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목소리
대니얼 고틀립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절판


우리가 비뚤어진 시선으로만 부모를 본다면, 한 인간으로서 부모와 대화하는 일은 요원할 것이다.
-41쪽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 구조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당신은 부모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물어볼 수 있다. 그들의 세계관을 헤아리고 그들의 팔레트 위에 어떤 색이 있는지, 그들이 사건의 어떤 부분을 보았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무엇이 그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또 무엇이 그들을 두렵게 만드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그들이 어떤 모험을 감행해왔는지, 그리고 그 무모한 여정 어디쯤에서 지뢰밭을 만났는지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부모의 두려움과 마주했을 때 그들을 억지로 두려움에서 끌어내려 하지는 마라. 그것은 부모와 그들의 연륜 앞에 무례를 저지르는 일이기 때문이다.-42쪽

위기에 직면했을 때에도 부모는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그들은 더 강인해지지도, 더 유능해지지도, 더 건강해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들을 변화시킬 수 없다. 그들이 변화를 거부한다고 화를 내봐야 아무 소용 없다. 그들이 맞닥뜨린 위기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진심으로 알고 싶다면, 먼저 그들을 용서해야 한다. 자신이 타박을 당하거나 비난받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설 때,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들춰내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 때, 그들도 가슴속에 있는 말을 기탄없이 꺼내놓을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리라.-49~50쪽

감정적으로 ‘떠나보낸다는 것’은 이별이나 포기, 고독과 비슷한 개념이다. 떠나보내는 것이 그렇게도 고통스럽고 불안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가 떠나보내는 것을 애써 피하려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정말로 외면하고 싶은 건 이별에 따르는 근심과 두려움인 것이다.-67쪽

부모를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릴 때 부모가 우리를 조종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런 다음에야 우리는 서로의 요구와 고통에 시달리게 될 거라는 두려움 없이 솔직하게 서로를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거나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 각자 머리 굴리는 일을 그만둘 수 있는 길이다. 우리가 정말로 해야 할 일은 마음속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서로를 놓아주는 것이다.
-73쪽

만약 누군가가 당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길 원한다면, 먼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그런 다음에 당신의 이야기를 해도 늦지 않다.
-87쪽

사랑을 중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혹 그럴 수 있다 해도 그건 운이 좋은 경우일 뿐이다. 사실 서로에게 계속해서 환상을 품을 수만 있다면 그들은 평생 사이 좋은 반려가 될 수 있다. 연인들이 환상에 빠지는 연애 초기에, 그들이 천생연분일지 아니면 부지불식간에 여기까지 왔는지 누가 알겠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두 사람의 행운을 빌어주며 콩깍지가 벗겨졌을 때 그들이 대화를 시작할 방도를 찾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서로를 알아감에 따라 두 사람은 친구도 연인도 될 수 있을 것이다.
-115쪽

자신의 불완전함을 껴안을 수 있을 때 우리는 스스로 강해질 수 있다.
-133쪽

사람들은 내가 겪는 아픔과 좌절, 고뇌를 짐작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나만이 간직하는 비밀이다. 내 바람은 내 경험과 마음으로 사람들을 서로 소통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내가 그 불가능한 시도를 멈출 때 나는 지금껏 사귄 사람들을 더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135쪽

아이들은 우리의 스승이다. 특히 유아기 때 그렇다. 그들은 우리에게 무능함, 무기력, 불가항력, 혼란, 좌절, 기쁨, 흥분, 부드러움 같은 우리가 전에 한 번도 경험한 적 없고 다시 경험 못 할지도 모를 것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가르쳐준다.
-166쪽

인생의 중요한 진실, 즉 삶은 불완전함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어떻게 다른 사람과 화해할 수 있을까. 우리 몸에는 혹도 있고 주름도 있다. 인격과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은 몸의 사 분의 삼이 마비된 채로 살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인격의 사 분의 삼이 마비되어 있다. 인생의 이런 진실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과 솜씨, 힘과 지혜만 있다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화해할 수 있다.
-187~8쪽

끄러움과 아픔을 털어놓는 것은 위험과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자유로 향하는 차표이기도 하다. 가족들은 자기가 부끄러워하는 것에 대해 기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만큼 안전감을 느끼며 서로를 신뢰할 것이다. 가족과 부끄러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우리는 보다 연약해지고 사랑은 완전해진다. 완벽한 척하면서 자기를 방어하는 사람보다는 상처 입기 쉬운 연약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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