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바케 4 - 더부살이 아이 샤바케 4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김규은 옮김 / 손안의책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무려 4년만에) 도련님이 돌아왔다! 비슷비슷한 패턴에 자극 없는 사건들. 하지만 <샤바케> 시리즈를 읽을 수밖에 없게 하는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만날 골골거리지만 명석한 두뇌와 따뜻한 마음을 갖춘 도련님, 그런 도련님을 충실하게 보좌하는 요괴인 두 행수. 그리고 항상 귀욤귀욤한 매력을 뽐내는 야나리들까지. <샤바케> 시리즈는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따스함'이 주가 된다. 간만에 만난 이들의 이야기. 여전히 변함없이 정이 넘쳤다. 

  시간의 흐름이 반영되어, 어느덧 도련님도 훌쩍(?) 자라 요시와라를 찾기에 이른다. 요시와라 출입도 충격적인데 유녀와 함께 도망치겠다는 선언까지 하는 도련님. 이런 놀람도 잠시, 유곽 주인과 짜고 건강이 좋지 않은 아가씨를 빼돌리려는 이야기를 다룬 <아린스코쿠>를 비롯해 불행의 씨앗이라고 불리는 '고와이'라는 요괴가 직인에게 궁극의 기술을 전해준다는 신비의 비약을 갖고 있다고 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고와이>, 오히나가 두꺼운 화장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룬 <분접지>, 도련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인 <움직이는 그림자>와 야나리의 모험을 다룬 표제작 <더부살이 아이>까지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또 한 번 그려진다. 

  <샤바케> 시리즈가 쭉 그래왔듯이 네번째 이야기 역시 비슷비슷하다. 저마다 마음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 어쩌면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에 무서워하는 요괴보다 인간의 뒤틀린 마음쪽이 더 무시무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 놀라움, 반전, 자극 이런 단어와는 거리가 멀지만 <샤바케> 시리즈를 계속 읽게 하는 것은 인간과 요괴를 아우르는 익살스러움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언제나처럼 반가웠던 도련님. 다음에는 좀 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좀 더 남자가 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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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목소리
대니얼 고틀립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절판


우리가 비뚤어진 시선으로만 부모를 본다면, 한 인간으로서 부모와 대화하는 일은 요원할 것이다.
-41쪽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 구조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당신은 부모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물어볼 수 있다. 그들의 세계관을 헤아리고 그들의 팔레트 위에 어떤 색이 있는지, 그들이 사건의 어떤 부분을 보았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무엇이 그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또 무엇이 그들을 두렵게 만드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그들이 어떤 모험을 감행해왔는지, 그리고 그 무모한 여정 어디쯤에서 지뢰밭을 만났는지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부모의 두려움과 마주했을 때 그들을 억지로 두려움에서 끌어내려 하지는 마라. 그것은 부모와 그들의 연륜 앞에 무례를 저지르는 일이기 때문이다.-42쪽

위기에 직면했을 때에도 부모는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그들은 더 강인해지지도, 더 유능해지지도, 더 건강해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들을 변화시킬 수 없다. 그들이 변화를 거부한다고 화를 내봐야 아무 소용 없다. 그들이 맞닥뜨린 위기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진심으로 알고 싶다면, 먼저 그들을 용서해야 한다. 자신이 타박을 당하거나 비난받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설 때,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들춰내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 때, 그들도 가슴속에 있는 말을 기탄없이 꺼내놓을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리라.-49~50쪽

감정적으로 ‘떠나보낸다는 것’은 이별이나 포기, 고독과 비슷한 개념이다. 떠나보내는 것이 그렇게도 고통스럽고 불안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가 떠나보내는 것을 애써 피하려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정말로 외면하고 싶은 건 이별에 따르는 근심과 두려움인 것이다.-67쪽

부모를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릴 때 부모가 우리를 조종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런 다음에야 우리는 서로의 요구와 고통에 시달리게 될 거라는 두려움 없이 솔직하게 서로를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거나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 각자 머리 굴리는 일을 그만둘 수 있는 길이다. 우리가 정말로 해야 할 일은 마음속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서로를 놓아주는 것이다.
-73쪽

만약 누군가가 당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길 원한다면, 먼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그런 다음에 당신의 이야기를 해도 늦지 않다.
-87쪽

사랑을 중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혹 그럴 수 있다 해도 그건 운이 좋은 경우일 뿐이다. 사실 서로에게 계속해서 환상을 품을 수만 있다면 그들은 평생 사이 좋은 반려가 될 수 있다. 연인들이 환상에 빠지는 연애 초기에, 그들이 천생연분일지 아니면 부지불식간에 여기까지 왔는지 누가 알겠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두 사람의 행운을 빌어주며 콩깍지가 벗겨졌을 때 그들이 대화를 시작할 방도를 찾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서로를 알아감에 따라 두 사람은 친구도 연인도 될 수 있을 것이다.
-115쪽

자신의 불완전함을 껴안을 수 있을 때 우리는 스스로 강해질 수 있다.
-133쪽

사람들은 내가 겪는 아픔과 좌절, 고뇌를 짐작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나만이 간직하는 비밀이다. 내 바람은 내 경험과 마음으로 사람들을 서로 소통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내가 그 불가능한 시도를 멈출 때 나는 지금껏 사귄 사람들을 더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135쪽

아이들은 우리의 스승이다. 특히 유아기 때 그렇다. 그들은 우리에게 무능함, 무기력, 불가항력, 혼란, 좌절, 기쁨, 흥분, 부드러움 같은 우리가 전에 한 번도 경험한 적 없고 다시 경험 못 할지도 모를 것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가르쳐준다.
-166쪽

인생의 중요한 진실, 즉 삶은 불완전함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어떻게 다른 사람과 화해할 수 있을까. 우리 몸에는 혹도 있고 주름도 있다. 인격과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은 몸의 사 분의 삼이 마비된 채로 살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인격의 사 분의 삼이 마비되어 있다. 인생의 이런 진실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과 솜씨, 힘과 지혜만 있다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화해할 수 있다.
-187~8쪽

끄러움과 아픔을 털어놓는 것은 위험과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자유로 향하는 차표이기도 하다. 가족들은 자기가 부끄러워하는 것에 대해 기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만큼 안전감을 느끼며 서로를 신뢰할 것이다. 가족과 부끄러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우리는 보다 연약해지고 사랑은 완전해진다. 완벽한 척하면서 자기를 방어하는 사람보다는 상처 입기 쉬운 연약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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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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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다양한 선택은 바로 우리 앞에 놓인 여러 대안들의 가격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격이란, 여러 대안들이 가진 이윤과 비용을 우리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보통 거래라는 것은, 브랜디 대신 가격이 싼 맥주를 선택하는 경우처럼 투명하고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하루 종일 플라스틱 용기를 수거해야 하는 인도의 소녀는 자신이 가담하고 있는 거래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삶이 어떻게 가격의 영향을 받게 되는지, 그리고 우리의 행동이 어떻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될 경우, 이는 단지 우리가 스스로 내린 결정을 좀 더 잘 평가하는 데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여러 가지 가격들이 역사적으로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데 있다. -8~9쪽

가격은 단순히 우리가 상점에서 구매하는 물건에만 붙어 있는 게 아니다. 가격은 모든 곳에 존재한다.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우리는 가격의 신호에 따라 이쪽이 아니면 저쪼고 길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모든 결정은 우리가 각각의 대안에 서로 다른 가치를 할당하고, 그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행위이다. 우리가 각각의 대안이 갖고 있는 가격을 이해하게 될 경우, 우리는 자신이 내린 결정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가격은 화폐나 현금, 신용을 단위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이나 노력, 시간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 속에도 비용과 이윤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비용은 바로 기회이다. -11쪽

현대의 삶은 주로 재화를 구입하는 행위로 구성되어 있다. 먹을 것과 입을 것, 극장표, 여름휴가, 공공요금, 모기지 보험료, 가스, 아이튠즈 다운로드, 이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시장은 대단히 노골적인 방법으로 가격이 정의되는 장소이며, 여기서는 이윤을 기대하고 있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자발적인 거래를 통해 가격이 결정된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매우 복잡하다. 여기서는 경제적 상호 작용 즉, 판매자와 구매자가 거래를 성립시키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추게 되는 그들 사이의 탱고를 다루게 된다. -30~31쪽

가격 결정 과정은 비용과 이익 분석에 능한 이성적인 계산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명하고 직접적인 상호 작용이 결코 아니다. 그 이유는 시장 거래가 반드시 사람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제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단지 사람들에게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제공할 뿐이다. 둘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가끔 자기 의도와 관계없이 자기 욕망의 대상이라며 주어진 재화에 대해 왜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31쪽

두 사람이 각자의 물건을 기꺼이 교환하려는 이유느느 자신이 그 물건을 계속 소유하고 있을 때 인식됐던 이익(한계 이익)이 그것을 상대에게 제공했을 때 발생하는 손실에 최소한 상응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때 발생하는 이익은 구매자가 제공하는 상품의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그것은 돈이나 시간, 혹은 판매자의 계산에 등장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도 가능하다. 더 많이 갖고 있는 쪽에서는 그것을 주는 것에, 더 적게 갖고 있는 쪽에서는 더 많이 갖는 쪽의 것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바로 이 유일한 원리가 시장을 조직하는 원동력이지만 이미 세계 전역에서는 시장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42쪽

미국인들의 행복 탐구에서 우리가 이끌어 내야 할 결론은 '물질적 부가 행복을 높이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물질적 부는 행복을 증가시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물질적 부가 유일한 변수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행복은 돈이 아닌 '다른 형태의 통화'로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랑, 시간 같은 무형의 통화 말이다. 그리고 만일 앞뒤 가리지 않고 소득 증가만을 추구하면 우리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다른 요소들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 -125쪽

베커는 남편과 아내가 상호 보완적인 가사 용품에 특화된 생산자이며 가족은 일종의 작은 공장으로 간주했다. 즉 여성은 양육이라는 서비스를 갖추고 남성을 상대로 가사라는 상품을 제공하며, 남성은 노동 시장에서 먹을 것을 벌어서 가정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같이 공동의 재화를 제공함으로써 가정은 이익을 얻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이익 중 하나가 바로 자손이다. 경제적 형식을 갖춘 베커의 분석은 단순히 핵가족을 설명하는 것 이상의 능력을 갖고 있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 간의 관계를 지배하는 다양한 제도를 조명하여 부부와 가족의 재화에 대한 시장 거래까지 추적했다. -138쪽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들의 가격은 구매자와 판매자 각자에게 유익하고, 따라서 판매자와 구매자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영역에서 결정된다. 공짜 물건(비록 '공짜'라는 환상에 불과할지라도)은 우리 사회에 두 가지 방법으로 해악을 끼친다. 첫째 그것들은 소비자들이 애초에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하게 하고, 둘째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킬 만큼 충분한 양의 상품을 생산하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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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7-05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이 책 어떠셨어요. 한참동안 제 보관함을 들락날락 거리던 책이어서요...

이매지 2011-07-05 22:32   좋아요 0 | URL
본격적인 경제학은 아니고, 곁가지 경제학 정도인데 막 재미있다! 하면서 읽는 정도는 아니고 다소 꾸역꾸역 읽고 있어요. 반쯤 읽었는데 그만 읽기 아쉬워서요. ㅎㅎ 평들은 좋은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네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뭔지 모를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작가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제게 대니얼 고틀립이 그런 작가입니다. 2007년 우연히 선물받아 읽게 된 『샘에게 보내는 편지』로 만난 대니얼 고틀립. 할아버지와 손자가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듯한 표지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리고 2년 뒤인 2009년. 갓 입사했을 때 사수인 선배가 마무리 작업중이던 『마음에게 말걸기』로 대니얼 고틀립을 다시 만났습니다. 어떻게 하면 『Learning from the heart』라는 원제를 독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표지에 쓸 이미지를 찾으면서 책 한 권 만드는 일에 얼마나 정성을 쏟아야 하는지 느꼈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이번에는 『가족의 목소리』의 담당편집자로 다시 한 번 대니얼 고틀립을 만나게 됐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대니얼 고틀립은 불의의 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심리치료사입니다. 심리치료사의 글이라고 하면 심리학 전문용어가 등장한다거나 가족학이나 인간행동에 대한 통계가 제시되는 '전문적'인 글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고틀립은 이런 모든 권위를 내려놓고 자신의 명함에 새겨진 소개처럼 '사람Human'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고틀립은 전문가라는 이름만 앞세워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장애, 이혼, 잇단 가족들의 죽음, 사지마비 등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해본 인자한 이웃집 댄 할아버지로 다가와 고민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마음 깊이 공감하며 그들이 나름대로 옳은 길을 찾을 수 있게끔 도와줍니다.   
 

  • 자기가 앞가림만 제대로 한다면 부모가 술에 손을 대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아이.   
  • 자식이 자기를 보살펴주길 원하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쉴 새 없이 안부전화로 자식에게 애정공세를 하는 부모. 
  • 어린 시절 갖지 못했던 부모의 사랑을 되찾으려 끊임없이 과거에 미련을 갖는 사람.  
  • 첫아이가 태어난 이후 아내가 자신에게 소홀해졌다고 생각하는 남편.  
  • 아이가 어떻게 행동을 하더라도 끊임없이 그를 비난하는 부모.   

 

  이 책 속에는 이렇게 가족 안에서 상처 받은 이들이 사연이 수없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뭔가 문제가 있는' 사연이 아니라 라디오에서, TV에서, 친구들에게서 접할 수 있는 낯익은 모습입니다.(사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연의 대부분도 고틀립이 20년 넘게 진행해온 장수 라디오 프로그램 <가족의 목소리>에 소개된 것이라 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이상적인 가족상을 그립니다. 부모님이 좀 더 자상했으면, 부부 사이가 좀더 돈독했으면, 친구 같은 부모자식간이 되었으면…. 저 또한 이 책을 만들며 동생에게 장애가 없어서 여느 자매처럼 지낼 수 있었더라면, 평범한 여느 가족처럼 지낼 수 있었더라면, 하는 신기루처럼 좇았던 이룰 수 없는 소망을 이제는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구나 혼자는 아니라고, 우리 모두는 특별한 존재라고 따뜻하게 상처 받은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댄 할아버지. 그는 가족을 더 끈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솔직함'이라고 하며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가족에게 바라는 모습을 표현해보라고 권합니다. 부모님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자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교감하고, 아이에게 자신의 불안감을 털어놓기 등 우리 자신의 분노와 슬픔, 죄의식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법을 댄 할아버지는 '말의 언어'가 아닌 '감정의 언어'로 전해줍니다.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진실하고 담백하게 가족 안에서 눈물 흘려본 우리를 위로해주는, 우리가 그동안 무심코 흘려들은 우리 가족의 '진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해주는, 댄 할아버지의 따뜻한 손길 『가족의 목소리』. 그가 내민 손을 조용히, 그리고 따뜻하게 잡아주세요. 

 
덧붙이는 표지 이야기)

  『샘에게 보내는 편지』  『마음에게 말걸기』가 이미 많은 독자분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터라 표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비슷한 컨셉과 비슷한 색감으로 갈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고민하다가 "따뜻한 분위기"라는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식의 목표(?)하에 미모의 디자이너와 함께 셀 수 없이 많은 이미지를 찾아 헤매다 만난 이정민 선생님의 <Isolation>. 보는 순간 '아, 이거다!' 하는 생각에 눈이 번쩍!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다워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어딘가 제각각인 듯한 분위기의 가족의 모습. 『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의 댄 할아버지와 샘을 담은 표지처럼, 『마음에게 말걸기』의 어딘가 상처 받은 듯한 여자아이의 모습처럼 책의 내용과도 너무 잘 어울리는 그림이라 반해버렸답니다. 살짝 좁기는 하지만 그림 속 가족의 남는 쇼파에 슬쩍 저도 앉아 함께하고 싶어졌던 그림! :)

덧붙이는 이야기 하나 더)
앞서 짧게 이야기했지만 <가족의 목소리>는 대니얼 고틀립이 20년 넘게 진행해온 라디오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1985년부터 시작해 현재도 열혈 방송중!!) 지금도 여전히 필라델피아의 많은 청취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가족의 목소리>. 그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실 분들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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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9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29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와사키 나쓰미 지음, 권일영 옮김 / 동아일보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존 재팬을 기웃기웃하다가 눈에 들어왔던 책이 있었으니 바로 이 책 <모시도라>였다. 일본에서 <1Q84>를 제치고 2010년 일본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책.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 책이 과연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조용히 기억에서 지워가고 있을 무렵, 서점에서 마치 NT 소설 같이 포장된 이 책을 만났다. 표지가 안습이야, 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해 계속 미뤄오다가 결국 '표지 까이꺼 벗겨내고 읽으면 되지' 하는 호기로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 제목도 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다. 

  아픈 친구를 대신해 고교야구부의 여자 매니저가 된 미나미. 미나미는 '야구부를 고시엔 대회에 진출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미나미가 들어간 호도고의 야구부는 고시엔 진출을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만년 하위팀. 매니저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미나미는 매니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서점에 가서 매니지먼트에 대한 책을 찾게 되고, 서점 직원의 추천으로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구입한다. 하지만 정작 책을 펴보니 <매니지먼트>는 야구와는 전혀 상관 없는 책. 하지만 미나미는 그래도 가장 유명한 책이라는데, 하는 마음에 <매니지먼트>를 읽기 시작하고, 책 속에서 기업경영에 대한 부분을 하나씩 야구부에 적용시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기적처럼 호도고 야구부도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야구부의 고객이 누구인지 정의하는 것,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것, 그리고 피터 드러커의 경영과 관리론을 적용시켜 조직을 변화시키는 과정이 소설과 잘 접목되어 즐겁게 읽었다. 특히 고객이 야구부에 요구하는 것은 '감동'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나, 노 번트 노 볼 작전을 이노베이션으로 설정하는 것, 리더의 자질에 대한 부분 등에서 공감하면서 읽었다. 경영학과 스포츠를 잘 접목시켜 야구를 좋아하는 독자와 쉽게 경영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 모두를 사로잡은 듯하다. 소설로만 본다면 분명 다소 빤한 전개라 식상했지만, 애초에 스토리 자체에 큰 기대를 하고 읽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실망이 그리 크지 않았다. 되려 이 책을 읽고 나니 피터 드러커의 빛나는 통찰이 담긴 책을 읽고 싶어졌다. 스토리 자체의 빈약함과 피터 드러커를 마치 신처럼 그의 말대로 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꺼야라는 식의 설정 때문에 아쉬움은 남았지만, 정보전달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그럭저럭 잘 잡은 보기 드문 매니지먼트 입문서가 아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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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06-27 0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스포츠에 관한 책들은 잘 손길이 안 가네요.^^;;
잘 지내시죠?
즐거운 한 주 되세요^^

이매지 2011-06-28 22:56   좋아요 0 | URL
스포츠보다는 경영에 더 가까운 책인 것 같아요. ㅎㅎ
뭐 저는 가볍게 잘 읽었어요 ㅎㅎ
후애님도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

2011-06-29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29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