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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가계 - 소박하고 서늘한 우리 옛글 다시 읽기
이상하 지음 / 현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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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가계는 주자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먼저 경서에 뜻을 두게 하는 편이 좋을듯하니, 사서는 요열하고 경서는 냉담하네." 라며 경서와 사서를 함께 공부하게 하는 방법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요. 역사서는 흥미를 끌기 쉽지만, 경서는 맹물처럼 냉담하여 맛이 없다. 즉, 냉담가계는 경서와 같이 재미없는 책을 읽는 것을 말합니다.

 

옛글의 원전을 해석해 원문과 함께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소개하고, 그 글에 담긴 의미를 풀이하는 구성의 책 <냉담가계>. 순서 상관없이 어느 이야기를 먼저 읽어도 됩니다. 옛글이라 생소한 단어도 많지만, 냉담의 맛을 참고 곱씹으며 읽어야 삶의 참된 깊이를 얻을 수 있다 합니다.  

 

 

<냉담가계>에 나오는 여러 옛글의 소재가 참 다양해요. 정치, 경제, 사회 등 대외적인 부분도 있고 내밀한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글 속에 인용된 고사들이 상당히 많고,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글도 있고 날카로운 비판이 있기도 했어요, 편지글이 대부분이라 읊조리며 읽으면 앞에서 이야기 듣는듯한 느낌이라 더 맛깔나더라고요.


70세의 퇴계 이황이 부부 사이가 좋지 못한 어린 제자 이함현에게 보낸 충고 편지로 부부 사이에 관해 조언을 얻게 되기도 하고, 다양한 경서를 인용하는 글을 통해 명언을 함께하기도 합니다. 조선 학자의 글이 대부분이고 그중에서도 퇴계 이황의 일화가 많이 소개되어 있어요. 


연암 박지원의 편지글은 게으름 피우는 나른한 일상 편지인데 한 폭의 그림이더라고요. 『 사흘을 연이어 내린 비에 가련케도 필운방의 흐드러지게 피었던 살구꽃이 다 떨어져 녹아서 붉은 흙탕물이 되고 말았네. 』 - p153 


99세를 살았던 홍유도는 건강 비결을 언급하기도 했고요, 이쪽저쪽 숨바꼭질 같은 토론 자세를 경계하라는 퇴계와 고봉의 편지글을 통해 전체와 부분을 고루 보는 자세를 배우기도 합니다.


성균관 학생의 출석 점수도 언급되는데 아침과 저녁 두 끼를 식당에서 먹고 도기에 서명하면 1점이래요. 300점이 되어야 식년시에 응시 자격이 주어졌다하니 이렇게 편지글을 통해 당시 조선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 학자는 먼저 몸과 마음을 수렴하여 냉담가계를 애쓰는 공부를 하여, 이 책에서 연찬하고 곱씹어 음미하기를 오래도록 그치지 않아야 비로소 그 맛이 참으로 좋은 글을 알아 학문에 힘을 얻을 수 있을 걸세. (중략) 뱃속의 탁한 기운을 씻어내고 일반 사람들이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맛을 들인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으랴. 』 - p204~205


냉담가계 책 제목이 바로 한 편의 글 속에 있더라고요. 퇴계 이황이 제자 금계 황준량에게 보낸 편지글입니다. 여기서 말한 이 책이란 "주자서절요"인데요, 이황이 편찬한 주자학문의 정수가 담긴 책이죠. 이황 스스로도 이 책은 재미는 없지만 꼭 곱씹으며 읽어야 할 책이라 말한겁니다. 이것때문에 궁금해서 주자서절요를 한글로 해석한 책이 있나 찾아봤는데 마땅찮군요. 원전은 한문이니 요즘 우리가 읽어내려면 한글화 작업이 필요한데 생각외로 우리 옛글의 해석작업이 안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 고서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면 좋겠어요.


퇴계 이황도 냉담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저렇게 말했듯, <냉담가계>의 저자도 이렇게 말합니다.


『 고전은 재미없지만 고전을 읽지 않으면 늘 삶의 중심에서 일탈하여 변방을 헤매고 뿌리는 잡지 못하여, 종당에 인문학이란 것이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는 인간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오늘날 사람들은 조금만 자기 취향에 맞지 않으면 그 책을 손에 쥐려 하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매우 효율적으로 책을 읽는다. 지식을 선별해 가질 뿐 책에서 지혜를 배우려 하지 않는 것 같다. 』 - p208


책을 읽는 자세를 이야기한 부분도 기억 남습니다. 자기주장이 강한 상태에서 읽으면 자기가 고전을 보고 배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전을 자기에게 맞추는 우를 범하고 만다고 해요. 이렇듯 <냉담가계>는 옛글을 통해 사색하는 자세, 온전한 삶을 살아내는 힘을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소재 때문에 지루할 틈은 없네요. 이황조차도 경서는 맛이 없다 했습니다. 하지만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고전이 우리에게 남기는 효력이 이토록 당연한데 이만하면 꼭꼭 씹어 삼킬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냉담가계>에 소개된 글은 일상을 담은 편지글이지만 그 깊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처음엔 삼키기 힘들어도 자꾸 읽다 보면 우리 고전만의 정갈한 맛이 확 느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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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이야기
장회익 지음 / 현암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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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회익 선생님은 자신을 앎을 훔쳐내는 학문도둑이라 지칭합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공부가 더 재미있어질 수도 있다는 것. 저 역시 소망하는 삶이기도 하고요. 공부에는 오로지 앎의 깊이를 더하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충분하고 그러면 저절로 더 아름다운 삶, 더 즐거운 삶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평생 앎을 추구하며 즐긴 놀이로서의 공부, 그 과정을 기록한 글 <공부 이야기>를 통해 앎의 유희를 맛볼 수 있습니다.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식입니다. 공부 이야기라고 해서 여느 책처럼 학업과 관련한 이야기만 있지 않고, 조상 이야기부터 시작해요. 그런데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네요. 가풍의 부재는 곧 자녀 교육 문제와 직결된다며 집안 이야기를 쭉 합니다.

 

 


 

나름 성적을 잘 따는 아이였다는데 공부 냄새와는 거리가 먼 할아버지의 반대로 1년간 학교에 다니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집안 일꾼들과 같이 들에 나가 일을 해야만 했죠. 그런데 이 사건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강희맹의 <창고에 갇힌 도둑> 이야기처럼 공부의 길을 막아놓으니 더 공부하고 싶어 탓에 오히려 공부꾼의 길에 무사히 들어설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이겨내면 좋은 훈련이지만 그러지 못하면 끝이라는 생각에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며 알게 모르게 요즘 말로 자기주도학습이 되어버린 거죠. 책을 읽다 모르는 게 나와도 누구 하나 알려줄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생각하며 혼자 힘으로 공부하는 경험을 터득하게 된 겁니다. 모든 기회를 자기에게 도움이 되도록 최대한 활용하는 길을 마련한 셈입니다.

 

 

 

 

정규 교육에서 얻은 것보다 직접 삶의 현장에서 학문을 수행해보는 직접적 체험을 경험하는 것. 한마디로 야외생존훈련 덕분에 고등 물리학 전체를 혼자 힘으로 학습해낼 동기와 저력을 길렀다고 하네요. 선행학습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역경을 기회로 활용한 장회익 선생님의 생각이 참 대단하게 여겨졌습니다. 게다가 항상 공부하는 모습을 보인 아버님의 영향이 아주 컸더라고요. 칭찬과 격려로 자부심을 높였습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인터뷰에서도 봤었는데 아버님의 이런 좋은 영향이 진로는 물론 평생 공부꾼이 되게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부모 역할에 대해 다시 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어려서부터 익힌 독자적 학습능력은 다시 독자적 학습경험을 낳으며 수동적 교육으로는 얻기 힘든 학습의욕과 학업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여기서 학부모들은 궁금해할 듯하네요. 제도권 너머에서 머물던 독특한 공부방식이 제도권 내 시험에도 효력을 발휘할까요. 장회익 선생님은 자력으로 학습 습관을 익히면 놀라운 이해의 새 지평이 열리는 경험을 얻는다고 합니다. 생각하는 힘이 있다면 어떤 환경에서건 약간의 노력을 더 해 최대 효과를 얻는 힘이 된다는 거죠.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 후 70세까지, 상아탑 공부꾼에서 벗어나 바깥세상에서의 공부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파트에서는 특히 학문의 본질을 강조하네요. 제대로 공부하라는 말입니다. 학문에서는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보다 타당성의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그러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비로소 구분된다 합니다. 학문의 목적은 내 삶을 온전히 하기 위해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나에게 납득되도록' 알아보자는 것이라고 하네요.

 

『 학문의 요체는 자유이다. 생각의 실마리가 그 어떤 구애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펼쳐져야 하고, 성취나 보상 따위의 생각은 끼어들 틈이 없어야 한다. 』 - p193

 

 

 

물리학 공부 이후 DNA에 호기심이 생기면서 생명에 관해 관심이 확장되었고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물리학 용어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수학, 물리학, 철학, 생물학 등 제법 손댄 분야가 많지만, 물리학이란 줄기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를 접목하며 일찌감치 융합이니 통합이니 요즘 유행하는 그런 개념을 몸소 실천하고 계셨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전통학문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과학 하면 서양과학만 염두에 둔 상황에서 전통학문의 과학적 논의를 소개하는데 신선한 것들이 많더라고요.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는 질문을 하는 방식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장회익 선생님의 생명의 새로운 개념 제시는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온생명, 낱생명, 보생명이라는 개념들로 생명을 파악하는데 다음에 기회 되면 관련 도서를 읽어봐야겠습니다.

진짜 학문의 정수는 이런 것이란 걸 알려준 <공부 이야기>. 초반엔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옛이야기 듣듯, 중후반부에는 멘토의 조언을 듣듯 읽어왔네요. 이 시대는 현재 정신적 기아 상태라고 합니다. 공부의 의미, 앎의 의미가 협소해져 진정한 공부꾼이 드뭅니다. 그래서 이 책이 갖는 의미가 더 와 닿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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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읽어 주는 신기한 이야기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박성준 외 옮김 / 레디셋고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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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 저자이자 영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키플링이 남긴 어린이동화집 <아빠가 읽어주는 신기한 이야기>.  원제가 Just So Stories인데 챕터북 원서를 자주 접하는 부모들에게는 눈에 익은 내용일 수도 있겠네요. <아빠가 읽어주는 신기한 이야기>는 요즘 책 읽어주는 아빠가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춰 네 명의 아빠들이 번역했네요. 우리 아이는 제목을 보더니 "어? 이건 아빠가 읽어줘야 하는데..." 하네요. 아빠들, 준비하시라~ 

 


12개의 짤막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동화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과학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고 이건 그저 옛날이야기처럼 '이야기'일 뿐입니다. 저는 최초의 편지와 알파벳 이야기를 읽고 난 후 정말 그 유물이 있는지 열심히 검색할 정도로 어찌나 뻔뻔(?)하게 이야기를 꾸몄는지 깜빡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 

 


옛날 옛적~ 했단다 식으로 아이에게 직접 들려주는 방식의 문체 정겹네요. 고래, 낙타, 코뿔소, 표범, 코끼리, 캥거루, 아르마딜로, 게, 고양이, 나비 이렇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을 소재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아이도 흥미진진하게 들어줍니다. 이 책은 부모가 책을 앞에 놓고 읽어줘도 좋지만, 부모가 먼저 읽고 말로 이야기해줘도 참 좋겠더라고요.  

 

 
흑백의 그림이 각 이야기 끝에 두 개씩 들어있는데 이 그림에도 키플링의 기발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그림으로 뒷이야기까지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네요.  

코가 길어진 코끼리 이야기에서는 키플링 작가가 색칠해주면 더 멋질 것 같다는 말에 얼른 색연필을들고 와서 색칠하기도 합니다.

 


작가는 코끼리를 빨간색으로 칠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는 이 스토리에서 코끼리 코만 바뀌었지, 몸 색깔이 바뀐 이야기는 없었으니 지금 코끼리처럼 회색으로 칠해줘야 한다고 회색으로 칠하네요. 아이의 말에 아하~! 싶긴 하더라고요 ㅋㅋ 게다가 우리 아이 말로는 이 코끼리는 암컷이래요. 그래서 엄마 닮아 코가 긴 코끼리가 그때부터 생긴 거라고요. (아빠도 닮는단다 ;; 너도 아빠랑 얼굴 판박이야 ;;) 어쨌든 동화책 읽어주다가 색칠놀이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잠자리에서 들려준 이야기 시간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내용은 일일이 기억하지 않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 순간의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거죠. 두근두근하기도 했고, 평온하기도 했고, 귀신이야기 해달라고 조를 때는 지레 콩닥거리기도 했고. 그 누구에게서도 얻을 수 없는 교감의 시간이었어요. 이게 바로 이야기의 힘 아닐까요. 감정을 교류한 그 느낌만큼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아빠가 읽어주는 신기한 이야기>는 농담 따 먹기 식 유머가 아니어도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이렇게 가득하다는 걸 알려주네요. 아이의 엉뚱한 호기심에 엉뚱한 이야기로 대처하는 자세 ^^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야기 만들기의 대가다운 키플링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동물원에 가면 이 이야기들이 저절로 생각날 것 같아요. 어린 유아에게 옛이야기 하듯 들려주면 참 좋겠고요~ 유치 수준 어린이들에게는 더더욱 금상첨화, 이젠 이야기 하나에도 과학 증거를 따지려고 덤비는 초등 4학년 우리 아이도 즐겁게 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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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원하는 인생을 살아라 - 카이스트 윤태성 교수가 말하는 나를 위한 다섯 가지 용기
윤태성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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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카이스트 교수인 윤태성 저자의 이력에는 회사원, 공무원, 자영업이 있더군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직업이지만 직업 자체만으로 보지 않고 본질을 짚어 업으로 봤을 때에는 그의 전 직업이 서로 동떨어지지 않고 큰 줄기를 이어오고 있더라고요. 이처럼 인생을 한 개의 산이 아닌, 산맥으로 보고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원하는 산에 올랐던 겁니다. <한 번은 원하는 인생을 살아라> 책은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인 커리어 디자인을 하는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윤태성 교수는 크게 다섯 가지 용기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용기, 내 삶을 원하는 대로 디자인할 용기, 한 번쯤 방황할 용기, 행복을 선택할 용기, 더 큰 세상을 펼칠 용기입니다. 파트마다 후배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풀어나가는데 취준생, 월급쟁이, 창업가에게 특히 도움될만한 답변을 쏟아냅니다. 언젠가부터 슬슬 매너리즘에 빠진 저에게도 도움되었어요.


직장인이 처음 겪는 멘탈 붕괴는 입사하자마자 여기가 학교인지 회사인지 모를 정도로 상상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하네요. 이때 가장 먼저 습득해야 할 것은 바로 '일의 형식'이라 합니다. 그다음에 일의 내용과 수준을 생각해도 된다고요. 대기업 취업하고 1년 이내 퇴사하는 신입사원이 네 명 중 한 명꼴이라니, 취준생을 탈출했다 해서 그저 마음 놓고 있을 수도 없군요.

 

 

미래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의 두려움을 떨쳐내며 새로운 길을 걷는 데 용기를 낸 저자의 행보가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진로를 선택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불안과 걱정을 떨치고 도전할 수 있는가를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합니다. 40세 전에는 '나는 누구여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고민하라고 합니다. 자아설계, 자아창조 시기죠. 40세 이후엔 '나는 지금까지 누구였는가?', '나는 지금부터 누구여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하고요. 그 결과가 미래의 나의 모습입니다.


『 중요한 것은 "나는 할 수 있다"가 아니라 "나는 했다"이다. 적어도 지금 "나는 하고 있는 중이다."가 되어야 한다. 』 - p143

 

 


커리어 디자인은 인생을 길게 보면서 갈림길이 나오면 어느 쪽 길을 선택할 것인지 미리 설계하는 건데요. 커리어 디자인에서는 커리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직업을 설계할 뿐, 직업을 가지지 않아도 훌륭한 커리어를 실천한 사례를 소개하며 인생의 목표가 뚜렷한 사람만이 실천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 상세한 목표와 추진계획을 세우라고 조언합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도 인생 50년 계획을 10대에 작성했었죠. 사회초년생이라면 자신의 커리어를 스스로 생각하고 설계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입니다. 대부분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사회생활 시작하니까요.

 


저자가 말한 것 중 특히 공감되는 부분은 작게 시작하기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팔굽혀펴기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면 오늘은 한 번만 해도 된다고 합니다. 대신 내일도 모레도 1년 후에도 계속 하는 것이죠. 횟수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해요. 오늘 한 번만 했지 다음엔 횟수가 저절로 늘어나게 되니까요. 그러다 어느 날 정말 하기 싫다 느끼면 얼른 오늘 할 분량만 딱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계속 할지 안 할지는 내일로 미루는 거죠 ^^ 독서도 마찬가지로 설명합니다. 시간 내어 독서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매일 10분만 책일 읽는다는 자세를 가지라고요. 대신 평생 10분은 독서를 하는 거죠. 그러려면 지금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지금 할 일을 다 했으면 잠깐 게으름도 피우라고 합니다. 작지만 큰 여유죠. 끈기없다고 자학하지 말고 한번에 조금씩. 대신 매일 10년을 하라고요.


『 바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한 건 한 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집중한다. 능력있는 사람은 생산량이 많지만 절대 바쁘지 않다. 』 - p86

 

 


가시화 메모법도 꼭 써먹어 봐야겠습니다. 내 생각을 도형 등을 이용해 가시화하는 건데 생각 확장에 좋다네요.

 


윤태성 교수가 알려주는 인생을 조금이나마 살맛 나게 하는 팁으로, 지금 이 순간을 고민과 불안으로만 보내지 말고 내 인생의 선택지를 넓히는 커리어 디자인을 해보길 권합니다. 그리고 작게 시작하고 매일 실천하며 더 나은 나의 모습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는 순간순간을 보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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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열전
태상미 지음 / STORY NU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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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에서 인기 연재되었던 태상미 작가의 <기생열전>, 입소문으로 들었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왔길래 읽어봤어요. 흔한 사극로맨스물이 아니라 독특하게 퓨전 사극이래요. 소설 배경시대가 현대거든요. 21세기 현재, 기생학교 미령관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니, 요즘 시대에 기생이라니~!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왜곡된 기생이 아니라 흥을 따르고, 시를 흘리고, 멋을 파는 한국기생의 참뜻을 보여준 소설입니다. 기생들의 시, 서, 가, 무, 악, 창 솜씨는 그야말로 우리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더라고요. 한마디로 21세기 기생학교 미령관은 인간문화재 육성관이라 할 수 있죠. 무려 문화재청 소속이기도 하고요.

 


 

기생이라 해서 다 같은 기생은 아닙니다. 혈통으로 이어받은 1패, 재능으로 지원한 2패가 있고, 퇴출당할 운명의 낙제생 3패가 있습니다. 게다가 가무와 악기를 다루는 예휘공이라 불리는 미령관의 남자 생도도 있는데 오로지 혈통으로서만 재능을 잇는 엘리트 집단 1패입니다.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신세계인 미령관. 특별한 날 외에는 외부출입을 막고 꽁꽁 숨어있는 세상이어도 사람 속은 바깥세상 사람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들 간의 우정, 시기, 사랑이 얽히고설킵니다. 특히 1패는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숙명인 기생의 삶에 발목 잡히는 건데 솔직히 가슴이 욱신거릴 정도로 안타깝더라고요.

 


고아원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근본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경제적 욕구가 높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생활적인 여주인공 이월. 알바판을 전전하며 사고 치는 왈패 소녀입니다. 어느 날 잃어버린 기타를 찾으러 미령관 담을 넘게 되는데 우여곡절 끝에 3패 인턴이 되어버렸네요. 체육복으로 버티며 기타 매고 다니는 이월의 모습에 미령관은 발칵 뒤집어지지요. 게다가 그 왈패 성격이 어디 갈까요. 인턴생활을 하면서도 사사건건 사고치고 다닙니다.

 


두툼한 페이지를 자랑하는 책인데 그 안에 사건이 참 많네요. 이제 끝날만 하다 싶으면 새로운 사건이 빵빵 터집니다. 이월이 출생의 비밀, 3패들과의 우정, 자신마저도 모르고 있던 능력을 알아봐 준 예휘공들과의 인연과 사랑...  이야기가 끝도 없이 술술 나와서 웹소설 연재작 출신의 로맨스소설을 읽으며 충족감을 느낀 건 참 오랜만입니다. 주 등장인물들이 이 시대를 사는 20대들이라 사고방식이나 행동에 공감이 잘 되기도 했고요. 주변 인물 중에서 몇몇은 비중이 상당한데 특히 이월이의 숨겨진 동생 단호 이야기는 유난히 가슴 아파서 눈물이 툭툭~.


 

 

소리, 가야금, 거문고, 무용 등 예술을 소재로 하다 보니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설명이 곳곳에 나와요. 태평무, 한량무, 승무 등 각종 춤도 소개되는데 음악과 춤을 글로 표현하는 문장이 참 곱더라고요. 무형인 소리를 표현할 땐 특히 은유나 감성적인 문장이 많았고, 미령관 내부에서는 사극 투가 나오고요. 퓨전 사극인 만큼 현대 말투나 왈패 같은 행동도 툭툭 튀어나와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힘과 깡으로 살던 이월이가 1패 기생이 되는 과정과 그 후의 인생살이, 와.. 이거 드라마 소재로 딱이다 싶네요. 웃으며 울며 재밌게 읽은 로맨스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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