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은 고전 읽기 - "고전 읽어 주는 남자" 명로진의
명로진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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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진짜 재밌게 알려주는 책입니다. 고전은 재미없거나 어려워서 선뜻 도전 못 하겠다는 마음에... 고전 읽기 길잡이 책을 먼저 들여다보면 그 책도 지루하다는 게 함정!


그런데 <짧고 굵은 고전 읽기>는 읽으면서 빵빵 터져버려요. 20여 년간 배우활동을 하며 40여 권의 책을 낸 저자, 명로진의 말발 아니 글발에 푹 빠지게 된답니다. 「 명로진, 권진영의 고전 읽기 」 라는 팟캐스트가 있는데 그 방송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멋진 방송이지만, 비즈니스북스에서 이번에 나온 이 책이 더 재밌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어쩜 이렇게 재밌게 쓸 수 있는지 감탄했네요.


고전 읽어주는 남자, 고전 큐레이터 명로진의 절대고전 12편을 <짧고 굵은 고전 읽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12편이니 한 달에 한 편 읽기 도전해봄직 할 듯 한걸요.


 

고전 큐레이터 명로진 저자가 말하는 고전의 난해함 이유로 번역과 문체를 꼽더라고요.

번역이 지루하게 되어 있으니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책을 쭉 읽다 보니 그가 생각하는 방식처럼 읽으면 지루한 번역도 재밌게 돌려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고전을 읽고 받아들이는 자의 사고방식에 따라 얼마큼 재미와 감동을 찾을 수 있느냐 차이 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문체 즉, 스타일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움이자 즐거움이라는 그의 말처럼 고전 읽기의 즐거움은 고전의 불친절함 속에 있다는 게 공감되네요.


공자의 <논어>에서는 공자가 얼마나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인물이었는지 설파하며, 공자 전문가인 주희가 쓴 <논어집주>가 공자 캐릭터를 다 죽여놨다면서 너무 지루하게 해석된 걸 꼬집더라고요.

그리고 <논어>에서 스승을 가르치는 제자 자로, <맹자>에서는 만장이라는 인물을 소개하며 그들의 썰전을 소개하는데, 그야말로 거침없이 하이킥 수준이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보며 그게 바로 대화를 통한 교육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맹자> 편에서는 요즘 우리 정치인들에게 들어맞는 상황이 참 많더라고요. 명로진 저자가 소개한 일화를 보면 <논어>보다 솔직히 더 끌렸어요. 거침없는 독설로 인간적인 혁명을 부추긴 맹자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네요.



 

<짧고 굵은 고전 읽기>에서 말하는 고전 읽기가 힘겨운 이유 중 하나는 배경지식이 너무 없어서더라고요.

<논어> 한 권 읽기 위해서 명로진 저자가 언급한 책만 해도 장난 아니던걸요. 춘추전국시대 등장인물에 대한 역사소설인 <열국지>부터 시작해서 <사기>, <중국 역대 인명사전>과 중국사에 대한 책을 읽어야 이해하며 읽을 수 있다는 거죠. <일리아스>를 읽으려면 그리스 신 계통을 밝힌 책을 미리 꼭 읽어야 하고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알려줍니다.


 


<짧고 굵은 고전 읽기>에서 소개하는 책은 공자의 논어, 맹자의 맹자, 사마천의 사기열전, 헤로도토스의 역사, 플라톤의 향연, 한비의 한비자, 작자 미상인 시경,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장자의 장자,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입니다.

동양고전과 서양고전의 굵직한 명고전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제대로 읽어 본 적 없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이 고전들이 얼마나 교양지식과 해학 담고 있는지, 어떻게 읽어야 재밌는지 명로진 고전 큐레이터가 쏙쏙 짚어주고 있습니다.


 

서양 최초의 역사서로 평가받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인문학 정신을 보여주는 책 속 명장면 소개가 기억에 남더라고요. 의문을 품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자세 말이지요.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이 쓴 <향연>은 사랑에 대한 주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오글거리는 대사가 그렇게나 많이 나오는지는 몰랐네요. 소크라테스를 선수로 칭하는 명로진 저자의 말도 재밌고요.

사랑 논쟁에 삼각관계가 첨가된 막장 드라마 <향연>이었습니다.

 

장자의 <장자>에서는 요 임금과 국경지기 일화를 읽으면서 어찌나 배꼽 잡았던지요.

미치도록 웃긴 코미디였어요. 아낌없이 "꺼져!"를 외치는~

어려운 개념을 쉽게 쓰기로 유명한 장자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명로진 저자도 <장자>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고,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하네요.

장자는 그의 책에서 자유를 이야기합니다. 인식의 대전환, 즉 패러다임의 혁명을 말합니다. 고수와 달인이란 무엇인지, 고수와 달인의 시각에서 봤을 때 범인의 사유와 일상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강변합니다. 가히 그 인지 체계가 신적인 스케일입니다. ” - 책 속에서

 


그리스 전설을 바탕으로 한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는 그리스 신화 대부분이 이 책을 기초로 하고 있고, 서양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가장 완벽한 원전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 책 역시 기본적인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책을 몇 권 접한 후 읽어야 제대로 그 맛을 느낄 수 있나 봅니다. 미리 읽어야 할 책과 이후 읽을 순서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도움되었어요.


고전 큐레이터 명로진의 친절한 고전 안내서 <짧고 굵은 고전 읽기>는 청소년부터 읽기 좋은 수준이니 고전 읽기를 시작하는 분, 고전 읽기에 실패한 분, 고전을 더 재밌게 읽고 싶은 분에게 추천합니다. 명로진 저자가 소개한 절대고전 12편으로 고전읽기 프로젝트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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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셀프 트래블 - 2015~2016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2
박정은.장은주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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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 하다 보면 경비 면에서 조금 숨이 트인다는 동유럽 여행.

뻔한 코스에서 조금 벗어나는 여행을 원한다면 동유럽 쪽이 만족도를 높여주지 않을까 싶네요.

나 혼자 준비하는 두근두근 해외여행, 동유럽 셀프트래블 2015-2016 최신판은 동유럽 8개국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답니다.

 

동유럽 셀프트래블에서 소개하는 동유럽 8개국은 체코,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입니다. 박정은, 강은주 저자 두 분이 나눠서 다루고 있어요.

 


셀프트래블만의 미션, 이번엔 동유럽 8개국인 만큼 미션도 풍성~!

동유럽의 놓치지 말아야 할 자연, 명물, 유네스코 핫 스폿, 최고의 뷰포인트, 음식, 빵, 디저트, 술, 쇼핑 파트로 이렇게나 많네요.

 


체코 편은 지난번 프라하 셀프트래블에서 나온 여행지를 다시 만날 수 있네요.

낭만의 도시 프라하를 중심으로 동화 마을 체스키 크룸로프까지 소개하고 있어요.


 

동유럽 셀프트래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곳이다 싶은 나라가 오스트리아였어요.

미술, 음악, 건축 여행에 최적인 곳이더라고요.

클림트, 모차르트 등 위대한 예술가를 만날 수 있는 도시가 곳곳에 있는 오스트리아.

게다가 알프스의 자연도 더불어 만날 수 있는 인스브루크까지... 동유럽 여행경로를 짠다면 저는 오스트리아에서 긴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싶어요.

 


 

동유럽 역사를 통해 그 나라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유럽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합스부르크 왕가는 근친혼을 통한 유전병으로 주걱턱이 된 사례로 유명하죠.

 


유럽인들의 휴양지로 알려진 크로아티아는 꽃보다누나 여행지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곳입니다.

요정들의 호수로 불리는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 공원은 얼마나 넓은지 코스만 해도 다양하네요.

여행작가의 소소한 팁은 실제 여행에서 유용한 도움을 주는 알짜배기 팁이라 셀프트래블은 여행 필수 책입니다.


 

파울로 코엘료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로 우리에게 알려진 슬로베니아는 크로아티아와 동반 여행지로 삼기 좋은 곳이라더라고요.

슬로베니아는 동굴, 절벽 위의 성, 빙하 호수처럼 자연경관 위주의 여행 루트를 소개합니다.


 

동유럽 셀프트래블을 읽으며 놀란 게 아우슈비츠가 바로 폴란드에 있다는 것.

독일어 아우슈비츠로만 알고 있어 독일 어딘가에 있을거라 짐작했던 이 무지함이란 ;;;

그와 동시에 폴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급 상승. 동유럽 여행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역사적으로 침략을 많이 당한 폴란드 특유의 분위기는 우리 국민성과 묘하게 닮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 외 중세시대로 시간여행하기 좋은 루마니아, 동유럽여행의 시작점 또는 종점으로 좋은 불가리아 등 동유럽 8개국을 다룬 동유럽 셀프트래블. 동유럽 특유의 매력은 직접 느껴봐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반적인 서유럽여행에 비해 관심이 덜한 나라들이라 책을 보며 동유럽만의 분위기를 상상해봤습니다.


동유럽 여행은 짧은 일정에는 직항, 여유가 있어 다른 도시도 여행하고 싶다면 경유하는 항공을 선택하면 유리하다는 조언도 있네요. 동유럽 셀프트래블에서는 체크와 오스트리아만 방문하는 짧은 루트부터 34박 35일의 풀코스까지 빵빵하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가별 셀프트래블이 책으로 나와 있는 게 있지만, 유럽유행은 여러 국가를 한 번에 둘러보는 여행이 대부분이라 이렇게 묶어서 소개하는 책도 꽤 실용적이네요. 일정 잡는 것도 그대로 따라 하거나 참고하기 좋아 실제 여행에 도움되는 동유럽 셀프트래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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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으로 스피드를 구해줘! - 삼각형으로 배우는 갈릴레이의 낙하법칙 수학으로 통하는 과학 1
정완상 지음, 이지후 그림 / 자음과모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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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고학년생이 읽기 좋은 설명에 수준 짱짱한~ 수학, 과학 융합 스토리텔링도서 만났습니다.

자음과모음에서 나온 STEAM 수학 과학 창의 스토리, 수학으로 통하는 과학 (줄여서 수통과) 1권부터 5권까지 앞으로 만나볼게요.

 

 


수학으로 통하는 과학, 수통과는 총 10권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각 권당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어서 순서 상관없이 읽을 수 있는 시리즈입니다.

권 당 개별판매 하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제목보고 와 닿는 주제의 책을 먼저 시험 삼아 보셔도 되실 듯해요.


수통과 1권 삼각형으로 스피드를 구해줘! 편을 살펴봅니다.

1권은 초등 6학년 수학영재 자모스가 수학과 물리학의 세계를 접하는 내용입니다.


 

수통과는 권마다 등장인물이 모두 달라요.

시리즈지만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다음 권을 만날 수 있지요.


 

호기심 많은 수학 영재 자모스가 피사 왕국으로 초대받아 흥미진진한 모험을 하는 내용입니다.

1권에서는 10개의 소주제로 나뉘는데요.

나눗셈 원리를 이용해 속력 구하기, 평균의 개념을 알아본 다음 평균 속력, 소수의 나눗셈을 이용해 순간속력, 경사면을 따라 내려갈 때 그 물체의 속력, 경사면에서의 순간속력, 깡총수의 평균에 대한 법칙, 낙하 운동 법칙, 중력의 원리와 함께하는 포물선을 그리는 낙하 운동, 줄에 매달린 물체의 주기에 대해 배울 수 있어요.

머리가 뱅글뱅글~~~ 한가요. 저도 암담했어요 ㅎㅎ 읽기 전까지는요.


 

주요 용어는 별도로 정리해서 직관적으로 더 눈에 잘 띄게 해뒀고요.

그림과 글의 조화가 적절해 지루하지 않더라고요.


 

초등학생이 읽는 책이다 보니 그림도 재밌고, 코믹한 내용도 간간이 등장합니다.

미분은 미치도록 잘게 분해하다! 앞으로 이건 절대 안잊을듯해요.

그런데 아니 벌써 미분이 나온다니????? 의아해하실 분들도 계실 텐데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을 기초로 한 미분 설명, 정말 쉽게 해뒀더라고요. 이 엄마가 감격한 책이네요. 초등수학 개념을 튼튼히 해야 할 이유가 이 책으로 두말없이 증명되더라고요.


 

마침 우리 아이 4학년 2학기에서 배운 평행선이 나와서 이 부분은 특히 아는 척하면서 읽었어요.

삼각형의 세 각의 합이 항상 180도인 것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바로 이 평행선의 성질을 이용하더라고요. 줄에 매달린 물체의 주기를 알아내는 부분에서도 두 선분의 평행을 증명하는 방법을 알아야 했고요.


 

얼마 전 캣맘 사망 사건에 언급됐던 낙하 실험 ㅠ.ㅠ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웠네요. 수통과 1권 낙하운동 편에서는 아주 가벼운 볼펜이 큰 사고를 부른다는 것을 다루고 있었어요. 겨우 볼펜 무게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수학으로 통하는 과학, 수통과는 수학이 과학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수학과 과학의 융합을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여러 개념을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초등수학으로 이해 가능하게 설명하고 있는 스토리텔링 학습도서예요.

수학 개념을 통해 물리학의 주요 법칙을 이해하면서 수학과 과학은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체감할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토론과 증명이 반드시 들어가던데, 그 부분이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왜 삼각형의 세 각의 합이 항상 180도일까? 증명하지 않은 채 공식만 외우거나 성질만 이용해서 문제를 풀지 않게끔 유도합니다. 왜? 라는 의문을 품어 원리를 이해하게끔 하지요. 창의력과 사고력 수학머리를 위해 딱 좋은 학습도서인 것 같아요.


처음엔 조금 부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 시작했는데, 초4 아이가 재밌다면서 일단은 잘 따라옵니다. 아직은 한 번만 가볍게 읽은 상태라 정확히 이해 못 하는 부분도 물론 있었지만요.

과학은 재미있어하면서도 수학은 재미없어하는 아이들 많죠? 수학과 과학이 따로국밥이 아니라는 것을 자음과모음 수통과를 읽으며 스스로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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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 지나고까지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0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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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열 번째, 춘분 지나고까지는 기존 소세키 장편소설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어요.

단편인 듯 장편소설인 이 책은 다양한 시점 변화를 사용해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는 느낌에다가, 추리소설 느낌도 살풋 났거든요. <춘분 지나고까지>라는 제목은 이 글을 춘분 지나고까지 쓸 예정이라 붙여진, 참 허무한 제목이기도 합니다.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은 매번 그 소설이 쓰인 시기에 소세키가 살던 집이나 기억할만한 장소 등을 곁들여 소개합니다. <춘분 지나고까지>에서는 이 소설을 연재하기 전 한참 쉬었던 소세키의 정황을 알려주고 있어요. 평소 신경증과 위염 증세가 있던 소세키가 큰 고비를 한번 넘기는 시점입니다.

 

대학 졸업 후 취직 준비 중인 게이타로. 평범함을 싫어하는 로맨티스트며 모험을 꿈꾸는 자라 자처합니다.

제 눈에는 게이타로 같은 유형이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었어요. 졸업 후 취직은 해야 하니 이것저것 알아보러 다니지만, 취직이 어디 맘대로 되지는 않고. 점점 더 눈앞의 평범함이 자신의 무능력 때문인 것 같아 끙끙 앓기만 하기도 하고, 점집에 점을 보러 가듯 운에 빌어 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 아주 강한 의욕도 그렇다고 포기도 아닌... 오히려 이 점이 더 보편적 인간상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 일자리도 일자리지만 그보다 먼저 뭔가 경탄할 만한 사건을 만나고 싶은데, 전차를 타고 이리저리 아무리 돌아다녀도 전혀 소용이 없네. 소매치기도 못 만난다니까" 하고 말하는가 하면 "이보게, 교육은 일종의 권리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 완전히 속박이네. 아무리 학교를 졸업해도 먹고사는 게 힘들다면 그게 무슨 권리라고 할 수 있겠나? 그렇다고 지위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뭣대로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느냐 하면 또 그런 것도 아니니 말일세. 지독하게 사람을 속박하네. - 책 속에서


 

게이타로는 지금껏 무엇 하나 자신의 힘으로 뚫고 나왔다는 자각이 없었다. - 책 속에서


그러다 친구 스나가의 친척에게 소소한 일을 의뢰받는데요, 바로 누군가의 뒤를 밟는... 게이타로가 평소 꿈꾸던 탐정과도 같은 일이었어요. 이때 점을 봐주는 노파가 말하길, 나아갈지 말지 고민하는 것은 손해라며 망설임을 콕 짚어내지요. 하지만 한번 그르치면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 거라고도 합니다. 게다가 자기 것 같기도 하고 남의 것 같기도 한, 긴 것 같기도 하고 짧은 것 같기도 한,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한 뭔가를 말하며 알쏭달쏭하게 합니다. 게이타로는 점을 전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막 움직이려던 차에 계기를 만들어 준 것으로 생각하며 스나가 친척이 의뢰한 일을 맡게 됩니다.


한편 비범한 경험이 풍부했던 방랑자 모리모토라는 남자가 뱀 조각을 새긴 지팡이를 남겨두고 사라집니다. 평소 그의 경험담을 듣는 것을 좋아했던 게이타로는 점집 노파가 말한 알쏭달쏭한 예언을 뱀지팡이와 연결해,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뱀지팡이를 들고 다니지요. 자취를 감춰버린 모리모토에게 받은 뱀지팡이는 앞일을 추측하게 하는 매개체처럼 쓰입니다.

 


비 오는 날 」 챕터에서는 소세키 작가의 막내딸 죽음을 의미하는 글을 쏟아부으며 진혼곡처럼 펼쳐두기도 합니다. 소세키는 이 책을 쓰기 전 막내딸이 돌연사하는 아픔을 겪는데요, 그런 경험을 한 소세키의 상황이 의식적으로 담긴 책이었어요. 

 


게이타로 외에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이 스나가 라는 부잣집 도련님인데, 게이타로에게 스나가는 경멸과 동시에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스나가 역시 게이타로처럼 백수 신세지만 스나가는 일을 하려는 목적 자체를 가지지 않은, 소세키의 말마따나 고등유민에 속한 자입니다. 소세키 중기 삼부작 소설 중 하나인 <그 후>의 다이스케처럼 말이지요.


소세키의 소설에는 이런 고등유민 유형이 자주 등장하는데, 경제적으로는 넉넉한 집안의 자식이지만 나름의 고민을 안고 사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 고민이 대개 사랑과 관련되어 있지요. "내 머리는 내 가슴을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p287)처럼 스나가에게 한 여인의 존재란... 썸에 끌려다니기 싫은 마음이 있는 한편 알게 모르게 사랑의 질투를 하는 이중적인 면을 보입니다. 여자의 행동을 하나하나 곱씹어보기도 하는데 대개 '이건 날 낚으려는 의도?' 이렇게 생각을 마무리 짓는 편입니다.


소세키식 사랑에 대해서는 그동안 그의 책을 소개할때 조금씩 언급했는데, 이번 책에서는 송태욱 번역가의 한 마디가 대박 공감되었어요. "통속도 소세키를 만나면 통속성을 잃는다." 처럼 소세키 손에만 들어가면 뻔한 사랑도 묘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삼각관계가 나오지만, 말로 뭔가 딱 짚어 표현하긴 어려운데 이건 소세키식 사랑이라고 할만한 느낌이랄까요.



 

<춘분 지나고까지>를 읽으면서 사실 이번 이야기는 소세키가 뭘 말하고 싶은 걸까... 파악이 또렷하게 되더라고요. 각자가 이 사회를 사는 모습을 보여주되 일상잡변기라고나 할까요. 이 책 해설을 맡은 정혜윤 라디오 PD의 말처럼 더 오래 생각할수록 뭔가 알 것만 같다가도 그 알 것 같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오리무중인 심정에 공감할 정도였어요.

이 책에서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한 뱀지팡이는 부활을 의미하는 뱀으로서, 어둠을 포용하면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합니다. 그러고 보면 스나가는 마지막에 여행을 떠나는데요. 소세키의 소설 <문>에서는 문을 열고 넘어서지 못한 인물을 그렸다면, <춘분 지나고까지>의 스나가는 한 발 내디딘 셈이 아닐까 싶어요.


게다가 이 책이 신선했던 건 시점 변화가 많아서였기도 했네요. 단편인 듯 아닌듯한 분위기였다 했는데, 처음과 끝은 게이타로 3인칭 시점이고 중간에는 여러 인물이 1인칭과 3인칭 시점으로 왔다 하며 하나의 장편소설 안에서 다양한 시점 변화를 볼 수 있답니다.

조금은 독특했던 <춘분 지나고까지>. 일상 묘사 위주로 강한 임팩트는 없어 좀 밍밍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책 덮고나서도 재미없었어 말은 안 나오는걸 보면 소세키식 소설에 이쯤이면 제대로 빠져들어 있다고 해도 될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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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
샤론 모알렘 지음, 정경 옮김 / 김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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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만족스럽게 읽은 책이랍니다.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는 유전적 유산을 보는 시각을 확 바꿉니다. 유전이라 하면 고스란히 물려받는 고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DNA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연한 유전이라는 것을 알려주네요.


저자 샤론 모알렘은 인체생리학, 신경유전학 및 진화의학 박사로 생명공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견으로 수많은 상을 받은 과학자라고 합니다. 특히 희귀 유전병과 관련한 연구를 통해 생명공학 관련 특허를 열아홉 개 획득하기도 했다는군요.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는 희귀유전병의 사례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다루고 있어요.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글이기에 의사로서 경험한 다양한 사례를 개인적인 이야기와 버무려 쉽게 설명해 읽는 맛도 좋았고요. 이야기 도중 살짝 옆길로 샜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지만 놀랍고 신비로운 이야기에 눈을 뗄 수 없었어요.


유전병을 진단하는 것은 간단하고 미묘한 단서만으로도, 우리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에 대해 말해준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외양이 유전적 혹은 선천적 질환을 가졌는지 진단할 수 있는 신체의 단서들. 손, 눈, 코, 입, 턱... 이런 것을 통해 유전병을 알아내기도 한다는 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현대 유전학의 아버지 멘델의 콩 실험은 누구나 알고 있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어떤 형질이 전해진다는 것을 발견한 멘델. 하지만 그의 실험에서는 중요한 게 빠졌습니다. 바로 유전 발현의 다변성입니다. 같은 유전자여도 다른 발현이 있다는 것은,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던 멘델식 유전 운명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 되는 겁니다.


“ 당신 세포들의 핵 속에는 자물쇠고 꽉 잠긴, 당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그리고 어디로부터 왔는가에 대한 백과사전이 있다. 여기에는 또 당신이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단서도 있다. ” - p42



 

 

균형식단을 했지만 결국 간암으로 이어진 제프의 사례는 과일과 채소가 맞지 않은 경우였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피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제프도 유난히 과일과 채소를 쳐다보지 않고, 육류 위주 식습관이었는데 의사의 조언에 따라 균형 잡힌 식단으로 바꾼 것이 그에게는 독이 된 겁니다. 유전병이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고 원래 지니고 있던 거였고요. 그전까지는 유전병이 있는 줄 몰랐다가 뒤늦게 밝혀진 상황입니다. 그동안은 잠잠하게 있던 것이 왜 하필 균형식단 때문에 발현되었을까? 내 유전적 구성에 절대 맞지 않는 몇 가지 음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는 모두 각자의 특정한 유전적 유산에 꼭 들어맞는 방식으로 먹어야 한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례는 제프처럼 평균 또는 대부분이라는 보편적 상식을 벗어나는 사례들입니다. 그리고 우리 중 누구도 대다수에 속한다고 확신할 수 있겠느냐고 샤론 모알렘은 묻습니다.


“ 당신의 행동이 당신 유전자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고' 또 '결정하기 때문'이다. ” - p51


동일한 DNA도 어떤 요인에 따라 유전자 발현에 차이를 가져온다는 후성유전학.

꿀벌 여왕벌과 일벌은 유전자가 같지만, 여왕벌이라는 유전적 발현은 단지 로열젤리 때문이라는 것. 어찌 보면 허무하기도 하네요. 로열젤리가 일벌로 만드는 유전자의 발현을 줄이도록 도운 거라고 합니다. 발현의 문제였던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유전자를 켜고 끄고, 혹은 발현량 조절 방법까지 고안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유전자 발현에 영향 주는 것들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바로 약, 식습관, 운동, 스트레스 등 우리 삶의 경험입니다. 집단 따돌림을 예로 들며 설명한 걸 읽고는 정말 놀라웠어요. 나는 기억 못 해도 유전자는 기억한다니...


샤론 모알렘은 이런 정보들을 토대로 생활습관을 좋은 쪽으로 유도해 스스로 삶의 선택을 하는데 유용하게 쓰라고 조언합니다. 좋은 음식을 찾아 최근 우리 조상이 먹은 것처럼 먹고, 활동적으로 살면서 자신의 몸이 말하는 것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합니다.



유전학, 음식, 특정 미생물의 조합에 따라 유전자 발현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평범하게 쓰이는 약품이 독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사례도 나옵니다. 약품 권장량은 유전적으로 다수의 규정에 맞을 뿐, 유전적 소수자들의 요구는 무시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평균의 함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유전자에 따라 그 좋다는 오메가3가 독이 되기도 하고, 성장호르몬 역시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요소가 다분한 점을 일깨워주기도 했고요.


 

흥미로운 또 다른 사례로는 고산병이 거의 생기지 않는 고산 지대에 적응한 셰르파 이야기였어요. 에베레스트 산에서 등반가들을 도와주는 일꾼으로 사는 셰르파. 그들에게는 산소가 부족한 고산에 유리한 특정 유전자가 있었습니다.

 

셰르파 사례를 보며 미래에는 유전적 급수에 따라 경쟁하는 스포츠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저자의 예측에 공감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피 속에 적혈구가 더 많은 유전병은 극한 스포츠에 아주 유리하거든요. 그런 유전자가 없는 사람과 그 종목에 유리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경쟁하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사회가 아니지 않겠어요? 미래에는 선수들에게 유전자 검사가 필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유전자를 가지고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말도 나옵니다.

미국에서는 반-가타카 법이라 해서 유전학적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에는 적용이 안 된다니 반쪽 법안입니다. 이제는 유전자 검사의 문턱이 낮아졌고 검사 비용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인 데다가 기술은 더욱 좋아질 텐데, 그와 관련한 도덕적 사항들은 여전히 SF영화 가타카에서 본 유전에 따른 차별 세상을 방지하긴 힘든 수준이군요.


 

셰르파 사례에서처럼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바람에 고산 적응을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면 그런 유전적 유산 없이도 에베레스트 등반에 성공하거나 고산병을 이겨내고 결국 목표를 성취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 결국 슈퍼히어로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물려받은 유전자에 달렸다기보다, 하루하루 스스로 슈퍼히어로가 되기로 선택하는 데 달린 것이 아니겠는가. ” - p212


누구는 괜찮고 누구는 위험하고의 문제가 모두 유전학적으로 다양하기 때문이며, 유전은 단지 수동적으로 받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기회를 잘 이용하면 삶의 방향이 바뀌게 될 수 있다는 데 가만히 있을 수 없군요. 내가 받은 유전자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노력하면 위험한 발현을 막을 수도 있고, 좋은 쪽으로 발현할 수 있다는 후성유전학, 매력적이네요. 수동적인 운명론 극복이군요.

이렇듯 나를 온전히 나로 있게 하는 건 아주 작은 유전자 변화입니다. 내 행동으로 내 유전자 운명을 결정한다니.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는 자신의 유전적 유산을 스스로 잘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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