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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트라비아타의 초상 - 개정판 ㅣ 변호사 고진 시리즈 2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평점 :
판사직을 내던지고 어둠의 변호사가 된 고진을 주인공으로 한 추리 소설, 변호사 고진 시리즈. 한국 추리소설 변호사 고진 시리즈 두 번째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과 세 번째 <정신자살>이 새 표지로 황금가지에서 재출간되면서 변호사 고진 시리즈가 깔맞춤한 느낌이네요.
두어 시간이면 완독하게 되는 흡인력 있는 도진기 작가의 추리 소설. 첫 번째 <붉은 집 살인사건>으로 한국형 탐정 변호사 캐릭터를 개척했다면, 두 번째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으로 변호사 고진의 캐릭터가 확실히 선명해진 느낌입니다.
아파트에서 발견된 두 구의 시신. 고급 룸살롱에 나가는 여자와 그녀를 스토커 하던 아래층 남자가 숨졌습니다. 베란다로 침입한 흔적이 있고 여자는 송곳에, 남자는 과도에 찔린 채 말이죠. 그녀가 숨지기 직전 남자친구와 전화 통화하던 중이었는데 마침 남자친구의 폰으로 마지막 순간이 녹음되었습니다.
숨진 여자의 남자친구와 그녀의 주변 인물들의 알리바이는 탄탄한 상황입니다. 결국 성범죄 전적이 있던 경비가 피의자가 되어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사실 경비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 사건을 수사했던 이유현 형사로서는 찝찝함을 안고 상황을 지켜봅니다.
결국 재판 과정에서 경비는 누명을 벗게 되고, 그를 도와준 사람이 바로 어둠의 변호사 고진. 다시 처음부터 사건을 짚어보게 된 이유현 형사는 고진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새롭게 이 사건을 바라보게 됩니다.
홈즈의 왓슨 같은 분위기를 보여준 이유현 형사의 비중이 이번에는 변호사 고진보다도 더 상당합니다. 그래도 결국 왓슨은 왓슨. 홈즈의 머리를 따라갈 수 없듯, 변호사 고진의 우월한 추리 능력에는 못 미치지만 이유현 캐릭터가 없었다면 많이 딱딱해졌을 거예요. 감초 역할 제대로 하는 인물입니다.
"대단해, 대단해. 욱해서 푹 찌르는 상상력 제로의 단순 범죄에 완전히 질려 버린 참이었는데, 한국에도 이런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자가 있다니." - 책 속에서
고진의 가설을 바탕으로 범인이 어떻게 침입했는지 밝혀집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범인도 같이 드러날 텐데, 아무리 수사해도 용의자의 알리바이는 견고하기만 합니다.
고진 변호사는 살해된 여자의 남자친구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추리를 해보지만 정작 수사 답보 상황만 계속됩니다. 고진 변호사의 말대로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범죄의 귀재가 등장한 것일까요. 요즘은 휴대폰, 이메일, 통장 계좌만 맞춰보면 다 나오지만 그에 맞춰 범죄 트릭도 새로워지고 있는 겁니다. 읽는 내내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은 범인은 도대체 누구인지, 왜 그들을 살해했는지 점점 궁금해집니다.
"이번 범행은 거의 하나의 행위예술이라고 할 만해. 그러니까 이쪽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돼. 범인의 창작물에 대한 감상력 정도는 갖추는 게 예의 아니겠어?" - 책 속에서
그러다 살해된 여자의 남자친구 모친 집에 살인을 목적으로 한듯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사건은 더 복잡해집니다. 소설 대부분에서 고진 변호사가 내세운 세 가지 가설을 그때마다 증명해내려는 이유현 형사의 뺑뺑이가 눈물겨울 지경입니다. 민간인 신분인 고진 변호사 대신 이유현 형사가 뻘짓 참 많이 해줬어요. ㅎㅎ
소설 <춘희>를 원작으로 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고급 창녀와 귀족 청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작품이라 남자친구가 범인은 아닐 거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되긴 했지만, 그러면 도대체 누가 왜?! 이 부분에서 제대로 궁금증 안겨 준 소설입니다.
범인이 밝혀지고 그 동기를 알게 되었을 땐 "으아~~~" 소리가 나오게 되더라고요. 끝맛이 사실 찝찝할 정도로 상상도 못했던 동기였던 터라. 한편으론 늙어가는 인생이란 점에서 급우울해지기도. (뭔 말인지는 읽어보면 아실 테지만요 ^^) 변호사 고진 시리즈 두 번째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은 범죄 소재 면에서 신선한 충격파를 안겨준 추리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