심판 당하는 상황까지 가게 됩니다. 청부 살인의 배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전히 아들 진홍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어머니. 불량 희생부활자인지 아니면 진홍이 완전체 사이코패스인지 의문은 깊어만 갑니다.

 

"목숨은 목숨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갚아라." - 책 속에서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는 RVP 현상을 통해 유명무실한 사형 제도하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짚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사형을 선고받은 채 교도소를 노후 보장되는 안락한 공동체로 삼아버린 교화 가능성 없는 범죄자들. 완전한 교화와 잔혹한 징벌을 두 가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시스템은 과연 없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죽은 이를 보고 싶다는 열망과 범인을 처벌하고 싶다는 원한이 얽혀 탄생한 희생부활자. 눈에는 눈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에서처럼 피해자가 당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가해자를 처벌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끝이라면 식상합니다.

 

소설 <종료되었습니다>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초월적 생명공학 기술과 전 지구적 사회 제어 시스템의 열망을 담아서 말이죠. 지금까지의 희생부활자들과 다른 패턴을 보인 어머니 사건에 감춰진 진실은 생각하지 못했던 충격을 안겨주더군요. 소설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한 속도를 유지한다는 점이 만족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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