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메이커스 - 세상을 사로잡은 히트작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데릭 톰슨 지음, 이은주 옮김, 송원섭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흥행세를 이어가는 영화 『범죄도시』처럼 사람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같은 아이디어인데도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는 무엇일까요. 브람스 『자장가』, 영화 『스타워즈』,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등 전 세계가 열광한 메가 히트작들의 사례를 히트 상품의 심리학과 미디어 경제학 관점에서 논하는 책 <히트 메이커스>.

 

 

 

히트작들을 읊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없던 것이 탄생한 게 아니라 이미 있었던 것들을(누군가는 뻔한 소재라고 말하는)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을요. 저널리스트 데릭 톰슨 저자는 히트작의 비밀을 처음부터 밝힙니다. 히트 메이커는 '친숙한 놀라움' 혹은 '익숙한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영화, 음악, TV, 책, 게임, 앱 등에서 대박을 친 다양한 상품을 심리학과 경제학 이론으로 증명해나갑니다.

 

 

 

먼저 친숙성 요소가 얼마나 인기와 성공에 관여하는지 심리학 측면에서 살펴볼까요. 친숙함이 '좋다'라는 느낌으로 변화하는 기제를 칸트 철학, 심리학의 유창성 등의 이론을 끌어다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움을 좋아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이중적인 속성을 가졌다고 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흥분과 익숙한 것에 대한 편안함의 조합으로 세상을 살아나가는 겁니다.

 

평균 범주를 넘어서는 개인 취향과 기호는 분명 존재하긴 하지만, 보편적 범주에서는 반복적 노출이라는 마법을 선보인 히트작 사례들을 소개하며 사람들이 친숙한 것에 끌린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리콘밸리나 과학 등 연구 분야에서조차 너무 새로운 주제보다 약간 새로운 연구 주제를 선호하듯 우리는 수용 범위 안에서 가장 진보적인 것을 원한다는 겁니다. 20세기 최고의 히트 메이커였던 산업 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의 마야 법칙 (Most Advanced Yet Acceptable)입니다.

 

조지프 캠벨의 원형 신화 이론에 따라 흥행작을 만드는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20세기 최고의 흥행작인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는 수천 개의 클리셰를 모은 환상의 집합체입니다. 이쯤 되니 '창작'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창작이란 우리가 아는 이야기,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토대로 한다는 것을요.

 

 

 

하지만 친숙한 놀라움, 익숙한 새로움이 히트작 성공 비밀의 다가 아닙니다. 문화 시장 자체는 카오스입니다. 인기, 명성에 대한 취향은 극과 극의 반응을 보입니다. 소비자는 끊임없이 주변 영향을 받아 자신의 태도와 견해를 바꿉니다. 대중의 취향을 만드는 데는 선택 가능성, 경제 상황, 마케팅 전략이 버무려지지만 불확실성의 세계에 놓인 만큼 확률 게임이 되는 겁니다. 이제 미디어 경제학 측면에서 히트 상품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쳐봅니다.

 

성공은 전적으로 수학, 타이밍, 행운의 문제라는 던킨 와츠의 카오스 이론대로라면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긴 한데요. 현실은 현실. 실제 이런 사례가 부지기수였어요. 1년 전 망했던 음악이 영화 삽입곡이 되어 엄청난 히트작이 되었고 로큰롤의 부활을 이룬 『록 어라운드 더 클락』처럼 소비자는 종잡을 수 없는 존재에다가 시장은 카오스 그 자체입니다. 오로지 카오스를 이겨내는 불굴의 투지와 끈기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겁니다.

 

 

 

<히트 메이커스>에서는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을 깨뜨리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랜덤하우스 역사상 최고의 판매 부수를 기록한 책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3부작은 『트와일라잇』의 팬픽으로 탄생했습니다. 이 책은 입소문을 타 성공한 작품이라고 다들 한목소리를 냈었죠. 하지만 저자는 바이럴 신화는 근거가 없다는데! 그동안 입소문의 힘을 과대평가하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바이럴 마케팅 개념 오류를 짚어줍니다. 단순히 1대 1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형태가 아니라 1대 100만이 접하는 순간이 3~4번 정도 되었을 때 디지털 블록버스터가 된다고 합니다. 바이럴 마케팅은 바이러스성이 아니라 전파성인 겁니다. 평균 이상 공유를 넘어 대박을 치려면 거물의 대형 전파자가 있어야 했던 겁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독자 서평 사이트 굿리즈의 평점, 저자가 이미 500만 이상의 독자를 보유하고 있었던 팬픽션닷컴 사이트, 전통 언론 매체의 기사와 같은 3단계에 걸쳐 대형 전파가 이뤄졌습니다. 

 

 

 

소비자의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예측 불가한 시장에서 대중의 취향이란 네가 좋아하는 것이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되는가의 문제가 되는데요. 소셜 네트워크 상의 정보 공유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봄으로써 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공유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무엇이 사람들을 연결하는가를 고민해 보면 동질성이라는 답이 나오더라고 합니다.

 

여기에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것과 실제로 읽는 것과의 차이가 있다는 것에는 저도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거기에 내가 뭘 원하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잠재적 선호도까지 추가하면, 애초에 히트작을 목표로 한다는 건 어불성설 같기도 합니다. 히트 메이커들은 소비자가 하고 싶은 것을 실제로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만들기만 하면 히트 치는 나영석 PD의 비밀을 짐작해볼 수 있는 코너도 있습니다. 저자는 공중파 방송, 케이블 방송, 넷플릭스 같은 가입자 전용 채널의 히트작을 살펴봅니다. HBO는 『왕좌의 게임』 같은 대작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 많았지만, 창작자에게 모험을 장려하는 사업 모형을 유지한 덕분에 결국 HBO 역사상 가장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냈습니다. 경제학의 승수효과처럼 작은 히트작이 모회사를 살린 성과를 낸 사례 등 히트작의 영향은 상당히 폭넓게 나타났고, 매체별 히트작의 개념이 조금 다르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반복적이고 적당히 새로운 히트작. 하지만 이 비밀에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편견 일색과 공감팔이가 될 수도, 타인이 동의할 것 같지 않은 이야기나 논쟁을 피하게 되는 단점이 나타납니다. 어째 비밀을 알면 알수록 이 세계의 복잡성을 예측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게 되네요.

 

재미있으면서도 쇼킹한 이야기가 가득한 <히트 메이커스>. 저널리스트인 데릭 톰슨 역시 대단한 스토리텔러입니다. 심리학과 미디어 경제학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건너뛰어 읽지 못할 정도로 흥미진진한 사례와 분석으로 채웠습니다. <히트 메이커스>가 마케터, 기획자의 필독서인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도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선명하게 깨닫는 과정이었어요. 저자가 나를 분석하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히트 상품은 한 네트워크에서 다른 네트워크로 전달된 의미의 조각이다.

일단의 창작자 무리가 만들어낸 다음 수많은 소규모 열광적 집단에 전달한 결과로 탄생하는 것이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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